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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강의 : 성서입문, 태고사
1. 성서입문 1)성서란? 하느님과 사람사이에 생긴 대화, 인류 역사의 어느 일정한 순간에 주고 받았던 대화, 그리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대화의 결정이라고 하겠다. 성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을 기준으로 구약과 신약으로 나뉘어져 있고, '약(約)'은 계약의 준말로서 훨씬 의미가 깊다. 성서는 하느님의 계획과 직접 관계를 갖는다. 그 계획이란 죄를 지어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등진 인류를 당신께 다시 합치시키시어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과 행복을 주려는 것이다. 이 계약은 오로지 인간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다. ★ 하느님의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은? 73-4627 구약 성서는 모세오경, 역사서, 교훈서, 시편, 지혜문학 등으로 나누고, 신약 성서는 복음, 사도행전, 바오로 사도의 편지들, 다른 사도들의 편지들, 묵시록으로 되어 있다. 2) 성서를 대한다는 것은 이십 몇세기 전에 팔레스티나에서 일어난 역사를 배우고 히브리 민족의 뛰어난 인물들과 초대 그리스도인들의 야담을 듣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 20세기의 인간인 나에게 건네시는 말씀, 내게 답변을 요구하시는 말씀, 하느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듣고 삶의 차원에서 응답을 드리는 자세가 요구된다. 우리가 할 일은 이론적인 성서 공부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의 만남, 삶을 건 만남을 도모하는 것이다. 3) 성서가 어떻게 쓰여졌는가? 성서는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느님은 당신 말씀을 기록하기 위하여 인간을 연장으로 쓰실 때 생명 없는 도구를 부리듯이 당신이 불러 주시고 사람은 받아쓰는 형태로 하지 않으셨다. 인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질을 발휘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하게 하셨기 때문에 성서 각권 마다 시대적 배경, 문체, 어법, 사유범주(중심사상)가 다른 것이다.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계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알아듣는 언어를 사용하셔야 했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성서 저술가가 살던 시대나 환경에서 사용되는 표현 방법, 서술방법, 교수방법, 감정 표시 방법을 쓰셨다는 것은 성서의 문학유형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성서의 진리는 이 문학유형과 결부되어 있고 그 언어의 가치 역시 문학 유형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성서의 문학 유형을 명확히 하는 일은 하느님이 주시고자 하는 계시, 메시지를 제대로 알아듣는데 매우 중요하다. 성서는 일정한 대상, 일정한 목적을 둔 진지하고 사리에 맞는 말씀으로 성서의 표현들은 당대의 사고 방식과 관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으로써 하느님의 계시의 목적이나 논리가 그 사고 방식과 관념을 개의치 않으셨다고 보아야 한다. 창세기 첫장의 경우 성서의 저자는 현대의 과학이 따지는 우주 생성의 문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우주가 하느님의 전능과 신성에서 비롯한 것임을 노래할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의 대목들을 과학적이고 역사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에게 하시는 중대한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말씀에 응답해야 한다. 4) 성서의 사용법 성서를 쉽게 이용하려는 뜻에서, 13세기경에 성서의 모든 내용을 '장'으로 나누었고(스테파노 랭톤), 16세기에는 '절'로 세분하였다. 성서를 인용할 때 구절의 장 절을 표시하는 통례는 다음과 같다. 1사무 15,22: 사무엘 상(권) 15장 22절 집회 17,1-12 : 집회서 17장 1절부터 12절까지 출애 23,10-24,11: 출애굽기 23장 10절부터 24장 11절까지 마태 5,21.38.43: 마태오 복음 5장 21절, 38절, 그리고 43절. 이사 40-55: 이사야 40장부터 55장까지 <요약> 1.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기준으로 하여 그 이전의 하느님 계시의 말씀을 구약성경이라 하고 그 이후 사도 시대에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을 신약성경이라 한다. 2. 성경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서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이고 인간의 갖가지 표현 양식을 통하여 기록되었다. 3. 성경을 올바르게 읽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성경이 기록된 "삶의 자리"에 맞추어 당시의 문학 양식을 검토하며, 기록되기 이전에 계시를 받아들인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이스라엘 공동체)의전동에 따른 가르침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2. 창 조 ▶ 여러분은 우주와 자연 만물 또는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 났다고 생각하는가? (창조설화는 우주의 기원을 빅뱅(대폭발)이나 블랙홀, 등의 천문학과 우주 과학의 이론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모든 이론의 배후에 있는 무책임한 기계론을 거부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깃든 의지행위임을 나타낸다) ▶ 창조론과 진화론은 서로 모순되는가? 우리나라의 생물 교과서는 무신론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진화를 거쳐서 인류가 발전한 것으로 적혀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창조론과 함께 진화론을 제시하고 있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창조의 기원에 대해 연구하고 여러 가지를 밝히려 애쓰고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하지만 완전한 학설은 아직 없다. 그 누구도 하느님께서 언제 어떻게 세상을 창조하셨는지 모른다. 과학은 아직까지도 인류의 기원에 대해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성서는 그러한 문제들이나 과학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다. 그러나 성서에 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창조의 참된 의미와 인생의 목적 및 운명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지음 받고 그분의 숨으로 호흡하고 그분의 생명과 행복을 함께 나누기로 된 그분의 특별한 피조물이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역사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자애롭고 선하시고 의로운 분이심을 알았고, 이스라엘에 닥치는 모든 재앙과 불행은 자신들의 불성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온 인류가 고통과 죽음과 악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것 역시 인간들이 하느님께 배역하고 하느님을 떠나간 어떤 사건들에서 비롯하였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 문제를 깊이 사색하였다. 그리하여 먼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전설의 숨은 뜻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하여 형성된 창세기 처음 열한장은 이른 바 원역사(原歷史)로, 전세계와 인간의 기원을 말해 준다. 이것들은 세계의 창조주이며 역사의 주인인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들을 전개시키고 있다. 즉 유일하신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것과 인간은 그분의 특별한 피조물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데 있었다. 창세기는 이스라엘이 자기네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을 소급하여 고찰한 종교적 사색의 결실이었다. 인간들의 가장 심각한 몇 가지 의문에 대한 해답이었다. 1) 천지 창조 성서의 첫 권 창세기는 삼라만상이 모두 하느님께 지음 받은 창조설화(創造說話)로 시작된다. 창조설화에서 우리가 분별해야 할 것은, 성서작가의 진리는 이것이다.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만물은 늘 존재해 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무(無)에서부터 지어내셨다. 우주를 이루는 요소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들어가면서 그것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의지의 행위에 의해서 세상에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 차례는 한 주간의 6일이라는 분명한 구도를 따르고 있다. 그것도 3일씩 나눈 전후기로 짜여 있다. 전기 3일은 공간이나 환경이 만들어지는 기간이요, 후기 3일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물들이 창조되는 기간이다. 전기 3일 후기 3일 (하늘과 땅의 공간) (모든 것의 배열) 첫 날 : 빛과 어둠 나흗날 : 해, 달, 별 낮과 밤 이튿날 : 창공 닷샛날 : 새, 물고기 창공 아래 있는 물 사흗날 : 풀과 나무 엿샛날 : 동물과 사람 땅과 바다, 식물 일곱째날 : 휴식 (하느님, 질서와 조화) 창조가 6일로 분배되어 있는데 이 분배는, 엿새동안은 일을 하고 이렛날은 안식을 취하면서 하느님을 예배하는 날로 봉헌해야 한다는 지상명령에 따라 날 수를 안배한 것이다. (신명5,12-15; 느헤13,15-22; 이사1,13; 호세 2,11; 아모 8,5; 마태 12,1-14; 사도 20,7). 주일 파공의 근거이며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도록한 것은 종들과 딸린 식구들도 쉬게 하려는 배려가 담겨 있다. 창세기 저자는 당대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사물과 그 창조를 묘사한다. 그는 성서의 저자이지 천문학자는 아니다.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시 사람들이 창공 또는 궁창이라고 믿는 그 사물 역시 하느님께 지음 받았다는 사실뿐이었다. 그가 20세기에 살았더라면 원자와 분자, 천체와 은하계와 광년에 관한 용어로 이야기했을 것임이 틀림없지만 그가 가르치려는 진리는 변함없이 같을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 설화를 올바로 알아들으려면 성서 저자가 살던 그 시대의 사고 방식을 전제로 하고, 그가 의식적으로 창조설화를 기록하는 문학상의 구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서 창조 '설화'(說話: 실화 전설 등을 줄거리로 하여 이루어진 사실과는 좀 다른 이야기)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못하다. 창세기 첫머리는 차라리 장편의 찬가라고 부르는 편이 옳다. 삼라만상에 가득찬 하느님의 지혜와 권능에 바쳐진 노래이다. 이스라엘의 종교심과 기도는 창조계의 기묘하고도 위대한 광경에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경배하는 독특한 양식을 만들어냈다. 창세기 첫 장에서 우리가 결코 지나쳐서는 안될 구절이 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하루의 창조가 끝날 때마다 후렴처럼 되풀이되는 구절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후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1,31)라고 매듭짓는 말이 더욱 감명 깊다. 2) 인간 창조 ▶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왜 인간은 하느님(신)에 대해서 생각하는가? 왜 수많은 사람들이 재물과 권력과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만족을 모르는가? 왜 인간은 죽어야만 하는가? 인간에게 과연 자유라는 것은 있는 것인가? 이 모든 인간의 수수께끼를 풀어 줄 곳은 어디일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지성적 존재, 이성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기자신의 내면적인 문제와 아울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의 갖가지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창세기 처음 11장에는 천지 창조와 인간의 창조에서 시작하여 인류 최초의 수십 세대를 묘사하고 있다.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창조의 이야기 뒤에는 다음과 같은 물음이 내포되어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가?' 창세기 2장의 뒤에는 '나는 어디서 왔는가?' 하는 물음이 내포되어 있다. 이 두 물음에 대한 대답은 우리와 모든 것을 존재에로 부른 이는 우리를 돕는 주님이시라는 것이다. 창세기에는 인간 창조의 대목이 두 번 나온다. 첫 번째의 것은 천지창조의 끝부분(1,26-31)에 들어 있다. 두 번째 것은 창세 2,5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첫 번 것보다 훨씬 오래된 전승이며 그래서인지 보다 구체적이고 회화적(繪畵的)이다 남자와 여자의 창조와 기원이 그것이다. 두 가지 설화를 종합하면 인간에 대한 진실이 더 완벽하게 드러난다 첫째 설화(창세1,1-2,3)에 나오는 인간에 대한 서술은 본질적으로 "하느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하느님이 인간을 그의 상대자로 만들었다는 것, 말하자면 인간은 하느님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에게 말을 걸고 또 하느님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그를 찬양할 수 있다는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의 형상이란 말이다. 따라서 인간 존재의 완성은 오직 인간이 하느님과 대면하는 데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설화(창세 2,4-24)에서는 인간의 호흡과 그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 실존은 하느님의 현존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성서 저자는 인간의 창조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이를 부각시킨다(1,26 - 27 ; 2, 7 참조).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게 만들어졌으며, 다른 동식물과 똑같이 흙에서 나왔지만 그의 생명은 '하느님의 입김'을 받아 생겨났다. 다른 피조물에는 하느님의 각별한 손길이 없었다. 하느님은 당신 생명에서 오는 것을 몇 가지 인간에게 나눠주셨다. 오성을 주시고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시는 지배권을 주신 것이다. 첫 번째 전승에 의하면 인간은 창조계 최고의 걸작이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지음 받은 존재이며, 하느님의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작품이다. 두 번째 전승에 의하면 인간은 맨 처음 창조된 것으로 등장한다. 창조 사업을 완성하는데 하느님을 도와 드릴 유일한 피조물이 사람이다. 두 전승은 특히 강조하는 면이 따로 있으므로 어느 전승이 더 이치에 맞느냐는 의미가 없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특별한 자애를 보이시어 맛있는 열매와 온갖 나무와 물길이 풍성한 동산에 데려다 살게 하시고 친밀히 대하시며 죽지 않게 만드시고 호의를 보이셨다. 하느님께서 아담을 낙원에 데려다가 살게 하신 까닭은 "이 동산을 돌보게 하시기 위함이었다."(창세 2,15) 따라서 노동은 원죄 이전에도 인간이 할 본분이었고 따라서 죄의 벌이 아니었다. 인간으로서 무엇인가 창조하고 생산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활력과 능력을 실현시키려는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노동이다. 노동을 통해서 인간은 하느님이 창조 때부터 맡겨 주신 이 땅을 보다 인간답고 편리한 곳으로 만듦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협력하게 된다. 다만 수고와 피로, 고통과 근심, 땅을 정복하는 데 따르는 온갖 어려움들은 하느님이 본시 사람들에게 주셨던 그 은혜로운 처지에서 떨어진 인간의 조건이요 죄벌임에 틀림없다. 인간 창조의 첫 번 설화는 창조의 정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셨다(창세 1,27). 사람이 혼자서도 지성이 있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정신적 존재라는 점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겠지만, 한 쌍의 남녀로서 하느님의 모습을 더 뚜렷이 닮게 된다. 하느님의 사랑과 모든 것을 거저 주시는 은혜로움을 드러내는 까닭이다. 한 인간이 사심 없이 베푸는 사랑에는 반드시 하느님의 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남녀가 함께 함으로서 사랑의 열매인 생명을 비롯하게 한다. 인간 창조의 둘째 설화는 창조계에서 차지하는 인간의 우월함과 인간 홀로 있음이 불완전함을 특히 부각시킨다. 하느님께서 아담의 생명의 일부(갈빗대)를 취하시어 그것으로 여자를 만드셨다. 이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갈빗대처럼 소중하다는 뜻이 아니다. 여자 또한 남자와 본성이 똑같고, 같은 생명을 누리며, 남자와 똑같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자이며, 지성과 의지를 갖추어 남자와 대등하게 그를 거들 짝이라는 뜻에서다. 여기서 하느님의 뜻하심으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평생동안 맺어지는 결혼으로 최초의 가정이 탄생한 것이다.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이 말은 "모상"과 "닮음"이란 말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성서의 인간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3. 점점 깊은 죄악으로 빠지는 인류 1) 원죄 창세기 3장이 시작되면서 인류가 죄로 타락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이 이야기의 배후에는 하느님의 물음, 인간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물음이 서 있다. 왜 하느님의 피조물인 인간이 죽어야 하는가? 왜 인간 존재는 죽음에 이르는 존재로 규정되었는가? 무한히 선하시고 완전하신 하느밈께서 왜 인간을 죄악에 빠지지 않도록 ,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창조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하고 스스로 그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는 인간의 자유를 제한해야만 한다. 그렇게 기본적인 자유가 제한된 인간은 하는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영적인간, 즉 인격체가 아니라 하나의 자동인형에 불과할 것이다.하느님은 완전히 자신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는 자유로운 인간을 창조하고 그와 자유로운 사랑의 친교를 맺고자 하셨다. 그것은 가장 엄밀한 의미에서 하느님을 닮은 것이다. 이렇게 자유로운 영적 존재인 인간에게만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스스로 거역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이 선과 사랑의 거역이 바로 죄가 되는 것이다. 그 죄가 무엇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이 자기 잘못으로 인해서 하느님의 모상을 지니고 하느님의 숨을 받으며 사는 특권을 포기해 버렸다는 것뿐이다. 인간은 죄로 인해서 자신을 숨기게 되고 자기를 의식하게 되고, 낙원의 꿈같은 생활을 잃게 되고 자연과 멀어져서 이제는 일을 하며 '이마에 땀을 흘려야' 된다. 그리고 가장 절대적인 죄의 상징은 죽음이다. 인간은 이제 죽음과 죄의 현실들과 마주서야 하는데서 살고 있다. 하느님은 사람에게 지성과 자유를 주어 창조하셨다. 따라서 사람이 '인간답게' 다시 말해서 '자유로이' 하느님께 응답하기를 바라셨다. 그리하여 하느님은 첫 사람들의 성실과 신뢰심을 시험하기로 하셨다. 이것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에 하느님과의 친교와 자신들의 행복이 달려 있는 뚜렷한 명령이 내려졌다. 거기에 악마가 등장한다. 하와가 하느님의 선하심과 성실을 의심하게 하여, 하느님처럼 되어 하느님에게서 독립하고 스스로 자기 행복을 개척하고 싶게 유혹했다. 그리하여 하와는 그 열매를 따먹고 같이 사는 남편에게도 따주어 받아먹게 하였다. 첫 죄악의 줄거리는 사실 그 뒤에 따라오는 모든 죄악에 한결같이 해당된다. '하느님이 거추장스러운 계명으로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신다'는 생각에서 비롯하여, 그 계명을 범하는데서 자기 행복이 온다는 신념으로 바뀌고, 결국은 자기가 꿈꾸던 행복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비참 속에 떨어져 있음을 발견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오만과 불순명의 죄를 범하여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과의 친분을 잃었고 하느님의 뜻에 반역함으로써 자기를 제어하는 지배권도 잃었으며, 죄의식이 일자 그들은 단죄도 받기 전에 하느님의 눈에 뜨이지 않게 숨는다. 하느님은 그들을 불러내어 죄상을 따지신다. 뱀에게는 저주를, 아담과 하와에게는 불사 불멸의 특전을 박탈하고 죽도록 고생해야 먹고살며 아기를 낳을 때 몹시 고생하며 그밖에 다른 병고와 불행을 선언하신다. 인간이 죄로 인해 사랑 받을 수 없게 된 상태에서도 하느님은 여전히 인간을 사랑하신다. 하느님은 인간이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질지는 몰라도 아무튼 자신의 유산을 찾게 되리라고 약속하셨다(창세 3,15). 바로 이것이 '구세사'의 시작이요 하느님께서 여러 가지 방법과 다양한 형태로 인간을 조금씩 조금씩 당신께로 이끌어 가시는 일의 출발이 된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그들을 저버리지 않으시고 그들에게 구속의 희망을 주신다. 창세 3,15은 죄로 타락한 인류에게 맨 처음 구원을 알린 '첫 복음' 임이 분명하다. 악마의 후손이 여자의 후손의 발꿈치를 물려고 할 것이지만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짓밟으리라는 것이다. 창세기에는 하느님께서는 인류와 원초의 친분을 회복하시리라는 희망이 담겨져 있다. 죄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시고 그 길에서 발길을 돌려 살게 되는 것을 바라시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에제 18,23) 이어서 창세기 4장-11장은 죄가 어떻게 퍼져 나아가는지를 보여 준다. 한 남녀의 죄에서 시작하여 자기형제를 죽이는 형제의 죄를 거쳐, 인간은 갈수록 더 큰 죄에 빠져들고 그만큼 더 하느님의 도우심을 필요로 하는 상태가 된다. 2)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인간은 살인까지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람이 일단 하느님께 대항해서 범죄를 하면, 동료 인간에게도 죄를 범하기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락한 인류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잃으면서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지음 받은 이웃사람에 대한 사랑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미움과 질투가 마침내 살인까지 빚는다. 이렇게 지상에 최초의 죽음이 실제로 나타났다. 그것도 미움에서 온 죽음 남의 손으로 저질러진 폭력의 죽음이었다. 이 장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인의 양심 속에서 울려온 하느님의 말씀이다.(창세 4,6-7 : "너는 왜 그렇게 화가 났느냐? 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느냐? 네가 잘했다면 왜 얼굴을 쳐들지 못하느냐? 그러나 네가 마음을 잘못 먹었다면, 죄가 네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릴 것이다.그러므로 너는 그 죄에 굴레를 씌워야 한다") 우리들 모두에게는 어디엔가 범죄와 더 나아가 살인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은 원죄로 말미암아 많은 은총을 잃었지만 지성과 자유 의지라는 제일 중요한 능력은 잃지 않았다. 따라서 자유로이 또 알면서 한 모든 행동은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 3) 창세기에 열거된 계보들은 지상 민족들의 혈족관계를 밝히는 원시적인 해설로, 죄의 확산을 설명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계보를 보면 고대 선조들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는데, 그것은 죽음의 근본 원인이니 죄가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인간이 점점 더 깊은 죄에 떨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목적이 있다. 이 모든 현상을 지켜보는 성서저자들의 안목은 어디까지나 신앙의 안목이었다. 이 모든 사건들이 최초의 타락 이후 인류의 종교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이 내리시는 선고는 결코 처벌이나 인류의 멸망이 아니고 , 한사코 인간과 친분을 회복하시려는 자비라는 것이다. 그 기본 취지는 단일한 역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인류가 원조에서 노아까지, 셈에서 아브라함까지 족보를 지어 내려가며 구원계획이 그 노선에서 실현되리라는 것이다. 셈의 후손에서 아브라함과 야곱의 족보에 이르는 족보에다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다른 민족이나 족보들은 점차적으로 삭제했다. 이것은 한삶(아브라함)과 한민족(히브리)이 '선택'되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그 선택이 순전히 은혜임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전 인류의 운명을 아브라함과 결부시킴으로써 '선택의 의의'가 무엇인지 밝히고자 한다. 4) 홍수 이야기에서 하느님의 인내는 한계점에 이르게 된다. 인간이 너무도 죄에 빠져 온 세상이 파멸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홍수는 죄많은 인류를 벌하려고 하느님이 명하신 재앙이었다. 하느님을 생각지 않고 천륜을 모르는 세상이었다. 세상이 사람의 죄악으로 가득 차고 사람마다 못된 생각만을 하는 것을 보시고 하느님께서는 왜 사람을 만들었던가 싶으시어 "마음이 아프셨다"(6,5). 노아는 유일하게도 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이어서 자기 몸과 가족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인류의 혈통을 잇고 유일하신 참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전승시키고 구세주께 대한 희망을 계승하는 사명을 띄고서 선택받는다. 성서는 노아의 복종심을 매우 대견하게 여긴다. "노아는 모든 일을 하느님께서 분부하신 대로하였다"(6,22). 하느님의 분부에만 의지하고서 사람들의 온갖 조롱을 무릅쓰고 거대한 방주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방주에 들어가는 자만 목숨을 건진다. 많은 신학자들이 노아의 방주에서 교회의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도 그 까닭에서이다. 홍수가 지나자 노아는 가족을 이끌고 하느님께 제사를 바친다. 하느님은 그 제사를 받아주시고 다시는 세상을 홍수로 멸망시키지 않겠노라고 언약하신다. 그리고 노아에게 원조에게 내리셨던 축복-"너희는 많이 낳고 불어나거라. 땅 가득히 퍼져 땅을 정복하여라"(9,7 참조 1,28)-을 거듭 내리신다. 홍수가 역사적인 사실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의 요지와 가르침은 죄가 퍼지고 인류가 하느님께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즉 세계가 계속 존재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가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아의 세 아들 셈과 함과 야벳의 이야기는 술에 취한 노아의 추태를 조롱거리로 삼은 함(함은 가나안의 조상이다)은 저주를 받고 효경을 다한 셈과 야벳은 축복을 받는다. 노아는 셈을 축복한다. "셈의 하느님, 야훼는 찬양 받으실 분, 가나안은 셈의 종이 되어라"(9,26) 여기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한 가닥 노선이 있는데 그것은 하느님께서 인류와 맺으시는 친분이 셈의 후손을 통해 계승된다는 것이다. 4) 바벨탑 이야기는 인간의 교만을 보여준다. 교만의 죄에서 분열과 혼란의 씨가 사람들 사이에 싹튼다. 창세기 11장은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민족들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을 설화로 처리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양편에 낀 기름진 땅으로 오늘날 이라크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 일대는 강력한 정치적 군사적 제국을 건설하고 사해의 위용을 떨치고 있었다. 제국의 위용을 과시할 목적에서 새 도읍과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탑을 쌓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거창한 계획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하느님의 경륜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하느님은 그 백성들의 언어를 혼란시켜 놓으셨다. 겨레들이 갑자기 여러 나라말을 하는 이변이 생겼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불화하고 의견이 엇갈려 마음이 통하지 않게 되고 그래서 제각기 멋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바벨탑 사건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 불화하고 의견이 엇갈려 마음이 통하지 않게 되고 그래서 제각기 제멋대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와 정반대 되는 이야기가 사도행전에 나온다. 성신 강림절에 성령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 나랏말로 알아듣게 하시어 그들을 다시 결합시키려고 하셨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만든 업적을 통해서 자기를 영구화하려는 인간의 시도들과는 철두철미하게 다르게,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되는 역사를 이끌어간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죽기까지 자기를 낮추셨다. 이 행위가 인간이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심연을 뛰어 넘어 새로운 이해의 터전을 마련했고, 이 행위의 언어가 이것을 중요시하는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게 만든다. 원역사에서 성서저자는 고대에 있었던 많은 이야기 가운데서 발췌해서, 하느님에 의해서 창조된 세계에서 일어난 타락의 경륜의 자초지종을 밝혀 주고 있다. 이 타락은 하느님의 창조와는 본래 모순되는 것이나 하나의 현실, 극복할 수 없는 위협적 현실이 되었다. 그 결과 처음 사람의 불복종으로부터 시작해서 형제 살해와 인류의 반역을 거쳐 하늘에 닿는 탑의 건설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창조의 전적인 파멸의 가능성에 대해 하느님은 지구를 보존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해서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경륜을 벗어나서 영광과 명예를 떨치려는 인간의 시도가 부질없는 것임을 깨우쳐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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