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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강의 : 성조들의 역사
제 2 강의 : 성조들의 역사 (1) 도입 하느님은 만물을 무에서 창조하셨고, 그 중에서 인간을 특별히 하느님을 닮게창조하셨고 만물을 다스리게 하셨다. 하느님의 뜻과는 달리 인간은 점점 죄악으로 빠져 들어서 처음에는 불복종에서 형제살해와 인류의 반역을 거쳐 하늘에 닿는 탑의 건설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하느님은 구원을 계획하셨고 아브라함을 선택하게 된다. (2) 전개 1. 창세기의 세계 B.C. 3000년대 이전에 중동에는 문명의 중심지가 둘 있었으니, 각 문명이 자기 고유한 문화, 예술 활동 및 문자 체계를 갖추었었다. 하나는 메소포타미아 곧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를 낀, 비옥한 반월형 지역에서 일어난 문명이다. 다른 하나는 이집트였다. 인류의 역사는 메소포타미아의 어디엔가 있었다는 에덴에서 시작한다. 아브라함은 메소포타미아 남부의 도시 우르에서 온 사람이다. 그 집안의 일부는 카란(하란)에 덜어져 남고 그는 가나안을 향해 길을 계속한다. 이스라엘 첫 조상들의 세계는 에집트와 메소포타미아라는 강한 두 왕국을 무대로 하는 것이었다. 오늘날도 사막을 떠도는 베두인족처럼, 아브라함의 집안도 양떼라든가 마소를 거느리고 사막을 가로질러 목초지를 찾아 다니는 유목민 중의 일단이었다. 이브라함이 가나안에 당도하여 세겜에 천막을 쳤을 때 가나안 땅의 사정은 다음과 같았다. 바다 쪽의 평야지대난 요르단 계곡에서 경작이 가능한 곳은 이미 주민들이 정착해 있었다. 이런 생활 양식이 마음에 들었던지 아브라함의 조카 롯은 구릉 지방을 떠나서 소돔 가까운데로 내려가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이런 존재 형식은 나름대로 위험을 안고 있었고, 과연 그지역의 군주들이 멀리 떨어진 조공국들에 반기를 들고 그 지배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롯도 그 대가를 단단히 치러야 했다(창세 14장) 가나안 땅은 가뭄과 기근으로 자주 타격을 받았다. 그러니 유목민들은 남쪽으로 , 즉 비옥한 이집트 땅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아브라함도 벌써 한 번 그 곳을 다녀온 처지였다(창세 12장). 기근이 계속되면서 아브라함의 증손자인 요셉과 그의 가족들은 이집트로 내려가야만 했다. 곧 이스라엘의 온 집안(야곱과 열두 아들)이 나일강 동편 삼각주에 있는 고센 지방에 자리를 잡고 정착한다. 여기에서 창세기는 책을 닫는다. 성서지도: 구약의 세계 창세기 12-50장의 메시지는 선택, 약속 및 계약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2. 아브라함과의 계약 - 구세사의 시작 준비물 : 성서지도 - 아브라함의 여로 아브라함은 메소포타미아 상류지역 하란에서 살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부친 데라가 가족을 이끌고 우르에서 이주해 온 것이다(창세11,31). 주변에서 누구나 하듯이 그들도 '이방인의 신들'을 섬기는 우상숭배와 다신론에 빠져 있었다(여호 24,2 참조). 이 말씀은 이스라엘은 애당초 하느님의 특별한 호의로 시작했음을 상기시키고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왜 아브라함이 선택되었는지를 설명하려다 보니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인류의 태고사를 기록하게 되었다. 하느님의 선택은 어느 것이나 오로지 거져 주시는 사랑의 행위라고 설명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주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훗날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 진리를 극구 강조하여 가르쳤다. "다만 너희를 사랑하시고 너희 선조들에게 맹세하신 그 맹세를 지키시려고 야훼께서는 당신의 강한 손으로 너희를 이끌어 내신 것이다.그리하여 에집트 왕 파라오의 손아귀에서, 그 종살이하던 집에서 건져내셨다(신명 7,8)". 아브라함에게 한 약속에 대한 기록은 하나의 신앙고백, 아니 그들의 실존을 하느님의 약속에 뿌리박고 있다고 믿고 있는 한 백성의 신앙고백에서 자라났다.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어떻게 계시를 내리셨는지는 성서에 나와 있지 않다. 하느님은 분부하시고 또 약속을 내리신다. 그러나 그 약속은 전적으로 장래에 걸린 것이어서 불확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 대신 하느님의 분부는 당장에 극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요구하였다. 아브람은 자기가 나서는 그 모험이 어떻게 끝날지 전혀 아는 바 없었다. 지존(至尊)께서 내리시는 말씀은 믿을 수 있고 또 믿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 아브람이 아는 것 전부였다. 주도권이 하느님께 있음은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동시에 아브람의 자유롭고 용감한 호응이 필요했다. 약속은 하느님의 교육법이라고도 하겠다. 인간을 자유스럽게 하느님과 친분을 갖도록 훈련시키는 교육이 아브람에게 처음으로 실시 되었다. 신앙의 모험을 배우는 교육이기도 했다. 하느님은 사람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존중하시면서 분부하시고 또 언약하신다.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 떠나 … 가거라.' 아브람은 야훼께서 분부하신 대로 길을 떠났다." 이 구절은 아브라함의 평생 뿐만 아니라 이후의 모든 역사의 후렴처럼 거듭 되풀이 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아브라함은 한마디 대꾸도 없이 분부하신대로 따른다. 이것이 하느님께 응답하는 올바른 길이요 하느님 말씀에 귀의하는 길이다. 이것이 곧 믿는 길이다. 아브라함이 부름에 따랐다는 사실과 함께 그는 하나의 미래, 그에게 약속된 미래를 획득했다. 인간은 부름에 응함으로써 인간적인 것의 본질적인 존엄성, 하느님의 이름으로 부름받은 이의 영원성을 획득한다. 특별히 은혜로 주신 것을 다시 빼앗아 가시고 건설하시는 대신에 파괴하시는 것처럼 보일 때에 신앙은 더욱 절실하다. 구원의 경륜에 있어서는 인간의 안전이라는 것은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에 달려 있고, 선하고 귀한 것이 있다면 모두하느님의 선물로 여겨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에게서 배울 수 있다. 사도 바울로는 아브라함을 일컬어 '믿는 사람의 조상'(로마4,11)이라고 한다. 이 칭호는 그의 불굴의 신앙이 우리의 귀감이 된다는 뜻만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신앙에 모든 신도들의 믿음이 매어 있다는 뜻이다.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드린 응답은 우리 신앙의 대상이 되는 구세사(救世史)를 출발시켰다. 성사적 표지(聖事的標識)를 통해서 지금도 믿는 이들의 구원을 역사하시는 구세사가 아브라함에게서 출발된 것이다. 아브라함과의 계약은 모세와 맺은 시나이산 계약의 전조에 해당한다. 그리고 구약성서의 계약은 완전한 계약, 즉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날인된 협정으로 비약된다. 3. 아브라함의 길 아브라함은 약속의 말씀을 믿고서 종들과 가축떼를 거느리고 길을 떠나 가나안(팔레스티나의 옛이름)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아브라함은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창세12,7)고 하시는 음성을 듣는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의 아내는 나이도 지난데다가 본시 잉태를 하지 못하는 몸이었다. 아브라함의 집안은 유목민(遊牧民)이었고 그 지방엔 땅 한조각도 없어서 여러해를 두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녀야했다. 심지어는 에집트까지 흘러 들어가 얼마 동안 지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이 도대체 서두르지 않으신다는 것을 맨 처음으로 체험한 인물이었다. 그의 믿음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온갖 시련을 극복하자 하느님이 새로이 개입하신다. 당신의 언약을 갱신하시는데 이번에는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의무를 지게 되는 계약의 형식을 띤다. 계약은 당대의 의식을 그대로 따랐다. 짐승을 잡아다가 반으로 쪼개고 그 쪼갠 것을 짝을 맞추어 놓은 다음 계약 당사자들이 그 사이를 지나가는 것이 계약 의식이었다(15,17). 계약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는 반으로 쪼갠 짐승같은 운명이 닥치리라는 표시였다. 그런데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아브라함은 쪼개놓은 짐승들 사이로 지나가지 않았고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활활타는 횃불만 그 사이로 지나갔다는 점이다. 하느님께서 일방적으로 언약을 내리신 만큼 하느님만 계약 이행의 책임을 지신다. 즉 그 의무가 일방적(一方的)이고 무상적(無償的)이다. 인간은 이 계약을 위반하여 그 혜택을 못받는 수가 있겠지만 계약 자체를 말소시키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하느님의 계약 이행의 의무에다 호소할 수는 있겠고, 자신의 불성실을 인정하기만 하면 다시 하느님께 돌아 올 수가 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께 자비를 하소연 할 때마다 아브라함을 내세우고, 하느님이 아브라함과 맺으신 계약을 내세운다(출애 32,13; 신명 9,27; 느헤 9,7).하느님 께서도 당신이 아브라함과 맺으신 계약을 상기 시키면서 그들의 신뢰심을 북돋우신다(이사 29,22; 51,1-3). 계약에 앞서서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과 약속에 대해 신앙고백(信仰告白)을 하였다. "그가 믿으니, 야훼께서 이를 갸륵하게 여기셨다"(창세 15,6). 2천년이 지난 후 사도 바울로는 구세사의 경륜에 있어서 창세 15,6의 근본의의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구원을 베푸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의 주도권이며, 인간은 신앙의 행위로 거기에 순응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성서에 '믿는다'는 말이 최초로 나오는 곳이 창세 15,6이다. 그 믿음은 하느님의 본질에 대한 추상적인 믿음이 아니고, 하느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것을 그대로 이행하시리라는 믿음이다. 계약에는 외적 표시를 세우셨으니 그것이 할례(割禮)이다(창세 17,10 이하). 할례는 고대 근동 아시아 에서 다수의 종족들이 실천하던 관습으로 본시 성인식으로 베풀어지던 관습이 태어난지 여드레 만에 실시 됨으로 말미암아 이 의식은 아브라함의 혈통, 선민(選民)에 입적하는 의식으로 바뀌었다. 이 표시는 히브리인들로 하여금 자기네를 선택하신 하느님께 영구히 충실을 다하라는 의무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었다. 훗날 이 표시만 지니고 다니면 하느님의 가호를 입는다는 허황한 믿음이 퍼지자 대예언자들이 등장하여 '마음의 할례'를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마음에서 하느님 눈에 들지 않는 것을 잘라내야 한다고 가르쳤다(예레 4,4; 9,25). 예언자들이 마음의 할례를 주장한 내용은 하느님께서 벌써 아브라함에게 요구하신 바이기도 하다. 할례를 명하시기 전에 하느님은 "너는 내 앞을 떠나지 말고 흠없이 살아라"(창세 17,1)는 말씀을 내리셨다. 하느님 앞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행동이나 결정에 있어서 흠없고 나무랄데 없음을 뜻한다. 하느님의 이 명령은 영구 불변하는 계명이요, 세월이 갈수록 그 가치가 커진다. 이 계명은 서서히 이스라엘의 양심을 교육시켜 갔으며 '사랑의 계명', 만인을 위하시는 사심없는 사랑의 계명이 계시되도록 준비시켜 갔다. 엄숙히 계약을 맺은 뒤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사이는 더욱 친근해져서 하느님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당신이 친구처럼 대하시는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어 손님 대접을 받으셨고 차려놓은 음식을 드셨다(18장). 이 사건은 육화하신 하느님께서 인간들에게 보이실 친밀과 교분을 예시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이듬해 봄에 사라가 아들을 낳아 주리라고 보증하셨고, 하느님은 소돔과 고모라를 벌하시려는 의중(意中)을 아브라함에게 밝히셨다. 그리고 아브라함이 그들을 위해 전구(傳求)하는 전대미문의 장면이 펼쳐진다. 하느님과 친분을 누리는 입장 때문에 그 전구가 정당화 되는 것이다. 또 그 기도는 성서에 나타나는 최초의 기도이기도 하다(창세 18,16 이하). "티끌이나 재만도 못한 주제"(18,27)임을 알면서도 그 대화는 거의 동등한 입장에서 오고 간다. 이스라엘 역사를 보면 많은 지도자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하느님께 빌었다. 그러나 자기 겨레가 아닌 이방인들을 위해서 전구한 인물은 아브라함 뿐이었다. 하느님이 아브라함의 생애에 개입하셨지만 당신의 무한하심과 위대하심과 전능을 떨치며 들어오시지는 않았다. 살며시 걸어들어 오신 것이다. 성서 계시의 최초의 사건은 거창한 우주계의 사건이 아니었다. 하느님이 사람을 만나시고 아들을 점지해 주시는 매우 사사로운 사건이었다. 하느님의 주도권은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일단 그 어른의 역사(役事)가 시작될 때에는 남김없이 바쳐오는 인간의 귀의(歸依)가 따라야 한다. 아브라함은 90여세 까지도 자식이 없었다. 그런데도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자손의 번성과 이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리라는 약속을 하며 인류의 구원과 이 지상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계약을 맺으셨다. 자식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한 처지에서 자손의 번성을 약속하시는 하느님의 계약은 이해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말씀을 믿었고 하느님께서 계약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을 충실히 지켰다. 아브라함의 믿음은 지적인 이해보다는 오히려 겉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약속을 실현하시는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탁하는 그런 신앙이었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결국 아브라함은 늙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들 이사악을 얻게 되었다(창세 20,2). 이로써 많은 후손을 얻게 된다는 계약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제안을 완전한 단순성으로 받아들인다. 이제로부터 그는 용감히 그 약속에다 자신의 존재의 뿌리를 두고, 약속을 능히 이루어 주실 그분에 대한 확고한 신뢰로 살아간다. 하느님을 완전히 신뢰하는 이런 실존적 행위, 이론적이거나 추상적이 전혀 아닌 이런 태도가 바로 성서에서 말하는 신앙의 일차적인 뜻이기도하다. 신앙이란 "하느님과 함께 걸어감"(창세 5,24; 6,9; 48,15 참조)을 뜻한다. 아브라함의 믿음이란 신뢰하고 있는 전면적인 태도를 말함이 틀림 없으나, 그것은 그의 삶에서 구체적인 행위로 즉각 행동화 되었으며, 행동이 없었더라면 믿음이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기를 불러 주신 하느님과 자신의 관계를 이 지상에 충실하게 옮겨 놓은 것이 아브라함의 순례인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과의 일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오직 하느님만을 믿는 가운데 이룩된 아브라함의 새로운 삶은 지극히 확실한 것이며 동시에 지극히 불안한 것이기도 하다. 위험을 각오하고 하느님을 따르기로 작정했으므로 분명히 아브라함은 하느님 자신의 견고성 같은 것을 부여 받았으리라. 이제 그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약속을 바위로 삼아서 기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여곡절이야 필연적으로 따르겠지만 그의 삶에는 하나의 방향, 하나의 의미가 주어졌다. 이사악은 자기 고유한 역사를 남기지 않았다. 그는 약속의 아들, 기적으로 낳은 아들이라는 데서 그친다. < 요약> 1. 선택: 하느님은 임의로 아브라함을 택하셨고 그의 자손들을 당신 백성으로 삼으시고자 했다. 이런 일들은 그들에게 그럴만한 공로가 있어서 된 일이 아니다. 2. 약속: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좋은 일들을 약속하셨고, 그의 자손을 통하여 온 세상을 축복하시겠다고 하셨다. 3. 계약: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관계는 하나의 신비이다. 이 신비는 결코 어떤 은유로도 묘사될 수는 없다. 구약과 신약 모두가 심오한 상호관계를 계약, 피로 맺은 약속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아브라함의 생애에는 고비를 이루는 세가지 사건이 있다. 소명(召命)을 받음, 하느님께서 그와 체결하신 계약, 그리고 기적적으로 아들을 얻음이 그것이다. 이 사건들을 통해서 아브라함은 하느님께 대한 체험을 깊이 했고 그 어른의 위대하심을 실감하였다. 4. 야곱의 시련과 축복 야곱은 하느님이 구세사를 계속하시려고 선택하신 인물이다. 그는 퍽 교활한 성품이었으나 생전에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된다. 하느님은 꾀많은 야곱에게 당신은 살아 계시며, 사람을 살피시고 그들의 잘못을 반드시 갚으신다는 진리를 가르치신다. 창세 25장에는 에사오가 불콩죽 한그릇에 장자의 상속권을 팔아먹은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에사오의 경솔과 무식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아브라함 집안에서 장자의 상속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니 말이다. 자기의 분수를 모르는 그의 어리석음은 형의 허기와 경솔을 교묘하게 악용한 야곱에게 틈을 주었다. 27장에는 야곱이 어머니 리브가와 짜고서, 전번에 불콩죽과 맞바꾼 그 상속권을 기어이 아버지에게서 받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리브가와 야곱의 속임수는 야곱 평생을 두고 톡톡히 값을 치른다. 야곱은 당장 형의 분노를 피해서 도망가야 했다. 그가 나고 자란 땅(베델)에서 혼자 밤을 새울 때 하느님이 나타나시어 야곱이 아버지한테서 받은 축복을 인정하시고, 아브라함과 이사악 에게 내리셨던 축복을 다시 주신다. 이리하여 인간의 간계를 통해서 하느님의 계획은 에사오가 아닌 야곱에게 약속을 상속시킨다.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이 이제 야곱의 하느님이 되신 것이다. 야곱은 선조들의 하느님이심을 알아 뵙고 당장 흠숭의 예를 올려 자기 믿음을 표한다. 야곱은 하란에 사는 외삼촌 라반에게 얹혀 일을 했다. 그리고 라반의 작은 딸 라헬에게 장가들기로 했지만 속아서 큰 딸 레아에게 장가들고 만다. 이어서 라헬까지 맞아들였지만 그 대신 열네해를 머슴 아닌 머슴 노릇을 해야 했다. 인색한 외삼촌이 야곱의 가난을 미끼로 일을 더 시키자 야곱도 꾀를 부려 실속을 차렸다. 마침내 야곱은 처자권속과 수많은 가축을 거느리고 가나안으로 돌아간다. 돌아오는 길에 야곱의 생애에서 중요한 사건이 또 하나 생긴다. 많은 자녀와 재산을 얻어 약 속의 땅으로 돌아 오는 길이었다. 하루 밤에는 어떤 분이 나타나 동이 트기 까지 그와 씨름을 하였다. 마침내 야곱은 자기가 하느님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자기에게 복을 빌어 주지 않으면 놓아 드릴 수 없다고 떼를 썼다. 하느님은 당신과 겨룬 상대방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바꿔주셨고, 성서 저자는 그 뜻을 '하느님과 겨루어냈고 사람과도 겨루어 이긴 사람'이라고 풀이한다(창세 32, 23-32). 이 일화를 어떻게 알아들어야 하는가? 하느님이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나시어 당신이 돌보아 주시는 사람과 씨름을 하셨다는 설화가 얼마나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는 단언하지 못한다. 야곱으로서는 극심한 시련에 처해 있었음이 사실이다. 베델에서 꿈에 나타나신 하느님께 대한 여태까지의 충실과 신뢰심이 흔들린 것이다. 20년을 두고 갖은 고생 끝에 이루어 놓은 것이 일거에 무너질 위험에 부닥쳤다. 장자의 상속권을 빼앗은 야곱을 형 에사오가 어떻게 맞아 줄지 몰랐다. 에사오는 4백명의 부하를 거느린 전사(戰士)가 되어 있었다. 하느님 마저 자기를 버리신 듯 외로움이 야곱에게 엄습하였다. 이것이 일종의 유혹이었고, 따라서 신앙을 잃지 않으려면 싸워야 했다. 그 씨름에 앞서 야곱은 기도를 드렸고(창세 32,10-13), 축복의 말씀이 계셨기 때문에 용기와 자신이 생겼다.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형 에사오와 맞부닥뜨렸다. 그 뒤로도 야곱은 숱한 시련을 겪었으나 그의 신앙은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하느님은 축복의 주인이시다. 그러나 그분은 당신이 축복해 준 이를 어렵고 어두운 길로 인도 할 수도 있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자기를 적대하는 상황과 싸우는 투쟁은 어느 면에서 하느님과 씨름하는 싸움이기도 하다. 시련에 던져진 인간의 항거는 신앙의 '어둔 밤'이다. 상처나고 뼈를 다쳐도 놓지 않고 끝까지 덤벼야 한다. 그러면 하느님의 축복이 내리며 그의 끈기와 용기를 인정하는 것이다. 야곱은 에사오를 만나 의외로 따뜻한 영접을 받았고, 여생을 편히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그의 죄값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요약> 야곱은 하느님이 구세사를 계속하시려고 선택하신 인물이다. 그는 퍽 교활한 성품이었으나 생전에 그 값을 톡톡히 치르게 된다. 하느님은 꾀많은 야곱에게 당신은 살아 계시며, 사람을 살피시고 그들의 잘못을 반드시 갚으신다는 진리를 가르치신다. 에사오는 불콩죽 한그릇에 장자의 상속권을 팔아먹었고, 야곱은 어머니 리브가와 짜고서 불콩죽과 맞바꾼 그 상속권을 기어이 아버지에게서 받아 낸다. 야곱은 당장 형의 분노를 피해서 도망가야 했다. 야곱은 하란에 사는 외삼촌 라반에게 얹혀 일을 했다. 그리고 라반의 작은 딸 라헬과 레아에게 장가들고, 대신 열네해를 머슴 아닌 머슴 노릇을 해야 했다. 인색한 외삼촌이 야곱의 가난을 미끼로 일을 더 시키자 야곱도 꾀를 부려 실속을 차리고, 마침내 야곱은 처자권속과 수많은 가축을 거느리고 가나안으로 돌아간다. 돌아오는 길에 하느님과 씨름하여 자기에게 복을 빌어 주지 않으면 놓아 드릴 수 없다고 떼를 썼다. 하느님은 당신과 겨룬 상대방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고 바꿔주셨다. 5. 요셉의 모범 창세 37장 부터 요셉이 등장한다. 야곱에게는 열두 아들이 있었는데 평소에 아버지의 사랑를 독차지한다고 형들의 미움을 받던 요셉이 어느날 "형들이 묶은 곡식단들이 내가 묶은 곡식단을 둘러 싸고 큰 절을 하더라"는 꿈 이야기를 하자 더욱 형제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형제들은 야곱에게는 요셉이 들짐승에게 잡아 먹혔다고 속이고, 이집트로 가는 상인들에게 은 이십냥을 받고 노예로 팔아버렸다. 이 사건은 신약시대에 와서 예수님이 자기 백성들의 미움을 받아 죽음을 당하신 것을 예표하는 것이다. 즉 유다스가 은전 30냥을 받고 예수님을 대제관에게 팔아 넘긴 것을 예시한다. 대상들은 요셉을 에집트의 왕실 경호대장에게 팔았다. 경호대장은 요셉의 성실성과 지혜로움을 보고 자신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게 한다. 그런데 어느날 경호대장이 집을 비웠을 때 여주인이 요셉을 유혹하였으나, 요셉이 이를 거절하자 여주인의 모함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요셉은 감옥에서도 감독으로 승진되어 모든 죄수를 보살피게 되었다. 어느날 에집트왕이 살찌고 잘 생긴 암소 일곱 마리와 여위고 볼품없는 암소 일곱 마리를 본 꿈을 풀 수 있는 마술사와 현자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드디어 요셉에게 묻게 되었다. 요셉은 7년간 풍년이 든 다음 7년간의 흉년이 들 것이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풀이를 해 주었다. 이 풀이는 왕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었다. 이 때문에 왕은 요셉을 에집트의 집정자로 세우고 그에게 다가올 일을 대비하도록 시켰다. 요셉의 예언은 적중되었다. 요셉은 풍년이 계속될 때 많은 식량을 거두어 여러 도시에 잘 갈무리 해 두었다가 흉년이 계속되는 동안 에집트 뿐만 아니라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기근을 해결하였다. 그런데 야곱과 형제들이 살고 있는 팔레스틴 지방에도 흉년은 계속되어, 야곱의 아들들은 식량을 구하러 에집트로 왔다. 요셉은 자기를 팔아 넘긴 형제들에게 보복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그리하여 야곱과 그의 권솔들이 비옥한 에집트 지방에서 살게 되었다. 구세사에 있어서 이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요셉이 이집트에서 차지한 행운은 야곱집안이 파라오의 땅에 정주할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이 겨레는 하느님의 약속 그대로 큰 민족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요셉의 모든 운명은 자기 형제들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숨은 뜻이 드러났다. 노예로 팔려가서 온갖 고초를 겪고 영화에 오른 뒤 자기 형제들을 관대히 용서하고 은덕을 베푸는 요셉의 생애는 구세주 예수의 생애와 매우 흡사하다. 요셉 역시 예수의 여러 예형(豫型)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리스도교 덕성의 탁월한 모범도 된다. 하느님께 대한 불굴의 신앙, 정숙, 모욕의 용서, 악을 선으로 갚는 아량은 그리스도인 누구나 갖춰야 할 덕이다. 이제는 야곱도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는 죽기 전에 아들들을 불러 미래의 운명을 각 지파에게 예언한다(49장). 열 두 지파의 우두머리가 될 유다지파에 내린 예언은 특히 중대하다. 그 지파에서 유명한 국왕들이 배출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참으로 그 자리를 차지할 분이 와서 만백성이 그에게 순종하게 되리라"(49,10)는 예언의 주인공이 출현할 것이다. 야곱이 왕권을 예고한 그 인물은 메시아이다. 후대의 예언자들, 그리고 예수께서는 당신의 가르침을 통해서 이 왕국의 성격과 특징을 계시한다. 그리고 복음서는 이 왕국을 일컬어 '하느님 나라'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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