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를 흔히 '숲과 호수의 나라'라고들 하지요? 하지만 제가 머물고 있는 투르쿠(Turku)는 핀란드의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 발트 해에 인접한 도시로 이 곳에서는 큰 호수가 있는 핀란드의 또 다른 주요 도시 탐페레(Tampere)와 달리 호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투르쿠(Turku)를 포함한 남서부 지역은 평야 지역으로 농업 지대가 많은 곳입니다. :)

 <관련 포스팅 2013/09/10 - [여행//Traveling/핀란드//Finland] - 북유럽 최고 높이 전망대>

핀란드의 상징이라는 호수, 다른 지역에서라도 꼭 한번 보자는 일념 하에 친한 친구들과 함께 교환학생 대상 학생회인 ESN(Erasmus Student Network)에서 주최한 당일치기 국립공원 여행 프로그램에 지원했습니다! 학생회를 통해 가게 되면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공원 왕복 교통비, 입장료, 약간의 바베큐용 음식까지 총 10유로(약 15,000원)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상당히 치열했는데요. 한 달 전 여행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약 40명이 정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콘서트 티켓팅하듯이 웹사이트에서 선착순으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죠. 다행히 제 친구들과 저는 모두 성공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은 이제는 익숙해진(ㅎㅎ) 핀란드의 농촌 지역을 약 한 시간 정도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자연 그대로의 호수와 습지가 보존되어있는 Kurjenrahka 국립공원이었어요. 햇빛도 쨍쨍하고 기온도 아직 꽤 높던 때라 카메라에 예쁜 풍경을 많이 담을 수 있었습니다. 추리고 추렸지만 평소보다 사진이 꽤 많을 듯 합니다.^^

쭉쭉 곧게 뻗은 나무를 배경으로 보이는 수풀과 습지의 모습입니다. 이 습지 지역을 열심히 가로지르다보면 마침내 볼 수 있는 거대한 호수의 모습은 아래 사진에... :)

호수를 보기 위해서는 약 3-4km 정도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호수 옆으로 하이킹 루트가 짜여져 있었는데요. 빽빽하게 키 큰 나무들이 뻗어있고 수풀이 우거진 습지라는 지형의 특성상 한 줄로 나란히 서서 걸을 수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놓여져 있었습니다.

길목에 있는 나무에는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빨간색 마름모꼴 표식이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저 표식들만 따라가면 된다고 출발 전 학생회 학생들이 알려주더라구요. :)

정해진 시간 안에 호수를 따라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데까지 최소 5-6km는 걸어야 했기에 다들 상당히 빠르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래도 종종 멈추어 사진도 찍고, 앞 뒤 사람들과 수다도 열심히 떨면서 즐겁게 이동했어요.

중간에 이렇게 냇가도 건너고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예쁜 갈대밭으로 둘러 싸인 습지도 건너서

(갈대 사진은 왜 없는 걸까요....!)

걷고 걷고 또 걷다 드디어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습지 저 멀리 보이는 푸른 호수의 모습에 다들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어요. :)

드디어 제대로 만난 호수의 모습입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해는 쨍쨍한 여름 막바지의 Kurjenrahka 국립공원의 풍경. 정말 감동이었어요..!

호수를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아 다다른 중간 휴식 지점 근처에서 찍은 친구 베티나(Bettina)의 모습이에요.

엄청 신나 보이죠?ㅎㅎ :) 함께 여행할 때나 이렇게 자연을 벗삼아(?!) 걸을 때나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언니입니다. 저질 체력으로 같이 다니느라 사실 저는 힘에 겨울 때가 많아요...^^

중간 지점에 도착해보니 공원 사진 등이 있는 자그마한 박물관 건물과 쉴 수 있는 쉼터, 그리고 이 화장실이 있었는데요. 화장실 구조가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는데 역시나,전통식 화장실이더군요! 뚜껑을 열고 볼일 본 후에 흙을 뿌려주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만(ㅎㅎ) 들었습니다. 이 옛날 방식 화장실은 나중에 다른 여행지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실컷 사용하게 되었지만요..!

잠시 삼삼오오 모여 각자 챙겨온 과일, 샌드위치 등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한 후, 오후 일정인 자그마한 바베큐 파티와 사우나를 위해 출발지로 향했습니다.

오가는 길에 정말 다양한 야생 버섯(대부분 독버섯ㅎㅎ)을 많이 봤는데요. 스크롤의 압박으로 버섯 특집 포스팅을 따로 해야할 것 같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중간 휴식처 외에도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장소가 종종 있었어요.

꼭 초등학생들 소풍 점심시간 풍경같지 않나요? :) ESN 여행만의 또다른 장점, 몰랐거나 어색했던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인데요. 물론 제 경우에는 친구들 모두 티켓팅에 성공했지만 선착순이다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혼자 오기도 하고, 전체 인원이 얼마되지 않다보니 하이킹할 때나 이렇게 식사할 때 몰랐던 사람들과도 즐겁게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반대로 약간 소극적인 성격이라면 힘들 수도(^^;;)있는 성격의 모임이지요.

둥글게 모여 앉아 ESN에서 제공하는 소시지, 채식주의자의 경우 구운 옥수수를 샐러드와 함께 먹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촉촉한 풀밭에 앉아 수다도 떨고 서로 먹는 굴욕사진도 열심히 찍어주면서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

식사시간이 끝나고 원하는 사람들은 사우나를 즐기고(물론 사우나에서 시원한 호수로 뛰어드는 옵션 포함! ^^), 나머지 사람들은 알아서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저를 포함한 기존 친구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된 몇몇 사람들은 그냥 천천히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사우나 하기에는 조금 덥더라구요.(9월 중순 핀란드가 덥다니..! 10월인 지금, 벌써 조금 그립습니다.ㅎㅎ)  

이 날 처음 알게 된 겁 없는 독일 남자 미카엘은 호수 방향으로 쓰러져 가는 나무에 올라타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어요. (아, 참고로 이 분 만 나이로 스물 여섯^^) 

역시 이 날 처음 말 섞게된 네덜란드에서 온 예룬이 찍은 사진. 사진찍는 걸 매우 좋아라하더니(엄청 좋은 카메라와 함께ㅎㅎ) 아니나다를까 나중에 이 친구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엄청난 양의 사진(굴욕 사진을 포함해^^)들이 업로드 되어있더라구요. 다들 기분이 업(up)되어 있는게 느껴지시나요? :)

네덜란드인 예룬(Jeroen), 본인(^^), 마리온(Marion), 모카(Mokka), 미카엘(Michael), 그리고 베티나(Bettina).

나머지 4명은 모두 독일인들이에요!

타이머 기능으로 찍어본 단체 사진입니다. 그늘진 곳이라 썩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찍은 후 확인하면서 다들 '어디 미국드라마에 나올 법한 완전 단란 &행복한 가족사진 같다'며 배꼽 잡고 웃었어요. 특히 두 번째 사진은....ㅎㅎ

나중에 알고보니 호수에서 보트 타고 직접 노도 저으며 놀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갔을 때는 몰랐어서 이렇게 보트 사진만 찍고 돌아왔지만요. 아, 이 곳에서 뱀도 한 마리(^^) 목격했던 기억이 나네요. 참고로 핀란드에는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독사는 없다고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던 핀란드 Kurjenrahka 국립공원 여행.

정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