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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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05-06-30 (목)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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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과 리더쉽

구약성경과 리더쉽

왕 대 일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 구약학)

1. 구약성경에는 하나님이 세우신 여러 유형의 지도자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모세의 삶과 사역은 성서적 리더십의 전형(典型)에 해당된다. 리더십과 관련해서 그리스도인이 물을 수 있는 일련의 질문―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에 가장 구체적인 예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세의 리더십은 목자(shepherd)형의 리더십이다. 물론 모세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모세는 양을 치던 목자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목자로 “업그레이드”(upgrade) 된 일꾼이다. 모세의 이 위대한 변신을 소개하는 본문이 바로 출애굽기 3장 1-12절이다. 출애굽기 3장 1-12절은 양 떼를 인도하던 목동 모세가 어떻게 해서 이스라엘 자손을 인도하는 목자 모세로 바뀌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른바 모세의 방향 전환을 소개한다.
모세의 리더십은 부름 받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모세가 부름을 받은 것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나타나셨기 때문이다. 구약의 예언서 속에도 이런 연결이 자주 눈에 띈다. 예언자들은 자기를 찾아오신 하나님을 만나고 나서야 자기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소명에서 사명을 찾았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 앞에서 섰을 때 자기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발견한다. 하나님이 우리 삶 속에 개입해 들어오시는 날이 바로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끄는 날이다.
리더십의 출발은 소명 의식이다. 오늘날 개신교회의 목회자는 일정 기간 신학교육을 거쳐서 배출된다. 신학교육에서 얻는 지식과 배움의 과정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려고 하는 자들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일하기 위한 영적인 힘과 권능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목회자의 성직 수행에는 두 가지 요소가 늘 보완되어야 한다. 하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부르심이다. 교육은 성직 수행을 반(反)지성주의로 몰아넣는 위험을 방지하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부르심은 성직을 직업이 아니라 소명으로 확인하게 하는 기초이다. 목회를 직업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목회는 소명이다.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 때문에 가던 길의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리더십은 바로 이런 소명감에서 형성된다.
출애굽기 3장 1-12절에서 중심 되는 구절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네가 선 땅은 거룩한 곳이다”라는 말씀이다. 모세는 지금 거룩한 땅에 서서 거룩하신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다. 모세가 서 있는 땅이 거룩한 것은 그 곳에 하나님이 나타나셨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세가 서 있는 땅이 거룩한 것은 그가 그 곳에서 일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명을 부여받는 공간이 바로 거룩한 땅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을 확인할 때 우리가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은 언제, 어디에서든 거룩한 땅이 된다.
거룩한 땅은 내가 해야할 일에서 확인된다.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일이 다름 아닌 거룩한 땅이다. 지도력의 출발은 소명이다. 하나님이 맡기신 일거리를 거룩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 일거리를 위해 자신을 불태우는 자리에 진정 신앙적 지도력이 형성된다.

2. 구약성서가 가르치는 리더십의 기본적인 패턴(pattern)은 목자이다(출 3:10; 민 27:17). 아니 성경 전체가 증언하는 리더십 이론은 목자 상(像)에 기초한다. 목자 리더십은 인격적인 리더십이다. 이것은 경영학적 마인드(mind)에 입각한 리더십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목회자의 리더십을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에 버금가는 역할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어디까지나 생명 공동체이다. 구원받은 자들의 영적 공동체이다. 교회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나 기업체가 결코 아니다. 목회자가 리더로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이런 교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오늘날 한국 교회들은 대부분 신도 수 50-300명의 중소형 교회에 속한다. 5천 명 이상의 소위 대형교회는 전체 교회 수에서 0.7%에 불과하다. 신도 수가 1000명이 넘은 교회를 따져도 그 수는 전체 교회 중 6-7% 정도이다. 이런 통계는 오늘날 우리 목회자들이 지향해야 할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한다. 최고경영자 유형의 지도력이 아니라 양떼를 알고, 양떼를 돌아보며, 양떼를 섬기는 목자 유형의 리더십이 오늘날 이 땅의 목회자들에게는 단연 요청되고 있다.
성서적 리더는 목자이다. 그것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참 목자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런 목자의 역할을 하나님의 사람과 나누기를 원하신다. 모세는 이런 뜻에서 하나님의 일을 맡아서 수행하던 청지기이다. 구약의 지도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길을 안내하는 역할에 충실하였다. 양을 몰던 경험을 살려 하나님의 백성을 하나님이 지시하신 곳으로 몰고 가는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 모세가 그랬고 다윗이 그랬으며 아모스가 그랬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왕을 택하실 때에도 “목자”가 될만한 자를 부르시고 택하셨다(삼상 9:16; 삼하 5:2; 왕상 22:17; 대상 11:2). 지도자에게 있어야 할 믿음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발걸음에 대한 믿음이다. 지도자는 하나님이 앞서 가시니 내가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는 확신 위에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런 결단 위에서 지도자는 자기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알고, 앞장서서 걸을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따라 나서도록 끌어당기는 자이다.
모세는 자기가 걸어가야 할 길을 알았다. 그는 앞장서서 걸었다. 출애굽 공동체에 속한 육십만 장정이 그를 따라 나서도록 하나님께서 도와주셨다. 그에게 이 일이 맡겨진 것은 그가 “애굽으로부터 미디안까지 걸어보았던”(출 2:15)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굽을 도망쳐 나와 미디안 광야에서 양 떼를 몰고 다니며 하나님의 산까지 들어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출 3:1). 하나님은 이 “길”을 아는 자인 모세를 들어서 자기 백성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하나님의 산까지 인도해 나갈 책임을 맡기셨다.
문제는 하나님의 산으로부터 가나안 땅까지 가는 길은 모세도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라는데 있다. 애굽에서 시내산까지 오는 길은 모세가 앞장서서 인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내산부터 가나안까지는 모세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모세는 자기도 가보지 못한 길을 오로지 하나님의 인도하심 하나만 붙잡고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그가 걸어야 할 길을 보여주셨다. 모세가 걸어야 할 길은 다름 아닌 하나님이 앞서 가시는 길을 뒤좇는 길이다. 그러니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앞서 가시며, 밤에는 불기둥으로 앞길을 비추셨던”(출 13:21-22; 민 9:15-23) 하나님의 인도란 누구보다도 먼저 자기 종 모세를 도우시려는 하나님의 배려이었다고 볼 수 있다.

3. 구약성서가 가르치는 목회적 리더십은 위임과 섬김의 지도력이다. 모세가 구현하고자 했던 오십부장, 백부장, 천부장 제도 등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출 18:13-27). 위임과 섬김은 인격적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목회자에게는 회중의 요구, 욕구 등에 대응하고(reacting), 응답하고(responding), 일깨워주는(reminding) 사역이 요청된다. 대응한다는 것은 자기 컨텍스트(context)의 소리에 민감하다는 뜻이다. 그 소리에서 파악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엎드린다는 뜻이다. 응답한다는 것은 회중이나 사회의 도전과 아픔 등에 대한 처방을 하나님의 말씀에서 얻는다는 뜻이다. 성서적 지도자에게는 누구나 하나님의 말씀이 자기 목회의 텍스트(text)이자 목회 사역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일깨워준다는 것은 하나님의 가르침을 가지고 다시 회중 속에 들어가 신앙 안에 사는 자들의 삶의 가치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다는 뜻이다.
흔히 지도자는 “촉매 역할을 하는 자”(enabler)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화되고 분업화된 사회에서 목회자는 교회가 세우는 목표를 교인들이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어야 한다는데 이견(異見)을 달 수는 없다. 성경이 말하는 지도자는 결코 권위적이거나 독재적이 아니다. 가부장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경이 말하는 지도력을 곧장 “촉진자 모델”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성장하는 교회의 목회자는 단순한 “촉매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지도자여야 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회중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교인들을 적재 적소에서 “동력화시키는 사람”(equipper)이어야 한다. 모세가 애굽 땅의 히브리 사람들을 이끌고 가기 전에 그들에게 먼저 하나님의 산에서 예배하는 자유인이 된다는 꿈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참조, 출 3:12; 5:1-3).
성서적 리더는 회중이 제기하는 아픔에 민감하게 “응답하는 사람”(responder)이어야지, 목회자에게 쏟아지는 요구와 요청에 결코 “반작용으로 대응하는 지도자”(reactive leader)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대응하기보다는 민감해야 한다. 지도자는 한편으로 회중의 공통 관심사에 민감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뜻에,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해야 한다. 세상 한 가운데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일에 세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목회적 지도력은 자기 회중과 사회에게 세상이 귀하게 여기는 가치보다 더 귀하고 높은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주게 된다. 지도자가 다만 회중의 요구에만 민감하게 대응하고 만다면, 그는 정치적 지도자는 될 수 있을는지 모르나 하나님이 쓰시는 지도자가 되지는 못한다. 지도자가 하나님의 말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머물고 만다면, 그는 종교적 지도자는 될 수 있을는지 모르나 하나님이 바라시는 빛과 소금다운 지도자가 되지는 못한다. 성서적 지도자는 자기가 겪은 대응의 아픔, 자기가 체험한 반응의 감격을 가지고 세상 사람들에게 회개와 거듭남을 촉구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가치를 좇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를 좇아라. 이런 맥락에서 모세의 리더십은 일깨움의 사역이기도 하다.
이 때 중요한 것은 구약성서가 가르치는 리더십이 대안(alternative)적 가치를 제시하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구약의 예언자들은 “억압의 정치”와 “풍요의 경제”와 “자기 자리 지키기” (status quo)에 안주하는 종교가 판을 치는 사회 속에서 “정의로운 정치”와 “평등한 경제”와 “하나님의 자유”를 가르쳤던 자들이었다. 바꾸어서 이야기하면, 성서적 지도자들은 세상 사람들과 같은 문화 속에 살면서도 그 문화에 종속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변혁시키는 지도자이었다는 소리가 된다.

4. 모세는 자기 약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출 4:10-17). 구약의 리더십은 약점과 함께 일하기(working with weakness)이다. 구약성서에서 만나는 지도자들은 모두 흠이 많고 결점 많은 사람이었다. 모세, 사무엘, 다윗, 이사야, 느헤미야 등이 이런 부류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이스라엘 역사에서 지도자로 역사(役事)한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 그들 위에 있었기 때문이지 그들이 결코 완전한 인간이어서가 아니었다. 우리는 종종 지도자에게는 약점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목회자는 성인군자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점을 가리려고 하고, 그것을 위해 변명하고, 그것 때문에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약점과 함께 일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사도 바울에게도 약점이 있었지 아니한가?
지도자에게는 때론 “전능해야 한다/힘이 있어야 한다”는 컴플렉스(complex)가 있다. 그러나 목회자의 지도력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힘보다는 은총이다. 힘이란 내 능력으로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이다. 은총이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로 주어진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다. 자기 힘으로 일하는 목회자가 아니라 은총으로 일하는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마더 테레사(Mother Theresa)를 생각해 보자. 그녀가 힘이 있는 지도자이었는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지난 20세기가 낳은 뛰어난 지도자이었다. 내게 있는 힘/능력이 무엇인지를 먼저 헤하리려 들지 마라. 우리 교회가 지닌 힘/능력이 무엇인지를 먼저 결정짓지 말라. 내게 무엇이 가장 부족한지를, 우리 교회에, 우리 사회에 무엇이 가장 아쉬운지를 먼저 결정하라. 그때에야 우리는 주님께서 부어주시는 크신 은총을 덧입어 하나님의 역사(役事)를 이루게 되는 지도자가 되리라.
하나님의 은총으로 세워지는 지도자란 구약의 리더십이 본디 “종”(servant)과 연관된다는 것을 이해할 때 파악된다. 구약은 하나님의 일꾼을 “야웨의 종”(에베드 야웨)으로 규정한다(사 42:1). 모세는 하나님의 “종”이었다. “종”(에베드)은 말 그대로 “섬기는 자”이다. 이 “섬김”(아보다)이 신약에서는 “디아코니아”가 된다. 사도들은 원래 봉사하는 자들이었다(행 1:17; 엡 4:11-12). 다시 말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지도력은 소명(call)에서 나오지, 경력(career)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사로 잡혀 있는가? 소명인가? 아니면 경력인가?
종은 자기를 일꾼으로 세우신 하나님을 신뢰한다. 세상적인 리더십과 영적인 리더십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적인 리더십은 지도자 자신을 믿지만, 영적인 리더십은 하나님을 신뢰한다. 세상적인 리더십은 사람을 알지만, 영적인 리더십은 하나님을 안다. 세상적인 리더십은 지도자의 자기 결단을 중요시 하지만, 영적인 리더십은 주인 되신 하나님의 뜻을 추구한다. 세상적인 리더십은 야망에 넘치지만, 영적인 리더십은 겸손하다. 세상적인 리더십은 방법과 수단을 강구하지만, 영적인 리더십은 관계와 원리를 따라간다. 세상적인 리더십은 명령을 내리기를 즐기지만, 영적인 리더십은 순종하는데서 기쁨을 얻는다. 세상적인 리더십은 보상을 바라지만, 영적인 리더십은 사랑을 원한다. 세상적인 리더십은 권위를 즐기지만, 영적인 리더십은 즐겨야 할 권위가 없다.
생각해 보자. 오늘날 종교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우리는 지금 과연 어떤 모습의 리더인가? 성서적인 리더십을 닮아 가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적인 리더십을 따라가고 있는가? 구약성경과 리더십을 모세의 삶에서 정리할 때 우리 모두를 고민하게 되는 아픔이 여기에 있다.

출처 : http://biblefor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