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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지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차 정 식 (한일장신대학교 교수 / 신약학) 리더십의 전후좌우 지도자란 무엇인가? 영어의 ‘리더’(leader)란 단어의 뜻대로 그는 앞에서 이끄는 사람인가? 혹은, 희랍어 ‘아르콘’(archon)의 함의대로 위에서 지배하는 자인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오늘날 민주주의 시대의 감각에 맞게 지도자는 앞에서 특출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대중을 선도하기보다 뒤에서 밀어주는 후원자(sponsor)나 티내지 않고 묵묵히 밑에서 받쳐주는 버팀목(supporter)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무질서한 이합집산의 대중 사회에도 그들의 이념과 생활 스타일에 영향을 끼치는 특별한 개인이 있을진대, 하물며 동질의 사회 의식이나 신앙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에 지도자의 존재란 좋든 싫든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제는 그 지도자를 지도자로 만드는 게 무얼까 하는 점, 나아가 그 외적 환경과 내적인 조건이 어떻게 제대로 상합하여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창출하는가 하는 점이다. 아울러, 그 지도자의 지도력, 이른바 리더십을 형성하는 제반 기준을 어떻게 신학적으로 설정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신중한 고려의 대상이 될 만하다. 신약성서는 지도자의 개념을 교리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그 대신 구체적인 인물, 가령, 예수든 바울이든 그들의 삶을 통해 은근히 보여준다. 물론 그 삶 가운데는 훈계가 있고 그 훈계의 실천이 포함된다. 그들이 보여준 삶의 모범은 리더십이란 견지에서 첫 번째로 무겁고, 두 번째로 진지하고 신중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헌신적이다. 그것이 무거운 것은 자신의 소명과 사명 위에 짐 지워진 책임의식 때문이고, 그것이 진지하고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책임이 보이지 않지만 한없이 섬세한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자기 헌신적인 까닭은 그러한 공적인 삶의 반경이 사적인 삶의 누림을 대폭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데서 연유한다. 거기에는 지도자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판에 박힌 모범 답안이나 내가 이러한데 너희는 왜 그 모양 그 꼴이라는 식의 거친 꾸중, 혹은 내가 이러했으니 너희도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식의 억압적 강박이 없다. 물론 우리가 닮아야 할 궁극적 모범으로 하나님 또는 그리스도가 설정되거나, 심지어 바울 사도조차 자신을 닮을 것을 요청하지만, 우리는 안다. 아무리 닮으려 해도 우리가 하나님이나 그리스도, 사도 바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므로 신약성서가 보여주는 리더십은 따름과 닮음의 추구에 선행하여 자기 자신의 주체적인 결단과 자율적인 책임 하에서 그 효력을 발휘한다. 그로부터 나오는 리더십은 온몸으로 자신의 꿈과 이상을 만민 앞에 체현하고자 하기에 지도자로서의 자기 현시적 자의식에 사로잡히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권위를 발휘하지만, 카리스마적 리더십의 자의식적 굴레에 함몰된 지도자는 역설적으로 그 지도자 연하는 외형적 제스처로 억지 권위를 짜내다가 결국 망하게 마련이다. 예수의 산상설교를 들었던 군중들의 반응이 일차적으로 놀라움이었고, 그의 가르침이 권위 있는 자와 같고 그들의 서기관들과 같지 않았다는 논평(마 8:28- 29)은 이 대목에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도자는 뭇 대인 관계의 한 가지 항목일 뿐, 그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 지도자를 지도자로 만드는 것은 그 지도자의 리더십에 공감하고 순응할 대상을 전제한다. 공동체의 회중이 아무것도 지도 받기를 원하지 않고 그 지도자의 리더십에 공감도 동의도 없는 상태에서 지도자로 자처한다는 것은 자칫 지도자를 희극배우로 만들기 십상이다. 이때 지도자란 항목은 공동체 내의 대인 관계에서 상수가 아니라 변수가 된다. 특정한 지도자가 없어도 공동체는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그럭저럭 생존하겠지만, 지도할 대상이 없는 지도자란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지도자가 지도자로 제자리를 잡으면 지도자와 지도력의 관계에서 지도자는 상수로, 지도력은 변수로 위치를 이동한다. 이 대목에서 지도자는 공동체의 특성에 따라 어떤 리더십을 창출하고 활용할 것인지 심각하게 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심지어 신약성서 내에서도, 유일하게 모범적으로 규격화된 리더십은 없고, 다양한 형태의 리더십을 암시하는 지문들이 등장할 뿐이다. 종의 리더십 내가 만난 첫 번째 지문: “…이방인의 소위 집권자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 10: 42-44). 예수의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장차 예수의 좌우편에서 크게 한 자리 얻기를 구한 일로 제자들 사이에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는 와중에서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는 신약성서의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강조되는 ‘종으로서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조형하는 대표적인 지문으로, 지도자의 기본 요건이 으뜸이 되거나 위대하게 되거나 이로써 대중 위에 군림하여 저들을 제 맘대로 주무르고 지배하는 일 따위와 무관함을 증언한다. 그 역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원론적으로, 리더십은 가장 밑자리에 처하는 겸비한 종의 신분을 자처할 때 그로부터 그 정당성을 부여받는다는 것이다. 이 종으로서의 리더십 모델은 당시 로마 제국의 황제 이하 군주 체제의 제반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제왕적 리더십에 상반되는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수직적 상명하복의 주종 관계를 골간으로 짜여진 그 세속적 정치 체제의 매개 변수는 물리적 힘으로서의 ‘권력’이고, 그 실천적 작동 원리는 뭇 인간들 사이에 내재된 ‘권력에의 의지’이다. 여기서 지도자로서의 제왕은 아무리 그 권력을 의롭게 행사한다고 해도 그 절대 왕정의 지배 체제는 궁극적으로 단 한 사람의 지배 욕구를 충족시키는 권력의 전횡과 독재의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는 단 한 사람의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서 그 나머지의 다수는 그의 독재적 통치를 정당화해주는 노예로서 굴신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체제이다. 뿐만 아니라, 그 체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소통, 조정, 변용, 전복될 수 있는 열린 체제가 아니라 딱딱하게 굳어진, 닫힌 체제로서의 한계를 지니는 바, 이 가운데서 지도자란 늘 불안하고 교만해지기 쉬운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반해, 종으로서의 리더십으로 특징지어지는 공동체는 으뜸의 자리와 종의 자리가 생래적으로 틀 지워지지 않은 대화와 소통, 변화와 역설의 체제이다. 이 체제 내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 아래서, 그리스도 앞에서, 종일 수밖에 없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로서의 소명을 자각하여 하나님을, 그리스도를 닮고자 애쓰는 한, 다들 지도자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앞의 지문에서 예수께서 크고자 하는 자로서 작은 자를 섬기는 미덕을 높이 치켜세운 것은 교만한 자를 미워하고 겸손한 자를 하나님이 사랑한다는 오래된 지혜문학의 유산을 접수한 결과이다. 그 유산은 평등주의적 공동체의 이념을 지향한 고대 히브리 민족의 역사적 경험에 잇닿아 있거니와, 예수는 이로써 집요한 권력 의지와 인정 투쟁의 족쇄에 치인 이들을 향해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그런데, 그의 이 리더십 모델은 단순히 겸손의 외양을 꾸미는 외교적 수사나 제스처를 넘어선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은 예수의 경우에서 증명되듯,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자기 희생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지도자로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지도자는 하나이니 곧 그리스도니라”(마 23:10)는 진술대로, 그리스도는 지도자로서 종이 된 분이었고, 종으로서 섬김의 삶을 사신 끝에 모든 지도자들 위에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역설적 소통과 변신 가능성이야말로 종으로서의 리더십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신학적 밑천이다. 친구의 리더십 두 번째 지문: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가 나의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 이제부터는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주인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라. 너희를 친구라 하였노니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것을 다 너희에게 알게 하였음이니라”(요 15:13-15). 요한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의 관계는 고정된 틀 속에서 맴돌지 않고 점진적으로 진화한다. 그들은 태초로부터 존재한 말씀과 이 암흑 세상의 일원 사이로 엮어졌다가, 그 말씀을 빛으로 받아들인 빛의 자녀로 개화하면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진보한다. 그 양자간의 사제 관계는 통상적 주종 관계의 변용이다. 그러다가 본문에 이르러 예수와 제자들은 친구로서 만난다. 그것은 물론 투쟁을 통한 신분 해방의 성격과 거리가 먼, 예수의 간격 트기를 통해 시도된 은혜의 선물이다. 고전적인 개념에 비추어 친구란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관계이다. 말의 엄정한 의미에서 우정적 관계는, 기원상 특정 사상이나 이념, 정치적인 이해 관계 등 다양한 구성 요인을 통해 성립하지만, 일단 그 관계 속에 들어와 친구가 된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함께 하기를 기대하고 은근히 요청받는 것이 정상이다. 그것은 서로간의 호혜적 균형이 깨질 경우 즉시 파산하는 수평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의 예수는 이 고전적 우정의 개념에다 친구로서 실천해야 할 가장 고상한 가치를 덧보탠다. 그에 의하면, 친구끼리 나누어야 할 ‘모든 것’ 중에 가장 고귀한 것은 자기의 목숨이다. 그것을 우정의 이름으로, 이타적 명분을 내세워,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주인으로서 따지는 명예와 종으로서 타성화된 인습적 겸비를 넘어,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하는, 그러나 실제로 갖추기가 매우 어려운 미덕이다. 그러한 미덕에 기초한 리더십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차별 없이, 조건 없이, 실천하는 아가페 사랑을 통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 리더십은 주인과 종의 인간 관계가 그 제도적 장벽을 뚫고 인습과 관례로부터 해방된 상태, 곧 모두가 서로를 향해 종일 수 있고 주인일 수 있는 탈전통적인 리더십의 모델로 제시될 만하다. 요한복음이 베드로로 표상된 전통적인 사도적 리더십에 은근히 비판적이고 그 대안으로 ‘주의 사랑하는 제자’라는 이상형을 부각시킨 것은 아마도 저러한 배경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예수는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포기함으로써 친구로서의 도리를 다했다. 하지만 그것은 예수가 단 한 번 마지막으로 선보이게 될 궁극적 우정의 몫이었고, 그 궁극 이전에 나누어야 할 중요한 것은 앎-정보이다. 예수는 아버지께 들은 모든 것, 모든 계시 내용을 제자들에게 전함으로써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공유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것은 지도자의 입장에 처한 사람으로서 쉬운 선택이 아니다. 정치적인 이해 관계만을 놓고 볼 때 그러한 처신은 지도자가 아닌 위치에서 지도자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에게 빈틈을 제공하여 맞먹게 함으로써 결국 지도자의 리더십을 훼손하는 경솔한 처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땅을 하직하는 고별연설을 통해 예수는 과감하게 제자들과 엮어진 주인과 종의 관계를 청산한다. 이는 일견 전통적인 교권의 장벽을 넘어 평등주의적 아가페의 이념을 지향한 요한공동체의 특수한 정황을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더십 자체의 견지에서 보면 이는 매우 파격적인 지도자상의 조형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친구로서의 리더십은 무엇보다 친화력을 특징으로 한다. 그 친화력은 막힘 없는 인격적 신뢰의 관계를 목표로 삼고, 그 목표는 타자에 대한 역지사지의 배려를 전제 조건으로 한다. 서로간 높낮이를 허심탄회하게 조율하면서 평탄한 관계에서 나눌 만한 유익한 것들을 나누는 행위, 그 중에서 특히 신령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줄 수 있는 결단이 그러한 리더십의 맥락에서 가능해진다. 유모와 아비의 리더십 세 번째 지문: “오직 우리가 너희 가운데서 유순한 자 되어 유모가 자기 자녀를 기름과 같이 하였으니…”(살전 2:8). “그리스도 안에서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아니하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복음으로써 내가 너희를 낳았음이라”(고전 4:15). 바울의 최초 편지로 알려진 데살로니가전서 이면에 잠긴 정서를 더듬어보면 그가 개척한 교회의 교인들을 향한 애틋한 관심과 따스한 사랑이 숨쉬는 분위기가 잡힌다. 여기서 그들의 신앙적 건강과 성장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심정은 바울의 진솔한 내면 풍경에 다름 아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그들을 그리워하며, 그들과의 소통을 간절히 기대하는데, 그런 바울의 마음은 마침내 그들을 어린 갓난아이로, 자신을 유모로 빗대어 이해하기에 이른다. 유모는 씩씩하게 지도하는 자에게 따라붙는 통상적 리더십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유모는 자신의 은밀한 젖가슴에 어린아이를 품어주면서 제 몸의 일부인 모유를 먹여주는 전형적인 자기 희생의 표본이자 이타적 사랑의 증표이다. 유모는 갓난아이의 온갖 무모한 칭얼거림을 죄다 받아주면서 다독거리는 자이다. 그 아이가 쏟아내는 불평이나 불만이 더러 무모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아이가 아직 세상 물정은커녕 자신의 존재에 대한 명민한 자의식과 확고한 정체성조차 없다는 걸 익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걸 귀엽게 살피면서 수용할 여유가 유모다운 유모에게는 있어야 한다. 위의 지문에서 그 여유는 영적으로 갓난 어린 생명들을 따스하게 품을 줄 아는 유순함으로 제시된다. 그렇게 갓난아이의 부드러움과 유모의 부드러움은 만난다. 그 상호 만남으로부터 비롯되는 사귐의 관계 속에 양과 늑대의 거친 폭압이 스며들 틈이 없다. 바울의 유모 리더십은 그러기에 인정받고자 하는 인간의 가장 기초적 욕망조차 잠시 뒤로 감출 수 있는 센스를 필요로 한다. 보라, 바울 스스로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도로 능히 요구할 만하지만 그러나 너희에게든지 다른 이에게든지 사람에게는 영광을 구하지 아니”한다고 선포하지 않았던가(살전 2:6). 그도 그럴 것이 바울의 선교 철학과 목회적 신념은 자신의 모든 행동을 통해 “사람을 기쁘게 하려 함이 아니요 오직 우리 마음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 함이”었기 때문이다(살전 2:4). 이렇듯, 유모의 리더십은 리더십의 온갖 외양과 그 내적 실속조차 접어두고 그저 제 하는 일이 제 소명의 본문에 맞고 즐겁고 기뻐서 저절로 실천되는 자발적 성질의 특이한 리더십이다. 제 몸의 열매로 이 땅에 태어난 어린 자녀를 단순히 정서적 영적 희열 없이 도덕적 의무감이나 사회적 책임감으로 양육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정녕 그렇다면 그 일이 얼마나 피곤하고 짜증날 것인가. 그러나, 어린아이가 자라나면서 마냥 ‘오냐, 오냐’로만 응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아이가 곁길로 가지 않도록 삶의 기초를 가르치고 훈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양육은 유모의 젖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젖과 더불어, 아비가 벌어오는 딱딱한 양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하고, 그 양식에 값하지 못하는 짓으로 그 생명의 본분을 훼손할 때 그 아비의 엄한 질책과 선도가 요청되는 법이다. 고린도교회와 바울의 관계는 이런 아버지의 리더십을 필요로 했다. 그는 자신이 개척한 그 교회의 일부 성원들이 분열하여 제 딴에 매혹적인 이런 저런 리더십에 이끌리는 꼴을 곱게 봐줄 수 없었다. 아무리 그들이 자라나면서 남들로부터 상큼한 혜택을 맛보고 갖가지 상쾌한 경험을 했다손 치더라도 그로 인해 자신들의 태생적 뿌리를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신앙적 도의를 거스르는 영적 패륜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바울은 그 은혜스러운 남들을 ‘많은 스승들’에, 그리고 자신은 단 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로 빗대어 다른 지도자들과의 관계를 차별화한다. 아울러, 아버지 리더십의 권위로 그들이 자기 현시적인 말의 지혜에 끌리지 않고 하나님의 참 지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눈을 돌리도록 인도한다. 아버지 리더십은 자녀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자의식으로부터 발원한다. 그 자의식은 모든 자녀들의 아버지,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의 단 한 분 아버지가 되는 하나님의 입장을 헤아리며, 그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그 하나님의 책임을 의식하여 이 땅에 그의 뜻을 편벽되지 않게, 온전히, 구현하려는 사명감으로 여물어야 한다. 그리하여 아버지 리더십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볼 때 한 교회 공동체, 사회 공동체, 국가 공동체의 지도자는 그 공동체의 형편을 세심하고도 원만하게 살펴 넘치는 부분으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면서 공동체의 살림을 꾸려가며 그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 아버지 리더십은 고린도교회의 경우에서 보듯 자신의 권위로 그 자녀된 자들을 억압하고 내치는 자기 중심적 가부장주의를 지양한다. 오히려, 그 리더십의 아버지는 자신이 제시한 길을 놓고 그 자녀들을 설득하고 그 명백한 오류를 훈계하되 더불어 대화하고 토론할 줄 아는 능력과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인정할 줄 하는 품성의 소유자이어야 한다. 지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크리스천 리더십에 대하여 신약성서는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요컨대, 어떤 유형의 리더십을 어떤 이미지 위주로 떠맡든지 신약성서의 리더십은 리더십 자체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의 덕을 세우기 위한 한 가지 은사의 활용일 뿐 그 권위로써 자신의 성채를 쌓거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편으로 남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들을 줄 아는 귀가 말하는 입보다 더 존중되어야 할 바람직한 리더십의 미덕임은 두말할 나위 없는 상식이다. 공인으로서의 지도자는 그 리더십의 신용을 유지하기 위해, 그 신용으로 그 리더십이 행사되는 공동체에 유익을 끼치기 위해, 무엇보다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범에의 요구가 지나친 부담이 되어 자기의 실체를 위장하는 기만으로 빠지지 말고 그 리더십에 속한 모든 일들을 자발적으로, 기쁘게 감당할 수 있는 투철한 소명 의식과 마음의 바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모든 사항의 요점은 다음의 한 구절에 집약되어 있다: “너희 중에 있는 하나님의 양무리를 치되 부득이함으로 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좇아 자원함으로 하며 더러운 이를 위하여 하지 말고 오직 즐거운 뜻으로 하며 맡겨진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로 하지 말고 오직 양 무리의 본이 되라”(1베드 5:2-3). 출처 : http://bibleforum.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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