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가든

ㆍ작성자
ㆍ작성일	2007-04-14 (토) 10:10
ㆍ분 류	무위당

ㆍ추천: 0 ㆍ조회: 4615

ㆍIP:

성서의 數 개념

성서의 數 개념

성서에는 숫자가 많이 등장하는데, 단순한 정보일 수도 있고, 신학적인 뜻을 내포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신학적인 뜻을 내포하는 수 개념을 살펴보기로 한다.
창세 5장에 보면 홍수 이전 아담의 계보가 나오는데 모두들 장수하였다. 아담은 930년, 셋은 920년, 에노스는 905년, 케난은 910년을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창세기 저자가 원조들을 이처럼 오래 장수한 것으로 묘사한 이유는 옛날 사람들이 장수를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큰복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곧 원조들은 하느님의 특별한 배려로 장수의 복을 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포괄적 의미 이외에도 성서에 나오는 숫자 하나 하나에 상징적 또는 신학적 의미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 에녹은 365년을 살았다(창세 5,22-23). 창세기 저자에 따르면 에녹은 하느님과 함께 걸은 사람이다. 여기서 하느님과 함께 걸었다는 표현은 그분의 뜻과 계획을 헤아리고 존중하며 의롭고 착하게 살았다는 뜻이다. 365년은 일 년의 날 수와 같은 완벽한 숫자이다. 에녹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산 덕분에 완벽한 지상 생애를 마치고 죽음을 겪지 않고 하느님께로 올라갔다.

1) 완전한 숫자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다음 숫자들은 완전한 숫자이다.

7 : 음력 한 달의 4분의 1이다.
4 : 원래는 바람의 네 방향 동서남북, 곧 사방을 가리키는 데 사용된 숫자였다.
    창세기에 보면 낙원에 흐르는 강 하나가 네줄기로 갈라져 땅에 물을 댄다(창세 2,10이하).
    고대 근동에서 메소포타미아의 임금들은 ‘사방의 임금’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4는 온 세상을 뜻하는 숫자로 통한다.
10 : 역사의 한 주기를 뜻한다. 아담부터 노아까지가 10대, 셈부터 아브라함까지가 10대였다.
12 : 원래 이스라엘의 열두 부족을 가리키는 이 숫자는 족보에서 후손들의 수를 계산할 때 사용되었다.

성서에서 이상의 숫자들은 흔히, 하느님께서 우주 질서를 완벽하게 유지하실 뿐 아니라, 인간 역사의 질서까지도 가지런하게 주재하시고 지혜롭게 이끌어 가신다는 사실을 재천명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이밖에 성서에 자주 나오는 3은 완전한 수는 아니지만 교부시대에 삼위일체를 가리키는 거룩한 숫자로 통하였다.

성조들의 나이와 관련하여 학자들은 재미있는 공식을 발견하였다. 이 공식을 보면,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수학적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정교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브라함의 나이 175 = 7 × (5 × 5)
이사악의 나이 180 = 5 × (6 × 6)
야곱의 나이 147 = 3 × (7 × 7)

여기서 특기할 만한 사항들은 둘씩 줄어드는 숫자 7, 5, 3, 하나씩 늘어나는 숫자 5, 6, 7, 이 세 나이의 펼친 숫자들을 가로로 더한 숫자 17 (7+5+5 ; 5+6+6 ; 3+7+7이 모두 17이 된다.)등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된 17이라는 숫자는 위에서 언급한 완전한 숫자 10+7로 구성되어 있다. 곧 이 성조는 저마다 완전한 수명을 누리며 살았던 분들임을 뜻한다.

40 :
성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40이라는 숫자도 완전을 뜻하는 숫자 가운데 하나이다.
위에서 설명한 완전한 숫자 4에다 10을 곱하면 40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스라엘은 보통 40년을 한 세대로 계산한다. 노아의 홍수는 40일 동안 계속되었고(창세 7,4),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떠돌아 다녔으며(탈출 16,35 ; 민수 14,33 ; 신명 29,5), 다윗은 이스라엘 백성을 40년 동안 다스렸다(2사무 5,4). 엘리야는 40주야를 걸어 호렙산에 도달하였다(1열왕 19,8).
예수님이 40일 동안 광야에서 단식 기도를 바치셨다는 공관 복음의 기록(마태 4,2 ; 마르 1,13 ; 루가 4,2)은 이스라엘이 시나이 광야에서 지낸 40년을 반영한 것이다. 루가는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40일간 제자들과 함께 지상에 머무셨다고 보고한다 (사도 1,3).

70 :
40이라는 숫자 말고도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숫자는 70이다.
70역시 완전한 숫자 7에 10을 곱한 완전한 숫자이다. 이집트로 들어갈 때 이스라엘의 자손들은 70명이었고(창세 46,27 ; 탈출 1,5), 예레미야 예언자에 따르면 바빌로니아 유배 기간도 70년이었다(예레 25,11).
모세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다스릴 때 원로 70명의 도움을 받았는데(민수 11,24), 실제 원로 숫자는 성막에 가지 않고 진중에 남았던 두 원로까지 합하여 72명이었다(민수 11,26). 이 72는 예수님이 선교의 목적으로 파견하신 72명의 제자와 같은 숫자이다(루가 10장). 시편의 저자는 사람의 이상적 수명을 70세로 보았다(시편 90,10).

2) 요한복음의 숫자

완전한 숫자와는 관계없지만 요한 21,11에 나오는 153이라는 숫자도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석가들의 특별한 주의를 끌었다.
이 숫자는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던져 잡아낸 갈릴래아 호수의 물고기 수이다.
요한복음 저자가 성서의 다른 대목에 전혀 언급이 없는 이 숫자를 특별히 명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이 예로니모 성인은 에제 47,6-12를 주석하면서 당대의 그리스 동물학자들이 물고기 종류를 153가지로 분류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현대의 많은 주석가들이 이를 받아들여 요한복음 저자가 세상의 물고기 종류가 다 잡힐 정도로 많은 물고기가 잡혔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 숫자를 명기한 것으로 여긴다.

반면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1에서 17까지의 숫자를 합하면 153이 되는 데 착안하여 17이라는 숫자를 상징적으로 해석한다. 17은 십계명을 가리키는 10과 일곱 갑절의 하느님의 영(묵시 1,4)을 가리키는 7을 합한 숫자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복잡한 해석들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를 정확한 설명으로 내세우기는 어렵다. 해석이야 어떻든 이 숫자는 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잡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된 것만은 분명하다.

3) 묵시록의 숫자

144,000이라는 숫자는 묵시 7,4이하와 14,1 이하에 나오는데, 이스라엘 지파에서 나와 이마에 도장을 받은 사람들, 또는 선택된 사람들을 말한다. 이 숫자 역시 상징적이다. 144,000은 이스라엘의 지파수 12를 두 번 곱하고 여기에 고대 이스라엘 군대의 한 부대 단위인 1,000을 곱하여 얻은 숫자로서 이스라엘의 충만함을 가리킨다.
144,000 = 12 × 12 × 1,000을 약간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 처음 12는 이스라엘의 지파수, 두 번째 12는 12사도단, 그리고 1,000은 하느님께 속한 무한한 숫자로 이해할 수도 있다.
어떻든 두 경우 다 144,000이라는 숫자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 숫자를 근거로 구원받을 사람들의 수를 144,000명으로 제한하려는 여호와 증인이나 여타 비슷한 신흥종교들의 시도는 모두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이 숫자는 하느님의 구원에 초대된 자들이 무척 많으리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묵시 7,9에 따르면 이스라엘인들 외에도 “아무도 그 수효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이방인들의 구원을 언급한다.
또 요한복음은 온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다.(요한 3,16-17참조)

그 다음 666은 완전한 숫자 7에서 하나가 부족한 6이 셋이 모였으니, 가장 부족한 또는 불길한 숫자로 통한다. 묵시 13장은 로마 제국 자체를 하느님을 모독하는 짐승으로 암시한다. 13,18에 따르면 이 짐승을 가리키는 숫자 666이 실제로는 사람의 이름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다니 2,27-28에서 느부갓네살이 바빌로니아 제국과 동일시되듯, 여기서도 로마 황제가 로마 제국을 뜻할 수 있다. 따라서 흉수 666은 당시에 교회를 가장 심하게 박해하던 로마 제국, 특히 제국을 대표하는 로마 황제(네로 황제?)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정태현, 성서 입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