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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과 영상매체
구약성경과 영상매체 김 회 권 (숭실대학교 교수 / 구약학) 들어가는 말 최근 N-세대들에 의하여 주도되는 인터넷 온라인 의사소통(동영상) 문화, 영화의 문화적 위력에 대한 공감적인 이해, 천문학적 TV 광고산업, 공중파나 유선방송으로 전파되는 전세계적 프로 스포츠산업, 뮤직비디오 산업의 번창, 그리고 성형 수술 유행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눈”으로 보는 행위에 호소한다는 것이다. 문자를 읽고 이해하는 속도에 비하여 이미지나 영상메시지는 그것의 애매모호성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사람들의 단기 기억회로로 유입된다. 그러나 영상매체로 접수된 자료가 인간의 심층적인 판단작용이나 상상력에 얼마나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눈으로 접수된 정보나 지식이나 이미지 자료들이 현대의 대중들의 행동과 판단에 대단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자영상매체가 고전적인 글읽기와 심사숙고 끝에 내리던 판단작용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할 지라도 많은 경우 고전적인 책읽기 문화와 의사소통 행위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일들은 전자영상매체가 주는 사회학적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잘 가늠케 해 준다. 영화, 인터넷 동영상이나 사진파일, 그리고 기타 영상매체들은 좋은 의미이건 나쁜 의미이건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들의 가치판단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은 이러한 영상 매체가 가져오는 문화변혁적 파급현상에 대하여 마냥 적대적일 수만은 없다. 문제는 “눈”으로 유입되는 수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과연 얼마나 일관성있게 기독교적 성품의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어느 정도까지 현대의 전자영상매체문화와 공존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의 긴장과 거리를 유지하여야 하는가? 구약성경의 예언자들과 “눈으로 보는 행위”의 애매모호성 구약성경이 현대적인 영상매체를 예상하여 이렇게 저렇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구약성경은 “눈으로 보는 행동”의 신학적 의미에 대해서는 할 말을 갖고 있다. 구약성경은 “보는 행위”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는 행위로 본다. 구약 예언자들은 한 때 선지자로 불리기 전에 “선견자”(先見者, seer)라고 불린다(삼상 9:9; 사 30:10에서 예언자들은 로에와 호제로 불린다). 아모스 1장 1절(“…아모스가 이스라엘에 대하여 묵시받은 말씀이라”)과 이사야 1장 1절(“…이사야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대하여 본 이상이라”)과 이사야 2장 1절(“이사야가 받은바[원전: 보았던]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한 말씀[다바르]이라”)에는 신학적인 의미에서의 “보다”라는 동사와 그 동사에서 파생된 명사(“이상”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하존[ןוֹזꕟ])가 사용되고 있다(참조. 렘 1:11 “네가 무엇을 보느냐?”).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은 “듣는 자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보는 자”였다. 그들은 역사의 현상들을 꿰뚫어 “보는” 사람들, 인간들의 활동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행동과 의도들을 간파하는 영감받은 관찰자요 현실분석가들이었다. “보는 행위”가 그 자체로 반(反)기독교적 방향으로 치달을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눈으로 보는 행위”가 아주 피상적이며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데 실패하는 기만적 지각행위로 그칠 것에 대한 경보음이 구약성경 전체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것이다(마 6:22-23：“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눈이 나쁘면 온 몸이 어두울 것이니 그러므로 네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두움이 얼마나 하겠느뇨”). 뱀에게 유혹당한 하와의 눈에는 에덴동산의 선악과나무가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게” “보였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창 3:5-6). 욕심으로 기울어진 롯이 보기에는 악독한 죄인들이 살고 있는 소돔과 고모라마저도 아주 살기 좋은 땅으로 보였다. “이에 롯이 눈을 들어 요단 들을 바라본즉 소알까지 온 땅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이었는고로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창 13:10). 베드로는 풍랑이 이는 바다 위를 걸어 예수님께로 가다가 바람을 “보고” 무서워 물에 빠져간다. “오라 하시니 베드로가 배에서 내려 물위로 걸어서 예수께로 가되 바람을 보고 무서워 빠져 가는지라 소리질러 가로되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 하니…”(마 14:29-30). 홍해 앞에 도달한 히브리 노예들은 자신들을 추격한 애굽 군대 600승 병거를 보고 나서 마음이 산산이 무너져 내린다. “바로가 가까와 올 때에 이스라엘 자손이 눈을 들어 본즉 애굽 사람들이 자기 뒤에 미친지라 이스라엘 자손이 심히 두려워하여 여호와께 부르짖고…”(출 14:10). 또한 가데스바네아에서 헤브론 지역을 40일간 정탐하러간 이스라엘의 12지파 두령들이 가나안 땅 정복전쟁의 착수를 앞두고 제출한 지극히 패배주의적인 보고서를 보면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보여준다. “28그러나 그 땅 거민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고 심히 클 뿐 아니라 거기서 아낙 자손을 보았으며… 32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그 탐지한 땅을 악평하여 가로되 우리가 두루 다니며 탐지한 땅은 그 거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33거기서 또 네피림 후손 자손 대장부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의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민 13:28-33). 이처럼 구약성경에는 “눈으로 보는 행위”의 기만성과 편향성을 부단하게 지적하고 있다. 현대 전자영상매체가 갖는 역할은 이런 구약성경의 경보음을 고려하면서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터넷과 TV와 같은 전자영상매체가 갖는 순기능 혹은 적극적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영상매체는 전(全)지구적 혹은 공동체적 연결의식을 심어준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는 영어나 중국어가 아니라 인터넷이나 텔레비젼이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텔레비젼이나 인터넷 등과 같은 전자영상매체의 위력 앞에 경배하고 있다. 엄청난 자료축적과 자동처리, 신속한 업무처리, 세계적으로 신속하게 기능하는 표준의사소통 체계는 인터넷이나 TV와 같은 전자영상매체의 위력의 한 일단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제는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일어나는 일도 인터넷에 접속한 세계시민에게는 결코 먼 나라의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나자 세계의 각국 정상들에게서 답지한 애도전문은 세계가 이제 과연 지구마을 정도로 축소되고 응집된 의사소통권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공공연히 발생한 모든 일들은 공중영상 전파를 타고 세계인의 안방으로 전송된다. 전세계적 환경운동, 반전운동, 그리고 선진국 중심의 세계화에 대한 반대운동도 TV를 통하여 획득된 정보에 대한 대항운동인 셈이다. 인터넷과 같은 신속한 의사소통의 그물망은 세계적인 쟁점들에 대한 시민들의 집단화된 반응을 조직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외국 주요언론들은 어제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도하는 서울발 기사에서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로그온”이란 말을 사용하였다. 조선일보와 같은 중앙일간지가 갖던 언론권력은 인터넷에 의한 의사소통 체제가 가동하고 나서는 급격하게 붕괴되어 간다. 만일 인터넷이 없었다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불가능한 현실이었을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전자영상매체는 그 동안 제도적인 언론이나 공적인 의사소통망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직접적 정치참여의 길로 유도하는 힘을 갖는다. 중앙일간지에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소위 기존 사회의 체제에서 성공을 거두었거나 이미 안정된 체제 속에 안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체제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모든 중앙일간지는 인터넷 의사소통 세대에 비하면 보수적인 관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터넷 의사소통 세대는 문자 매체의 기득권을 허물며 새롭게 떠오르는 또 하나의 언론 권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도 중앙일간지와 마찬가지로 파당적인 편향시각이 활개 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전자영상매체는 사건들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정보전달을 가능케 한다 전자영상매체는 공적인 대의명분이 걸린 일들에 즉각적 참여의 길을 열어준다. 얼마 전 전세계 50여 나라에서 일어난 이라크 반전 시위는 인터넷과 TV와 같은 영상매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1992년 걸프전쟁 때 이라크의 바그다드 위로 쏟아진 미국의 폭탄이 폭발하면서 만들어낸 잿가루와 전파(全破)된 바그다드의 시가지를 TV로 본 사람들은 미국의 군사적 위력을 인정하기도 한 반면에 그런 장면들은 그들에게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침략에 대한 저항감을 심어주었음에 틀림없다. 미국의 공중파들과 인터넷 체계들은 전쟁에서 사용된 첨단무기의 위력을 설명하기 위하여 미사일의 발사과정과 목표지점에서 파열하는 장면을 생동감 넘치는 동영상으로 띄워주었다. 그래서 인터넷에 접속하였거나 TV 앞에 앉아서 CNN 방송의 실시간 전쟁실황 뉴스를 본 사람들은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전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또 한편 80년대의 한국의 운동권 세대들이 물리적 광장을 버리고 인터넷의 광장에 들어와 어마어마한 의사소통 역량을 발휘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2월 24일판 중앙일보에는 “운동권, 신주류로 뜬다. 사이버 連帶장악… ‘聖域’깨는 힘”이라는 제하의 기획기사가 실렸다. 인터넷을 접수한 운동권 세력은 이제 좌익이념으로 편향된 대학생들을 가리킬 수 없는 아주 포괄적인 용어가 되었다. 사이버 의사소통망을 장악하는 인터넷 운동권은 계층, 성별, 직업, 연령에 상관이 없이 쟁점이 생길 때마다 하나의 응집력 넘치는 의사소통의 아크로폴리스를 형성하며 여론을 주도한다. 중앙일보는 그들을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사회운동 출현”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한다. 사이버 공간을 점령한 신운동권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시민사회 발전을 주도하는 세대다. 인터넷 세대간의 이뤄지는 엄청난 속도의 의사소통 행위는 그 동안 신문이 지배하던 지식권력 기반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미선이와 효선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임으로 시작하였다가 주한 미군의 범죄사건들을 고발하는 촛불시위로 번진 경우도 영상매체가 제공하는 시각자료의 직접성의 위력을 본 것이다. 대구지하철 사고장면을 보면서 일어난 전국민적 애도물결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타버린 전동차의 잔해 앞에 한 줌의 재로 타버린 자녀를 안고 오열하는 찢긴 모성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전달해 주는 것은 영상매체만의 장점이다. 대구로 향하는 전국민적인 애도의 물결도 전자영상매체나 인터넷 매체의 위력 때문에 가능해 진 현상이다. 이처럼 영상매체는 사회적 공익이나 대의명분을 실현하기 위한 신속한 대중참여를 가능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영상매체는 본질적으로 몇 가지 어두운 점들을 안고 있다. 전자영상 혹은 이미지 중심 메시지 전달은 본질보다는 대중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우중(愚衆) 민주주의적인 맹목에 노출되어 있다. “전체”보다는 “부분”을 보여주는 영상매체 -문화권력자들의 대중조작 가능성?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전체보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전자영상매체의 소비자들을 그것을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정권의 맹목적 추종자나 거대 재벌의 영상마케팅 산업의 소비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사회나 한 때 공산주의 정권들은 이런 의미의 영상매체 권력을 한껏 이용하였다. 특히 김정일 정권은 영화예술의 선전선동 기능을 천재적으로 이용한다는 국내외 언론의 보도가 있어왔다. 이런 경우 미국 사람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CNN 방송만을 계속 시청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미국 편향적인 관점만을 섭취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왜 미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극우적 애국심과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의 속임수와 부분적 “보여줌”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북한에 대하여 터무니없는 자부심과 긍지를 드러내듯이 미국 사람들은 세계 평균시민의 시각이나 관점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두 사회다 “닫힌 사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보자면 미국 사회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나 북한보다는 보다 더 열린 사회인 것이 사실이다. 소수이지만 미국 안에도 자신의 나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로 미국교회의 신학도 보수적인 우익신학이다. 자신의 나라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드러내는 신학적 체계에 익숙하다. 미국식으로 “보는” 관점을 상대화시킬 수 있는 관점이나 신학적 전망이 놀랄 정도로 빈곤하다. 우리나라의 언론인이나 서구 유럽 편향의 지식인들은 사실 미국적 현실에 편안하게 길들여진 사람들이 많다. 미국 사회 내에서도 거의 정신병자 취급받는 극우인종차별주의자들의 의견을 미국의 대표적 학자의 의견이라고 마구 소개하는 사람들이 있다(윌리암 새파이어의 경우). “전체”보다는 “부분”을 보여주는 것은 비단 전자영상매체만이 아니지만 효과 면에서는 전자영상매체는 검증이나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일방적인 규정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더 크다. 이런 점에서 TV와 같은 영상매체들의 문화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들의 모니터 활동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영상매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어쩔 수 없이 편향될 수밖에 없음을 알고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읽기 문화를 잠식하는 전자영상문화 전자영상문화는 “속도의 마력”으로 책의 고전적 권위에 도전한다. 손마디의 작은 힘(마우스에 의하여 아주 빠른 시간마다 화면을 달리하는 인터넷이나 리모콘의 원격조작으로 수없이 많은 영상들을 보여주는 영화, 그리고 소위 현장 중계방송 등은 책을 읽고 묵상하고 글을 쓰는 고전적인 공부문화를 잠식한다. 책을 읽는 행위는 아주 능동적인 상상력의 작용없이는 불가능하다. 글읽는 행위시와 TV 시청시 뇌의 활동량은 큰 차이를 보인다.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 불명>이라는 영화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국의 폐해와 거기에 기생하는 한국의 고단한 인생들의 인생유전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영화를 보면서도 한국과 미국 주둔군과의 관계를 잠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보다 더 알찬 인식은 한국현대사와 미군정청 역사 등 역사자료들을 읽을 때 가능해 진다. 영화는 무슨 메시지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너무 실용적인 잣대를 갖고 보지 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메시지를 담지 않는 영화는 없다. 제작자와 감독자나 배우는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영화가 일종의 의사소통행위임을 부정하는 행위다. 마찬가지로 <닥터 지바고>를 책으로 읽는 것과 2시간짜리 영화 <닥터 지바고>를 한 번 보는 것은 천양지차를 낸다.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고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였다고 하는 것은 두꺼운 장편대하소설을 2시간 만에 읽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사고의 폭과 넓이를 가능케 하는 글읽기는 늦은 속도감 때문에 점점 주변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이 현격하게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대학교수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는 것도 이런 진단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영상으로 접수된 지식이나 정보는 거의 예외 없이 신속하게 접수된 속도만큼 신속하게 잊어버린다. 꿈을 꾸는 것과 같다. 우리는 꿈속에서 무수한 장면을 보지만 자고나면 거의 다 잊어버린다. “속도”의 신에 절하려는 유혹보다는 글읽기에 전념하는 책세대들이 지속적으로 전자영상세대의 한계들을 보완해 주어야 할 것이다. 결론 “눈”에 호소하는 전자영상매체는 형이상학적 세계(영적 세계)에 대한 단절을 가속화할 수 있는 형이하학의 일면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이용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창조사건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나님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눈은 자신이 보는 것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창조주 하나님 앞에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현대인들은 형이하학적(오감에 의한 경험가능한 세계) 세계만을 궁극적 실재라고 믿는다. 감각세계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각만을 정보와 지식획득의 유일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중조작의 희생자가 될 수 있고 자신의 뒤틀린 욕망(롯과 하와, 민수기의 10정탐)의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늘 명심하여야 한다.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은 “보는 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본 것” 속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현존”을 발견한 사람들이었다. 전자영상매체가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수준을 넘을 수는 없다.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눈에 하나님이라는 궁극적 초월자/절대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전자영상매체는 초월의 창문이 닫힌 채 더듬거리는 맹목의 촉수(觸手)에 불과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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