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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의 신학적 의미
수명의 신학적 의미(창세기 50장 22-26절) 천 사무엘 (한남대학교 교수 / 구약학) 들어가는 말 예수님 당시에 살았던 유대교 성서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필로(Philo of Alexandria)는 성경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문자적 의미와 상징적 의미이다. 필로에 의하면, 문자적 의미란 성서 본문이 실제로 말하고 있는 것이고, 상징적 의미란 영적인 생각을 통하여 찾을 수 있는 신비한 것이다. 즉, 문자적 의미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글을 읽는 사람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고, 상징적 의미란 이성적 영혼의 소유자들만이 발견할 수 있는 영적인 것이다. 필로가 말하는 성경의 상징적 의미, 즉 영적인 의미를 우리는 알레고리적(allegorical) 해석이라고 부른다. 필로는 왜 문자적 의미 이외에 상징적 의미를 성경에서 찾으려고 했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성경의 문자적 의미만 고집할 경우, 많은 모순들이 나타나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자면, 성경은 하나님이 사람과 같지 않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을 마치 인간처럼 신인동형론적으로 묘사한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사람처럼 질투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며 에덴동산을 소리내어 걷기도 한다. 또한, 아브라함과 같이 위대한 신앙인이 믿음 없는 행동을 하여, 하갈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기도 하고, 버리기도 한다. 야곱과 같은 족장은 네 명의 여자로부터 자식을 낳기도 하고 남을 속이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을 읽으면서 필로는 고민했다. 성경이라는 위대한 하나님의 말씀에 이렇게 비윤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경에 나와 있는 위인들이 과연 그러한 비도덕적 행동을 했을까? 초월적인 하나님을 왜 유한한 인간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묘사하는가? 그렇다면, 성경의 내용이나 성경의 위인들이 희랍철학자들이나 그들의 가르침보다도 못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성경의 하나님은 희랍의 신들보다 못하다는 것이 아닌가? 당시의 풍습이나 도덕적 관례 그리고 문화적 환경을 고려할 때, 필로는 성경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하여 필로는 주장하기를, 성경에는 문자적 의미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은 2000년 전에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던 필로만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동안 기독교 역사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고, 오늘날도 많은 신앙인들이 직면하는 문제이다. 그리하여 성경을 읽다가 문자적인 의미로만 이해되지 않을 때,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성경은 초월적인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 안에서 그 모든 내용을 다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또한, 하나님은 인간의 언어로 다 표현될 수 없기 때문에, 성경에는 하나님을 표현하기 위하여 많은 비유들과 상징들을 사용한다. 이것은 성경 본문이 문자적 의미를 넘어서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성경이 문자적 의미에서만 이해되고 말 때에, 성경은 단순한 옛날 책, 즉 옛날에 그랬었다고 말하는 책에 불과하다. 설교란 성경의 문자적 의미를 넘어서는, 영성을 위한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이요, 성경 본문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살려내는 것이다. 족보에 나오는 수명 창세기를 문자적 의미로만 읽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는 인간의 수명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홍수 이전에 사람들의 수명은 대단히 길었다. 므두셀라는 969세를 살았고, 그의 아버지 에녹은 365년을 이 땅에서 살았다. 홍수 이전에 산 사람들의 수명은 에녹을 제외하고, 약 800-1000세이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창조 때부터 홍수 이전까지의 연대를 계산해보면, 모두 1656년이다. 이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의 내용 즉 마소라 텍스트에 근거해서 볼 때 1656년이지만, 사마리아 오경에 의하면 1307년이고, 초대교회 성경이었던 칠십인역에 의하면 2242년이다. 또한, 창세기 11장에 보면, 노아의 아들 셈에서부터 아브라함까지의 족보와 수명이 나오는데, 이를 근거로 계산해보면, 노아에서부터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 때까지의 기간은 약 390년쯤 된다. 오늘날 아브라함의 연대를 아무리 높게 잡아도 주전 1800-1700년경으로 잡기 때문에, 아브라함부터 오늘날까지의 기간은 약 4000년쯤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아브라함부터 아담까지의 연대를 더 하면 약 2116년쯤 되는데, 이것은 창조 때부터 오늘날까지의 기간이 약 6120년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성경에 나오는 나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지구의 역사는 약 6120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러한 지구의 역사는 현대 과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구나 우주의 나이와 너무나도 차이가 많이 난다. 성경이 제시하는 인간 수명에는 상징적 혹은 신학적 의미가 있는가? 인간의 오랜 수명에 관한 기록은 수메르 왕 목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룰림 왕은 28,800년 동안 통치했고, 알랄가르 왕은 36,000년간 다스렸다. 고고학과 역사학의 연구결과를 고려해 보면, 이러한 통치기간은 실제 역사 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왕의 통치기간을 표현하고자 했던 고대인들의 숨은 의도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창세기에 나오는 족장들의 수명은 상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그들의 수명에 담긴 숨은 의도를 살펴본다. 족장들의 수명 우리는 창세기에서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리고 요셉의 수명을 읽을 수 있다. 아브라함은 175세, 이삭은 180세, 야곱은 147세, 그리고 요셉은 110세를 살았다. 그런데 이 숫자들의 수학적 패턴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먼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수명은 두 가지 수학적 구성을 보여준다. 족장의 이름 수명 수학적 구성(1) 수학적 구성(2) 아브라함 175 5X5X7=175 5+5+7=17 이삭 180 6X6X5=180 6+6+5=17 야곱 147 7X7X3=147 7+7+3=17 위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수학적 구성 (1)에서 수명을 구성하는 처음 두 개의 숫자들은 하나를 더하면서 점점 커진다：5-6-7. 반면에 마지막 숫자는 둘을 빼면서 점점 작아지는데 모두 홀수이다：7-5-3. 또한, 수학적 구성 (2)에서는 수학적 구성 (1)에서 사용된 숫자들의 합이 각각 17임을 보여준다. 다른 한편, 요셉의 수명은 110세인데, 이 경우에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의 수명에서 사용된 숫자들이 다시 사용되며, 7-5-3-1 패턴을 따른다：110세=(5X5+6X6+7X7)X1. 이러한 족장들의 수명의 수학적 패턴이 주는 신학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로, 이스라엘의 조상들의 삶과 이스라엘 민족의 형성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삶은 우연한 것 같지만,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서 이루어지고,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삭의 탄생이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 가운데서 이루어졌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아브라함이나 이삭의 죽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창세기에 언급된 족장들의 수명은 인간의 탄생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가운데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죽음은 단순히 슬픈 이별이나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에 의하여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는 인간의 죽음에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요셉은 12명의 야곱의 아들들 가운데 족장들의 전통을 잇는 진정한 계승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창세기는 요셉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하여 창세기의 후반부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로 거의 대부분 할애되었다. 또한, 요셉의 수명은 조상들의 수명과 조화되는 수학적 패턴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요셉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을 계승한 네 번째 족장이며, 그들의 삶과 역사를 이어받은 진정한 족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요셉의 삶 역시 하나님의 치밀한 계획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족보에 나오는 수명의 의미 창세기의 족보에 나오는 인간 수명의 신학적 의미를 족장들의 수명처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는 힘들다. 다양한 숫자들에 내포된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연구는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세기에 나오는 인간 수명의 몇 가지 실례들을 다음과 같이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로, 하나님과 동행한 삶을 살았던 에녹의 수명은 365년이었다. 365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태양력으로 일년의 총 날수를 계산한 것이다. 에녹이 365년을 살았다는 것은 1년 365일이 완전한 총 날 수인 것처럼, 에녹의 삶도 완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녹은 완전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었고,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셨다는 것이다. 둘째로,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은 므두셀라인데, 그의 수명은 969세이다. 오늘날 969세를 산 사람은 없다. 므두셀라는 오늘날 평균수명보다도 10배 이상 살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편에서 보면 이것도 짧은 인생이다. 시편 90편 4절에 보면, 하나님에게는 천년이 하루 같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 말은 하나님의 하루가 천년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말이 주는 의미를 고려하면서 므두셀라의 수명을 생각해보면,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살아보았자, 하나님의 하루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크고 위대하시지만, 인간은 지극히 보잘 것 없고 약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창조 때부터 아브라함과 모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평균 수명은 점점 줄어든다. 아담에서 라멕까지는 800-1000세이고, 노아에서 아브라함까지는 200-600세이며, 아브라함에서 모세까지는 100-200세이다. 그리고 시편 90편 10절에 의하면, 인간의 평균 수명을 70-80세로 잡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수명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은 왜 이렇게 인간의 수명이 점점 줄어들었다고 보고하는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늘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해석은, 인간의 죄악이 점점 더 심각해져 갈수록 인간의 수명은 점점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어떤 사람들은 홍수 이전과 홍수 이후의 사람들의 수명이 차이가 난 것은 식생활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즉, 창조 때부터 노아 홍수 때까지는 인간의 식생활이 채식뿐이었지만, 노아 홍수 이후부터는 동물을 잡아먹기 시작했는데, 인간이 육식을 시작하면서 수명이 더 짧아졌다는 것이다. 오늘날 채식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해석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해석에 대한 근거는 아직까지 분명치 않다. 신학적 메시지 창세기에 기록된 인간의 수명이 주는 신학적 메시지를 정리해 본다. 첫째로, 인간의 모든 삶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건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은 우연의 연속인 것 같지만, 거기에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고, 계획이 있으며, 역사하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탄생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이해해야 하며, 죽음은 단순한 슬픔이나 이별이 아니라, 역사를 이어가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둘째로, 우리 신앙인은 1년 365일 날마다, 매 순간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된다. 그럴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며, 에녹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그의 나라로 인도하신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은 비록 그 수명이 짧지만에녹은 당시 사람들에 비하여 이 땅에서 짧게 살았다의미와 보람이 있고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기억된다. 셋째로, 인간의 삶과 인간공동체가 죄악으로 물들 때, 하나님과 멀어지며, 인간의 생명에도 유익이 없다. 질병이 없고, 평화로우며 건강하고 장수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고 그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야 된다. 죄악은 우리 자신의 몸과 정신과 영혼뿐만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와 자연 환경까지도 불행하게 만든다. 생명의 하나님께 대한 순종은 우리를 생명으로 인도한다. 넷째로,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산다해도, 하나님의 편에서 본다면, 지극히 짧은 세월이다. 인간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여전히 짧은 세월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원대하심에 무릎을 꿇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각하며 사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가 이루어지는 삶, 그리고 날마다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는 삶이 우리 모두의 삶이 되기를 기원한다. “말씀에 따라 조심하며 사는 사람은 일이 잘 되고, 주님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잠 16:20);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앞길을 계획하지만,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주님이시다”(잠 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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