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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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일	2005-06-30 (목)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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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매체가 만나는 신학들 다시보기
영상매체가 만나는 신학들 다시보기
                                                                                  김 형 동 (부산장신대학교 교수 / 신약학)

텔레비전의 깜박거리는 불빛을 지켜보는 가족의 모습은 현대인의 단면인 동시에 전기 미디어가 갖는 가공할 만한 힘을 상징한다. 미국의 10대들은 주당 21시간을 텔레비전에 보내는 반면 부모와의 대화 시간은 25분(아버지와 5분, 어머니와 20분)에 불과하다. 텔레비전으로 대변되는 영상매체는 전신과 사진의 개발로 시작된 주된 변화의 속성이나 특성을 대신한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변화의 매체를 “미디어”라고 부르고, 때로는 우리의 새로운 시대를 “전기 시대”(electronic age)라 부른다. 전기 미디어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이 우리를 완전히 둘러싸는 문화적 환경을 형성함으로써, 일찍이 맥루한이 예언자적 안목으로 지적한 것과 같이, 영상매체는 인간을 흠뻑 적실 정도로 인간을 마사지하고 있다.
우리의 정보를 저장하는 방법이 의식을 지배한다. 즉, “매체는 메시지이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이러한 새로운 미디어와 새로운 환경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심각하다. 새로운 전기 미디어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인식론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실로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는 엄청난 업적을 이루어 이제는 신체의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한다. 컴퓨터의 전원을 뽑아 버리는 것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인간과 컴퓨터와의 공생은 그토록 짧은 시간 동안에 너무나 친숙하게 되어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플러그를 뽑는 것은 사회적 자살에 해당되게 되었다. 이전 시대에 교회가 새로운 문자적 교양(literacy, 可讀性)으로 출판의 시대에 대응하였듯이, 교회는 전기 매체에 대처하는 새로운 교양을 필요로 한다.
알빈 토플러는 폭력, 부, 지식이 사회적 권력의 궁극적 원천임을 지적하였다. 일본 신화에서 언급된 “샨슈 노 진기”(칼, 보석, 거울)는 지금까지도 일본 황실권력의 상징물로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영상매체는 되풀이하여 사회적 권력의 궁극적 원천인 폭력, 부, 지식(혹은 거울)의 신화적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쏟아 붇고 있다. 필자는 영상매체들이 반복하여 들려주는 폭력과 부와 지식(혹은 거울)에 관한 신화들(이야기)을 성경적 관점에서 비판․수용하고자 한다.

영웅/구원자 신화(hero/savior myth)
모든 문화는 영웅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영웅담을 통하여 사회가 어떻게 무질서와 혼란에서부터 질서를 회복하는 지를 보여준다. 삶에 있어서의 위기는 인간 경험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를 통한 해결은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열쇠가 된다.
서부영화는 미국의 영웅 신화를 담고 있는 주요 채널이다. 영웅은 다른 이들과 주위 환경보다 뛰어난 인물이다. 서부영화는 미래가 우리의 희망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더티 하리”(Dirty Harry)와 같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계(도시)는 희망이 없는 타락된 세계로서 거기에는 종말론적인 탈출을 제공하는 에덴 동산이 없다. 서부영화에서는 하나님은 미래의 약속으로 존재하지만, 더티 하리와 같은 영화에서는 하나님은 부재(不在)하다. 단지 외로운 개인만이 승리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체제에 거슬러 생존한다. 이러한 영화는 세상은 돌이킬 수 없이 악하다는 견해에서 나왔다. 이러한 견해는 신학적으로는 고대의 마니교의 신앙과 매우 흡사하다. 이 둘은 세상에 대한 이원론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답으로 일종의 금욕주의 혹은 외로운 개인주의를 옹호한다.
영웅/구원자 신화는 폭력이 사회적 권력의 원천임을 보여주는 반복적 이야기이다. 폭력이야말로 이러한 이야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레바논에 람보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어쩌면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에 람보를 보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야기는 상대방에 대한 종말적 파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예수께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눅 10:29-37)와 탕자의 비유(눅 15:11-32)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너무나 많이 들어왔다. 따라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먹은 귀를 돌려 댈 수 있다. 누가 이후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영웅/구원자 이야기로 분류되었고 이방인의 시각에서 조망되었다. 하지만 예수가 이 비유를 말했을 때, 그것은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유대인들은 사마리아인을 선하거나 혹은 친한 사이로 생각지 않았다. 그들에게 사마리아인은 적이었다.
주후 1세기 유대인들의 기대에서 볼 때, 제사장-레위인-사마리아인은 이상하게 조합된 삼각구도이다. 당연히 유대인(평신도)이 예상되는 자리에, 적인 사마리아인이 들어선 것이다. 사마리아인이 등장하면서 그가 길에 쓰러져 거의 죽게 된 자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때에, 이 이야기는 더 이상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반영웅 이야기가 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세 가지의 가능성을 갖는다：(1) 사마리아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2) 이야기를 무시하는 것. 아마도 대부분의 청중들이 이 가능성을 택했을 것이다. (3) 쓰러진 자가 되는 것. 영웅/구원자의 역할이 아니라,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이야기에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다스림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되어야만 한다. 이 이야기는 하나님의 메시야가 그들의 적들에게 복수를 해주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선택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그것만이 열려있는 선택이다.
탕자의 비유도 종종 영웅/구원자 신화로 이해되었다. 아버지는 하나님에 대한 대역으로 회개하는 둘째 아들을 구원하고 자기의 의로 충만한 독선적인 맞아들을 내치는 분이다. 둘째 아들은 잃었다가 다시 찾았고, 죽었다가 이제 살아났다. 아버지는 그 아들의 지위를 회복하고 동생의 지위를 회복하는 잔치에 오기를 거절한 첫째 아들을 내친다. 이 비유는 회개에 대한 하나님의 자유로운 은총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로 이해된다. 이 비유는 우리의 최고의 자기만족적인 바람인 죄사함으로의 회복을 성취한다. 둘째 아들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우리는 “명예로운 죄인”의 역할을 한다. 우리는 용서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 용서는 사랑이 없는 형을 내침으로 인해 보강된다. 이러한 이해는 이 비유를 영웅/구원자 신화의 견해에서 읽는 것이다.
하지만 이 비유는 청중들을 둘째 아들과 일치시키게 한다. 이방인들은 유대인들이 첫째 아들일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자신들을 둘째 아들과 동일시한다. 기독교가 유대교를 대신했다는 사고방식만이 이러한 이해를 정당화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대인 청중들은 자신들이야말로 모든 열방 가운데서 가장 어린 아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유대의 법과 관습은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는 것과 아버지가 그 요구에 응한 것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왜냐하면 임종 전에 그의 재산을 미리 양도하는 것은 말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어리석은 행위이다. 랍비의 속담이 말하듯이, 세 사람 가운데 하나님께 부르짖어 응답을 받지 못하는 자는 “생전에 그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준 자이다.” 이 비유에서 아버지는 어리석은 자이고, 둘째 아들은 그의 아버지를 죽인 것과 같다. 헬라어 원문을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아들은 재산 가운데서 그의 몫을 요구했지만 아버지는 그의 “삶/생명”(bioj, “비오스”)을 나누어주었다.
아들이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달려나가 입맞춤을 했다. 동양의 남자의 위엄을 내팽개치고 달려 나갔고, 보다 심하게는 부부사이에 하는 것과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katafihsen). 여기서 아버지는 마치 어머니와 같이 행동했다. 아버지는 남성의 명예를 포기하고 여성의 수치를 택했다. 게다가 불만을 토로하는 첫째 아들에게 “얘야”(아이, "baby" or "child")라고 부르는 목소리는 어머니의 음성이었다.
비유에서 두 아들 모두는 탕자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 역시 여자처럼 수치스러운 행동을 했다. 이 비유는 지중해의 명예와 수치에 기초한 가치를 뿌리 채 흔들어 놓는다. 아버지는 악한 자와 의롭지 못한 자를 벌하는 신과 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그는 어리석은 자이다. 둘째 아들은 형을 내몰고서 용서를 받고 그의 지위가 회복된 것이 아니다. 기대된 추방은 영웅/구원자 신화의 견해에서 투사된 것이다. 실제 이야기에서 첫째 아들은 모든 것을 가지고 항상 아버지의 곁에 있다. 비유에서 아버지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용서를 베푸는 재판관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남성의 명예를 버리고 여성의 수치를 택하는 여성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전적으로 다른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성공 신화(success myth)
신화는 끝없는 반복을 통해 그 마력을 발휘한다. 신화는 거듭하여 같은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는 새롭게 각색되고 새로운 인물과 배경으로 새롭게 설정되어 다르게 보이지만, 실은 그것은 되풀이되는 갈등을 풀어주는 같은 이야기이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성공 신화 역시 우리를 지배하는 거듭되는 이야기이다. 신데렐라 이야기에서 비롯하여 영화 “프리티 우먼”(Pretty Woman, 1990), “워킹 걸”(Working Girl, 1988), “사관과 신사”(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2), 심지어는 최근 광풍(狂風)을 불러일으킨 로또(Lotto) 복권 역시 “인생역전”을 그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신분상승은 그것 자체의 종말론(eschatology)를 가진다. 그 목표는 성공이다. 성공은 대부분 금전적인 보상이지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다. 성공은 가난뱅이에서 부자가 되는 것이지만 성공은 낮은 신분을 벗어남을 의미하고, 대부분 상위 계층의 적대자를 누르고서 이루어진다. 영화 “워킹 걸”의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새 예루살렘”을 상기시키는 주제음악과,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자유의 여신상 장면은 이 영화의 종말론적 성격을 강화시킨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슬로건과 함께 온 국민이 함께 하여 대한민국이 낳은 월드컵 4강 “신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물질적 부유함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해하는 경향은 부분적으로 칼빈주의자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한국교회의 칼빈 전통에서 중산층의 부유함은 하나님의 축복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 “교회에 출석한다”는 것은 거의 중산층의 가치를 받아드림을 의미한다. 경제는 우리 사회를 마치 기계의 엔진처럼 몰고 간다. 대부분의 우리의 행동은 경제적 동기를 가진다. 부의 획득은 우리의 자유 기업체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소비자는 소비를 하고, 자본가는 자본을 축적하고, 노동은 노동을 팔아야만 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우리 사회의 미덕이다. 그러나 고대 세계는 이러한 현대의 미덕을 탐욕으로 보았다. 고대 세계에서의 경제의 의미는 현대와는 다르다. 고대 세계에서 경제는 가정, 일가친척, 종교와 같은 다른 활동에 종속되어 있든지 혹은 묻혀져 있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는 부의 획득을 미덕으로 간주하지만 고대 사회는 탐욕으로 이해했을까? 고대 세계에서 모든 재화는 한정적인 것으로 이해되었다. 재화가 한정되었기 때문에 고대 사회는 상호 의존과 교환을 둘러싸고 형성되었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부들은 생존을 위해 일했지 과잉생산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부라는 것이 무한한 것으로 믿기 때문에 과잉생산을 생각한다. 마이다스왕은 자기 손에 닿는 것이면 모두 황금으로 바꾸어 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마이다스왕의 이야기는 다소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언어를 포함하는 모든 미디어의 성격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서는 신데렐라와 같은 성공 신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사렛의 취임연설에서 예수는 이사야서를 읽음으로써 그의 사역을 시작한다：“주님의 영이 내게 내리셨다. 주님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셔서, 가난한 사람에게 복음(기쁜 소식)을 전하게 하셨다”(눅 4:18-19). 누가에게 있어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나라는 가나한 자들과 동일시되었다.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서 누가는 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누가는 이 비유를 형제간에 유산의 분배를 놓고 다투는 논쟁 속에 두고 있다. 예수는 다투는 두 형제 사이의 재판관이나 혹은 후원자가 되기를 거절하시고 오히려 탐욕을 경계하신다: “너희는 조심하여 온갖 탐욕을 멀리하여라. 재산이 차고 넘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거기에 달려 있지 않다”(12:15).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는 이점을 분명히 한다. 부유한 농부의 풍성한 추수는 그를 부유케 하는 데 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집트에서 백성들을 위해서 7년 흉년을 준비하는 요셉의 풍년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자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추수를 도적질하였다. 이때에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어리석은 자여! 이 밤에 너의 영혼을 불러 가겠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의 편을 드신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나라에서 추수는 모든 사람을 위함이지 한 개인의 만족을 위함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도 부와 공동체에 관한 토론의 맥락 가운데 놓여있다. 불의한 청지기 비유에서도 예수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16:13)는 결론을 끄집어낸다.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에서, 주인공은 부자와 아브라함이다. 나사로는 수동적으로 부자의 문간에 누워 있다가 죽어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다. 주목할 것은 아브라함은 유대 민간전승에서 두 가지 사실로 유명하다：첫째는 그는 부자였고, 둘째는 그가 마므레 상수리 나무 아래서 세 명의 낯선 이들을 후히 대접했다는 것이다(창 18:1-5). 아브라함의 환대는 부자의 태도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나사로는 매일 부자의 문간에 누워있었지만 부자는 그에게 아무 것도 대접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낯선 이들을 즉시 환대하였다. 문제의 초점은 부 자체가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위한 부의 재분배이다.
누가복음은 예수를 따름과 자신의 재산 간에 선택을 해야 하는 한 사람을 소개하고 있다(눅 18:18-25). 그는 자신을 “지도자”라고 소개하면서 모든 계명들을 지켰음을 인정한다. 예수는 그에게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고 하신다. 누가의 관심은 나눔에 있는 것이다. 나눔을 통한 하나님의 나라를 그리고 있다.

순수 신화(innocence myth)
전쟁은 우리의 순수함을 보존하려는 신화적 노력이다. 호머의 일리아드에 비쳐진 전쟁은 고귀하고도 영웅적인 모델을 제공한다. 미국의 전쟁은 국가에 대한 신화적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독립전쟁은 건국 신화를 제공했고, 남북전쟁은 하나의 국가에 대한 신화를 창조했다. 책과 영화로서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인기는 남북전쟁이 미국민의 국가에 대한 자기이해에의 신화적 채널이 됨을 잘 지적한다. 초기 전쟁 영화에서 미국은 순수한 백인 국가를 그리고 있다. 20세기에 이르러 영화는 전쟁에 대한 대중적 정의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전쟁 의지에 일조를 했다.
고귀하고도 영웅적인 장르는 전쟁에서의 인간의 경험을 왜곡하는 것이다. 한국전쟁을 다룬 방화 역시 처음에는 고귀한 영웅적 장르 일색이었지만, “공동경비구역”(JSA)과 같은 영화는 분단의 비극과 아픔을 그리고 있다. 월남전을 소재로 다루는 “디어 헌터,”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7월 4일생”과 같은 영화들은 순수함을 잃어버린 인간 영혼을 스케치한다. “지옥의 묵시록”에서의 진짜 묵시는 선과 악의 최후의 결전이 아니라 전쟁의 미친 짓이다.
우리는 순수함을 꿈꾼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이해 역시 영적 실재에 대한 이미지로 이원론적 이해를 가져온다(마르틴 루터의 두 왕국 개념). 하지만 겨자씨의 비유, 누룩 비유, 밭에 숨겨진 보화의 비유, 밀과 가라지의 비유는 밭/세상/왕국은 뒤섞인 장소임을 보여준다. 겨자도 일종의 잡초로서 정원에 심겨졌고, 가루 속에 누룩이 뒤섞여있다. 누룩은 고대 세계에서는 도덕적 타락에 대한 표시였다. 누룩 없는 빵은 도덕적 타락이 제거된 거룩함의 상징이었다. 밀과 가라지가 밭에 뒤섞인 것처럼 이 둘은 항상 쉽게 구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태는 하나님의 나라를 의인만이 들어가는 순수의 자리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국은 고귀한 것과 타락한 것이 뒤섞인, 따라서 깨끗하면서도 동시에 더러운 곳이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는 자신과 천국을 소외된 주변인-흔히 이들은 깨끗지 못하고 순수하지 못하다-으로 동일시한다. 천국은 순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유대를 요구한다. 천국은 오염으로부터의 차단이나 봉쇄가 아니라 오염될 위험성을 끌어안는 것을 요구한다. 창세로부터 하나님의 나라는 뒤섞인 장소로서, 여기에서 우리는 소외되고 약한 자와 유대를 맺으면서 일하는 곳이다.

월트 바우어는 그의 책, 정통과 이단(Orthodoxy and Heresy, 1971)에서 초기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정통과 이단에 대한 복잡한 관계를 역설하고 있다. 초기 기독교에 있어서 후에 정통과 이단으로 규정된 것들이 둘 다 크리스챤으로 함께 있었다. 많은 지역에 있어서는 이단으로 규정된 것들이 다수적 입장을 차지했고, 어떤 지역에서는 그 반대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항상 이단은 정통이라는 정의를 선행했다는 것이다. 즉, 이단은 정통을 규정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초기 기독교에 대한 바우어의 연구는 우리의 현재적 입장에 대한 매우 중요한 점을 함의한다. 보수와 진보의 잘못된 경계를 오가는 기독교에 있어서 바우어의 결론은 더욱더 의미심장하다. 숫자는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설교와 교회성장에 있어서의 성공이 기독교의 준거가 되어서는 안된다. 더욱이, 순수한 복음을 보존하기 위한 싸움 역시 헛된 논쟁이다. 우리는 순수하고도 본래적 복음 계시에 대한 신화를 버려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단이 정통을 선행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복음을 색다른 역사적 의상 안에 보관된 하나의 순수한 엑기스(혹은 정수)로 보는 플라톤적인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복음은 하나의 순수한 엑기스가 아니라, 역사적 공동체의 살아있는 표현으로 그래서 끊임없이 새롭게 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요즘 멀티미디어 예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여 유행하고 있다. 매체의 변화는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비전에 대해 대처해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지나간 영광과 성공은 잘못하다간 오히려 새로운 발전에 대하여 우리의 눈을 가릴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로운 법칙을 요구한다. 역사적으로 개신교회가 개신교회가 된 것은 그들이 활자로 대변되는 출판 문화라는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매체의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새로운 매체는 실로 엄청난 힘으로써 우리의 경험을 지배하는 실재가 되어가고 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예배의 실황은 우리를 단순한 구경꾼으로 아니면 소극적 예배 참여자로-심지어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배를 드리도록 하는 유혹을 줄 수도 있다, 때로는 밭에 숨겨진 보화의 유혹처럼 그것이 전부인양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 미디어는 어디까지나 매체로서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매체는 그 상대적인 개념이 되는 주체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혹은 대화)을 위한 도우미로서 그 존재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