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태 17,24-20,28 공동체에 대한 가르침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 공동체의 원칙, 교회공동체의 원칙을 소개한다. 큰사람은 누구인지? 나눔과 용서에 대하여 이야기 하신다.

▶ 마태 17,24-27 성전 세를 바치시다

카파르나움에서 성전세를 거두는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스승님은 성전 세를 내지 않으십니까?물었다(17,24). 세리 출신 마태오는 이것을 상세히 기록한다. 20세 이상의 남자는 성전세로 반 세켈 즉 두 드라크마를 내어야 했다(탈출 30,13-15). 예수님은 관세나 세금을 세상 임금이 아들과 타인 중에서 누구에게 받는지 물으신다(17,25). 로마 제국의 황제 가족과 측근들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예수님은 세금 거두는 자들이 반감을 가지고 대적하고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베드로가 낚시한 물고기 입 안에 있을 한 스타테르로 자신과 베드로가 내야 할 세금을 내라고 말씀한다(17,27).

◆ 마태 18장에서는 교회에 대한 가르침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므로 공동체 설교,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마음가짐·몸가짐을 밝혀 놓았기 때문에 교회규범이라고도 한다.

▶ 마태 18,1-5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 -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어라

제자들은 하늘나라에서 누가 큰 지 묻는다(18,1). 이 질문은 스승이 종이 되기를 원하는 정신을 아직도 그들이 파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대답은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이는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다(18,4). 어린 아이는 실제로 사회적인 약자나 낮은 신분에 속한 자를 가리킬 수도 있지만, 마치 마음이 가난한 자와 같이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을 하느님의 은혜에 내맡기는 사람 혹은 신앙의 기초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작은 이들을 아끼신 예수님의 처신과 명령에 따라(“내 이름으로”), 불쌍한 어린이, 특히 도움이 필요한 고아 같은 어린이를(“이런 어린이 하나를”)돌보는 것은 곧 예수님을 돌보는 셈이라는 것이다. 소외된 이들과 예수님 자신을 동일시하는 모습은 25,35-40(최후의 심판)에서도 나타난다.

바오로 사도도 “연약한 사람들”과 “강한 사람들”을 구분하고 있다(1코린 8-10장).

▶ 마태 18,6-9 죄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쳐라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은 믿음이 약해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사람들이며, 책임자들이나 전체 공동체의 나쁜 행실로 인해서 표류하기 쉬운 제자들이다. 이들 중 하나라도 잃게 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하게 경고하시는 것이다. 마태오 교회내의 슬기롭고 똑똑한 사람들(11,25), 스승이요 아버지로 행세한 사람들(23,8-10), 세상종말 사상으로 혹세무민하는 거짓 메시아들과 거짓 예언자들에게 하신 경고다(24,4-5.11.24).

스스로 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단호해야하지만(18,9)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18,7)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연자 맷돌을 매고 바다에 빠져 죽는 것이 낫다고 강조한다. 죄를 짓느니 차라리 손·발을 잘라 버리고 눈을 빼어 던지라는 것은 실제로 불구가 되라는 말씀이 아니라, 그렇게 단호하게 죄의 충동을 끊어 버리라는 말씀이다.

▶ 마태 18,10-11 작은 이들을 업신여기지 마라

작은 이들,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돌보고 염려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다. 천사들이 작은 이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존재로 제시되고 천사들이 하느님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천상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음을 뜻한다.

▶ 마태 18,12-14 되찾은 양의 비유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8,12) 작은 이들 중 한사람이라도 길을 잃고 있으면 그가 멸망하지 않도록 목자가 힘써야 한다. 마태오는 작은 이들을 멸시 받거나(18,10) 규정 같은 것이 너무 엄격해서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 길을 잃을 위험이 있는 구성원들로 여긴다.

못난 교우 한 사람(18,14의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이라도 신앙의 위기에 처해 있거든(18,12의 “길을 잃는다면”) 그가 멸망하지 않고 구원받도록 모든 교우, 특히 교회 지도자들이 힘써야 한다. 이것이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의지다(18,14).

▶ 마태 18,15-18 형제가 죄를 지으면 깨우쳐 주어라

교우가 죄를 짓거든 이른바 형제적 충고를 하라는 규범이다. 여기서는 개인적 잘못을 말하는 것보다 공동체의 형제들을 멀어지게 하는 죄를 말한다. 공동체에 물의를 빚고 있는 교우, 진리를 오도하는 자들에게는 형제적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18,16-17). 그러나 그들의 명예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즉 그들을 대하는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먼저 단둘이 만나 형제적 충고를 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2-3명의 증언이 있어야 한다. 형제적 충고는 옛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도(레위 19,17-18), 쿰란 수도자들 사이에서도 있었다(쿰란 제1동굴 규칙서 5,24-26; 다마스커스문헌 7,2; 9,8). 이스라엘에서는 재판 때에 증인을 복수로 채택하여 “두 증인이나 세 증인의 입으로 모든 일이 확정되도록”(신명19,15)했다. 1세기에도 복수증인법을 엄격히 지켰다(26,20; 사도 6,13). 죄인이 지역교회의 말조차 듣지 않으면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는 말은, 믿음의 이름으로 이교도의 행실을 하는 자는 드러내 놓고 이교도인 자들보다 더 큰 저주를 받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는 죄인들을 모조리 교회에서 없애 버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교회 구성원은 모두 다 죄인들이기 때문이다(13,36-50). 그래서 첫 번째 단계에서는 일대 일로 접근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두 사람을 입회시켜야 하고, 실패할 경우에는 그 문제를 전체 공동체 앞에 내어놓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완고한 제자를 돌이켜 놓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18,18의 매고 푸는 권한의 의미는 공동체에 받아들이고 파문시킬 수 있는 권한과 규정이나 법규를 만들거나 폐기 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뜻이다.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는 구절은 두 번째로 나오는 것으로 베드로에게 준 권한은 전체 교회공동체에 대한 권한이라면, 여기서는 지역 공동체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공동체원들을 대하는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다.

▶ 마태 18,19-20 함께 기도하면 아버지께서 들어주신다

둘이 함께 청하면 성부께서 들어주신다는 말씀(18,19-20)은 앞뒤 문맥과 내용상으로 다르다.

세상 종말까지 어느 날이나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계시지만(28,20) 특히 그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러 모여 있을 때 현존하신다(18,20). ‘두 세 사람이 마음을 모아 청하면 무엇이든지 아버지께서 들어주신다’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하느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화합이다. 가장 아름다운 기도는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기도

▶ 마태 18,21-22 형제가 죄를 지으면 몇 번이고 용서하여라

형제의 상처를 외면할 것인가? “누가 여러분에게 해를 입혀 여러분이 고통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 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마태 18,15). 여러분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이보다 더 나쁜 사람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혔습니다. 남에게 해를 입힘으로써 그는 자기 자신에게 심한 상처를 입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형제의 상처를 못 본 척하실 것입니까? 그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것입니까? 그의 곤경을 못 본 척하실 것입니까? 그렇다면 가만히 있는 여러분은 잘못을 저지른 그이보다 더 나쁜 사람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82,7).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이라는 말은 하늘의 교회와 땅의 교회는 하나이므로 땅의 교회가 회개하는 사람을 풀면, 그 결정은 구속력을 지님을 보여 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말의 뜻은 무한정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횟수를 세지 말라는 것이다.

루카(루카 3,23)는 아담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세었고, 그것은 일흔일곱 세대였습니다. 그러니 한 세대도 빠뜨리지 않았다면, 용서되어서 안 될 죄는 없습니다. 그래서 루카는 일흔일곱 세대를 꼽았던 것이고, 그것은 주님께서 그 수만큼 죄를 용서해 주라고 하신 수였습니다. 그래서 루카는 모든 죄가 용서되는 세례 때부터 세대를 꼽기 시작한 것입니다”(아우구스티누스)

우리는 우리가 몇 번째로 용서하는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노여움을 품기를 그쳐야 합니다. 용서를 그렇게 자주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노여워 할 시간이 없음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정도로 많이(즉 일흔 번씩 일곱 번) 용서해야 한다는 의무가 우리에게 면제되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복음의 은총을 통해 하느님께 한없는 용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 마태 18,23-35 매정한 종의 비유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 대 인간의 비정함과 아량이 없음을 극명하게 대조되는 이야기다.

아내와 자식을 판다는 것은 하느님의 기쁨으로부터 완전히 철저하게 소외되는 것을 나타낸다.

만 탈렌트는 인류의 크나큰 죄를 나타낸다. 우리가 나날의 기도에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기도하며 용서를 청하는 그 죄들이다.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들을 담은 우리의 빚 문서를 지워 버리시고, 그것을 십자가에 못 박아 우리 가운데에서 없애 버리셨습니다’(콜로 2,14)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은 그분께서 어떻게 용서하셨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교부들은 주님께서 하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와 용서를 베풀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도 우리의 동료 종들의 백 데나리온이라는 얼마 안 되는 빚을 탕감해 주고 그들이 우리에게 저지른 소소한 잘못들을 덮어주라는 조건으로 만 탈렌트나 되는 우리의 엄청난 빚을 탕감해 주신다.”

‘빚진 것을 다 갚게 하였다’는 말은 그가 사실상 영원한 벌로 넘겨졌음을 뜻한다. 그는 결코 그 빚을 다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현세에서 어떤 사람을 바로잡으실 때에는 그를 어떤 속박이나 질병, 고통에 넘기신다. 그러나 미래에 벌을 주실 때는 그를 영원히 그치지 않는 고통으로 넘기신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아버지께서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라고 하지 않고, ‘내 아버지께서’ 그렇게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축복은 철회될 수 없는 것’(로마 11,29 참조)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악함이 너무 클 경우엔 이 말씀이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즉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두 가지를 요구한다. 우리 자신의 잘못을 잊지 말 것과 걸려 넘어지는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 그 두 가지이다”

▶ 마태 19-20장 예루살렘 상경기

예수께서 갈릴래아를 떠나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직전까지의 일이다. 예수께서는 더 이상 말씀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만남들, “삶으로부터” 출발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쳐 나가신다. 바리사이파 사람들, 부유한 젊은이, 소경들 등등이 예수께 접근한다. 또한 제자들은 예수님의 답변을 알아듣지 못한다. 마태오 특수자료는 하늘나라를 위한 독신(마태 19,10-12), “선한 포도원 주인에 관한 비유”(마태20,1-16).

▶ 마태 19,1-9 혼인과 이혼 - 충실성

예수 시대에 유다인들 사이에는 이혼이 가능한 근거를 놓고 의견 차이가 있었다. 어떤 랍비들은 간음처럼 극히 심각한 이유가 있어야만 이혼이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들은 아내가 음식을 태우는 경우와 같이 지극히 사소한 구실만 있어도 이혼을 허용했다. 그러나 예언자들 사이에는 이혼을 절대 불가한 것으로 보는 경향도 있었다(말라2,10-16).

예수 가르침은 이혼과 재혼을 단호히 금하고 계신다. 이방인이 유다교로 완전히 개종한 경우, 그가 전에 했던 결혼은 무효로 선언되고 자유롭게 새 배우자를 찾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경우에도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1코린 7,12이하, 참조 : 바오로특전). 이러한 자세에 맞서 마태오는 유다인이건 이교도이건 간에 원래의 혼인이 진실로 유효한 경우 그 혼인의 유대가 지니는 영속성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을 분명하게 재확인하고 있다. 유효한 혼인은 풀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 마태 19,10-12 하늘나라를 위한 독신 - 충실성

예수님의 가르침이 유다 관습이나 랍비들의 가르침보다 훨씬 철저한 것을 보고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는 반응을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위한 독신은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신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독신으로 지냈다. 유다 민족에게 닥칠 심판을 상징적으로 예고하려는 것이었다(예레 16,1-2). 쿰란에서 에세네파들 가운데 많은 이도 독신으로 살았는데, 그 동기를 살펴보면, 불결을 초래하는 남자의 정액과 여자의 월경을 되도록 피하려는 것이었다. 사도 바울로는 고린토 교회의 미혼 남녀들에게 독신을 권장했다.(1코린 7,8. 25-35. 36-38). 그 주된 동기는 종말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1코린 7,29) 이 세상은 사라져 가고 있다(1코린 7,31)고 한다.

▶ 마태 19,13-15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다

예수께서는 몇 명의 어린이들을 축복하시는데, 이것도 지도자 자격에 관한 가르침을 베푸시는 또 한번의 기회가 된다(19,13-15). 지도자들은 특히 가장 약하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제자들을 각별히 보살펴야 한다. 어린이는 제자직의 모범이 되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부모를 신뢰하듯이, 제자들 역시 자기들이 의존하고 있는 아버지를 신뢰해야 한다.

▶ 마태 19,16-30 하느님의 나라와 부자, 따름과 보상

부자 청년은 제자직에로의 주님의 부르심이 부(富)의 포기를 의미하는 까닭에 그 부르심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로 예수님 스스로 당신의 선하심을 문제삼는 것 같아(마르 10,18) 마태오는 고쳐 썼다.

"완전하다"(텔레이오스)라는 형용사는 네 복음서 가운데서는 오직 마태오복음에만 세 번 나오는 낱말이다. 마태오는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여러분도 자비롭게 되시오"(루카 6,36)를 고쳐서 "하늘에 계신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여러분도 완전하게 되시오"(5,48).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마르 10,21)하신 자리에다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19,21)이란 조건문을 만들어 넣었다.

유다교에선 인간이 율법을 온전히 지킬 때 완전하게 된다. 마태오는 인간이 예수님의 요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지켜야만 비로소 완전하게된다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유다교에서 물려받은 십계명 후반부(사회계명들 19,18s-19ㄱ) 및 그것들을 하나로 합친 이웃 사랑 계명(19,19ㄴ=레위 19,18)을 지키도록 요구하실 뿐 아니라, 유다교의 율법을 훌쩍 뛰어넘어 그보다 훨씬 큰 이웃 사랑을 부자청년에게 요구하신다. 곧, 재산 포기와 희사와 추종을 요구하신다: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19,21) 예수님은 부자청년에게 권고하신 것이 아니라 명령하신다. 영생을 얻기 위하여 무엇이 좋은지 묻는 부유한 청년에게 예수께서는 재물의 소유가 구원의 장애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일깨워 주신다.

주님은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고 하신다(19,23-24). 부자의 재물은 그 자체로 비난받을 성격이 아니지만, 부자는 항상 그 재물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이 때 제자들이 놀라서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을지 반문한다(19,25). 사람이 할 수 없지만, 하느님으로는 할 수 있다 (19,26). 영원한 생명은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다(타력구원).

하늘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께서는 측량할 수 없는 보답을 약속하신다.

▶ 마태 20,1-16 선한 포도밭 주인의 비유

교부들은 포도밭 비유에 나오는 시간들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하루 중 서로 다른 시간-이른 아침, 아홉 시, 열두 시, 오후 세 시, 다섯 시-에 불린 일꾼들은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나 의롭게 산 사람들이다”(크리소스토무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루’는 역사 전체를 뜻하며, 아담의 죄 이후 예수님께서는 그 ‘하루’의 저마다 다른 때에 의로운 사람들에게 그들의 행실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시며 그들을 훌륭한 일로 부르신다”(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주님은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서, 아담과 그와 함께 있던 이들을 부르셨다. 아침 아홉 시에는 노아와 그와 함께 있던 이들을 부르셨다. 열두 시에는 아브라함을 부르셨고, 오후 세 시에는 모세와 다윗을 부르셨다. 오후 다섯 시에는 다른 민족 사람들을 부르신다”

“그런데 밭 임자는 왜 사람들을 한 번에 다 사지 않았을까요? 그로서는 모두를 한꺼번에 샀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처음부터 그 말에 귀 기울인 것이 아니면, 불린 사람들이 언제 그 말을 따랐느냐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는 것이다. 순종할 태세가 되었을 때에 불린 바오로도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나를 따로 뽑으시어 부르신 하느님께서 기꺼이 마음을 정하시어’(갈라 1,16)라며 비슷한 말을 한다. 하느님께서 기꺼이 마음을 정하신 것은 바오로가 순종할 태세가 되었을 때이다. 사실 밭 임자는 처음부터 그들 모두를 불렀던 것이다.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라는 설명이 이것을 말해 준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먼저 온 일꾼들이 많이 받아야 하지 않았을까? 주님께서 오시기 전에 살았던 우리의 조상들은 아무리 의로운 삶을 살았더라도, 인류에게 닫혀 있던 낙원의 문을 당신의 죽음으로 열어주신 주님께서 오시기 전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오래 기다린 후에야 받은 것을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받습니다”(대 그레고리우스).

[온종일 일한 사람들은] 첫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꼴찌가 된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려 주시려고 예수님께서는 ‘불린 이는 많으나 선택된 이는 적다’고 하신다. 문제는 처음 불려온 사람들, 즉 의롭고 하느님 마음에 들었으며 온종일 수고함으로써 빛났던 사람들이 마지막에 질투와 시샘이라는 저급한 악덕에 넘어갔는가 하는 것이다. 그들은 처벌을 받을 것도 아니었고 품삯을 깎이는 것도 아니었는데 다른 이들이 받은 축복을 불만스러워하고 기분 나빠했다. 그것은 질투와 시기심의 증거였다.

하느님 나라에서 꼴찌가 되는 것도 한량없는 선물이다. 조금밖에 일하지 않은 사람들을 더 많이 일한 사람들과 함께 나라에 들도록 허락하시는 하느님의 관대함을 불평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편견에 빠져 자신이 불공평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하느님의 선하심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선물은 아무도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대 그레고리우스).

▶ 마태 20,17-19 수난과 부활을 세 번째로 예고하시다

세번에 걸친 수난예고 - 제자들의 몰이해 - 가르침

"수난과 부활에 대한 세 번째 예고"(20,17-19)는 마르코의 세 번째 예고(10,32-34)를 거의 그대로 옮겨쓴 것이다. 다만, 상황묘사 부분은 간결하게 줄였다.(17절과 마르 10,32비교). 첫 번째 예고(16,21-23)와 두 번째 예고(17,22-23)에는 언급되지 않은 요소들이 있으니, 곧 사형선고, 이방인들에게 넘김, 조롱, 채찍질, 십자가형에 처함이다. 여기서 예수님은 당신의 고난과 죽음을 예고하시는데, 제자들은 몰지각하게도 출세욕에 사로잡혀 있다.

▶ 마태 20,20-28 출세와 섬김

마태오는 ‘제베대오의 아들들의 어머니’가 간청했다고 고쳐 썼다. 왜냐하면 평소에 예수님이 아끼신 두 제자를 보호하려고 그렇게 고쳤다.

예수님의 답변(22-23)은 두 가지다: ①현세에서 함께 죽어야만 종말에 함께 다스릴 수 있다 ② 종말에 자리를 배치하는 일은 아버지 하느님의 전권에 속한다는 답변이다.

제자단과 교회에선 지위가 올라갈수록 봉사하고 종노릇하는 삶을 살아 마땅하다는 말씀이다. 봉사자와 종의 모범으로 이제 예수님을 내세운다. 20,28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매우 감명깊게 풀이한 그리스도론이다. 요컨대 예수님의 일생은 남을 섬기는 삶이었고, 그분의 죽음은 온 겨레와 인류의 죄를 기꺼이 대신 속죄하는 대속죄 행위였다는 것이다.

열 두 제자는 권위의 사용에 있어 이교도들과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예수께서 가르치시는 바 지도권의 목적은 바로 봉사인 것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와 죽음을 향해 가시지만 아직 제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하고 성령 강림을 체험한 후에야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로서 거듭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