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 6,12-7,50 열두 사도를 부르심, 행복선언

▶ 루카 6,12-19 열두 사도를 뽑으시다 (마태 10,1-4 ; 마르 3,13-19)

제자들을 뽑기 전 예수께서는 산에 홀로 계시면서 하느님께 기도하신다. 열둘이라는 숫자는 구약의 열두 지파에 근거하여 이를 대신하게 될 신약의 열두 사도가 선택된 것이다.

루카는 열두 사도들의 이전 경력이나 배경, 성격 등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전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신상이 아니라 예수께서 그들을 선택하여 부르시고 그들을 하느님이 새로운 백성으로, 그리고 당신의 대리자로 지정하셨다는 사실이다.

▶ 루카 6,17-19 예수님과 군중 (마태 4,23-25)

예수께 모여든 군중들은 유대 전역과 유대의 수도 예루살렘, 그리고 해안 지방 띠로와 시돈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이 지역들은 사도행전에서 언급되고 있는 선교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루카는 이 지역들에 세워진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기원을 예수 그리스도로 소급시키고 있다.

▶ 루카 6,20-23 참행복 (마태 5,1-12)

마태복음에서는 8가지의 참된 행복(진복팔단)을 기록하고 있지만, 루카복음은 4개의 행복과 이에 대조되는 4개의 불행을 기록하고 있다.

행복선언과 불행선언은 초대교회와 예수의 활동시기의 박해상황을 반영해 준다. 예수의 제자들과 그를 따르던 그리스도인들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 때문에’ 미움과 박해를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모든 난관을 참고 견디어야 했던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을 위하여 마련된 ‘하늘나라의 보상’을 ‘이미 지금부터’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루카복음의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기 때문에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하는 이들로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자질을 갖춘 이들이다. 예수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축복하시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약속하신 가장 위대한 축복, 곧 하느님 나라를 주신다.

루카복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 지금 굶주린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함으로써 사회, 경제적 가난과 배고픔을 행복의 조건으로 더 강조했다. 물론 이 조건에는 영적인 가난을 배제하지 않고 포함한다. 루카는 “지금” 이라는 말을 루카복음에서 14회, 사도행전에서 25회 사용함으로써 하느님이 현 상황을 미래의 상황으로 근본적으로 뒤엎으실 것임을 강조했다.

네 번째 행복은 박해받는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해당된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음으로 인하여 적대자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제자들은 회당에서 배척을 받았다. 제자들에 대한 적의는 ‘미워하다→내쫓다→모욕하다→배척하다’와 같이 점진적으로 가혹해지는 것으로 서술되었다. 제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증오는 그들을 추방하는 데서 극치에 다다른다.

▶ 루카 6,24-26 불행선언

루카복음의 행복선언과 불행선언은 이사야서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발견된다. 부유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기에 하느님이 필요하지 않다. 루카는 예루살렘의 초대교회에서 신자들이 제 것을 가져와서 공동소유로 나누어 가진 삶을 이상적인 것으로 높이 평가했다.(사도 2,44-45; 4,32-37) 마지막 불행선언은 사람들로부터 아첨의 말로 환대를 받으며 박해를 피하는 자들에게 하시는 말씀이다. 예수님의 참된 제자들은 예언자들의 길을 따르고, 동족으로부터 박해와 배척을 받는 처지에 있었다.

★ 묵상 , 행복의 사전적 의미 , 마음에 차지 않거나 모자라는 것이 없어 기쁘고 넉넉하고 푸근함, 또는 그런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다면 무엇 때문일까?

▶ 루카 6,27-36 원수를 사랑하여라 (마태 5,38-48 ; 마태 7,12)

사랑은 끊임없는 용서의 행위이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은 구약성서에서도 나온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아껴라.”(레위 19,18) 예수께서는 이 이웃사랑의 계명을 새롭게 해석하셨다. 한 인간의 이웃은 모든 인간 개개인이며 여기에는 원수들까지도 포함된다. 자기를 증오하는 원수들에게 선행을 함으로써 원수사랑을 입증해야 한다. 선행은 제자들이 원수들을 무서워하거나 불쌍히 여겨 베푸는 선심공세가 아니라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결단에 연유하는 것이다. 선행은 제자들의 자아실현이다. 원수들을 위한 하느님의 호의를 기원함으로써 원수들 때문에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게 된다. 원수를 위한 기도는 원수사랑을 표현하는 최상의 방법이다. 이 기도를 바칠 수 있기 위해서는 원수들에 대한 원한과 증오를 버리고 그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는 원칙을 세우신다. 악에 저항하기보다는 선으로써 악을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원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황금률(모든 법의 기본)이라고 한다. 예수께서는 황금률을 새롭게 각색하신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예수께서 제시하신 규범은 이웃에게 그리고 원수에게까지도 선을 행하라는 사랑이다. 예수께서는 그러한 사랑에 대한 보답을 약속하신다. 그것은 “무슨 인정을 받겠느냐?”는 말씀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는 제자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로 불린다. 아버지의 자비로우심은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을 보여 준다.

▶ 루카 6,37-49 남을 심판하지 마라 (마태 7,1-5) - 타인을 대하는 신앙인의 태도

남에 대한 비판-하느님만이 심판하실 수 있다(6,37-38). 그러나 예수님의 이 말씀은 재판이나 윤리적 평가를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예수님은 회개하지 않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하셨다.(루카11,42-44; 20,46-47) 바오로 사도 역시 회개하지 않는 죄인들을 비판했다(1코린 5,5.11-13; 갈라 1,8-9; 필립 3,2; 로마 1,32),

예수님은 먼저 용서하라고 하신다. 이는 심판에 관한 말씀이다. 심판의 결과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11,4)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 , 우리는 하느님을 무한히 용서하시는 분으로 말할 수 있지만 이는 용서를 베푼 사람의 경우에 한해서만 그러하다. 주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랄 수 없다.

소경의 비유(6,39)는 소경이 소경을 인도할 수 없다는 격언을 이용

제자와 스승의 비유(6,40) 율법교사 학교에서 스승은 자기가 물려받은 지식만을 전해주었고, 제자는 자기에게 전해진 것 외의 다른 것을 행할 수 없었다.

눈속에 든 티와 들보(6,41-42) 잘못을 범하거나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형제를 바로잡아 주는 일에는 위험이 따른다. 다른 사람의 하찮은 잘못은 크게 보이지만, 자신의 잘못은 대단히 중대한 것일지라도 작게 보이는 법이다.

▶ 루카 6,43-45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안다 (마태 7,16-20 ; 마태 12,33-35)

예수께서는,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의 내적 태도가 선할 때에 선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마음의 창고 인간이 마음으로부터 예수님의 말씀을 환영하고 하느님의 다스림과 성성(聖性)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을 때 비로소 그 인간의 마음은 선한 모든 것으로 충만한 곳간이 된다.

▶ 루카 6,46-49 내 말을 실행하여라 (마태 7,24-27)

제자들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불렀다. 이것은 율법교사의 제자들이 자기들의 스승을 부를 때 쓰는 칭호였다. 예수님이 그들의 주님이심은 단지 이러한 의미에서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원하거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하느님이 대신 채워주시기를 기대한다. 예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 말씀을 실천해야 한다. 말씀을 실천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우리의 탓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집 건축에 대한 루카의 묘사는 마태오(마태 7,24-27)와는 다르다. 마태오는 다만 “반석 위에 집을 짓는 사람”,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사람”이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루카는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 “기초 없이 맨땅에 집을 짓는 사람” 이라고 한다.

◆ 루카 7,1-17 치유와 소생기적

▶ 루카 7,1-10 백인대장의 병든 종을 고치시다 (마태 8,5-13 ; 요한 4,43-53)

하느님 백성의 미래를 예시해 주는 것으로, 이방인들은 그리스도를 눈으로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믿게 되리라는 것이다.

국경 도시인 카파르나움에는 세관(마르코2,13-14)과 수비대가 있었다. 백인대장은 이교도로서 예수께 직접 청원을 드릴 자격이 없다고 느끼고는 유대인 원로 몇 사람을 보내어 대신 청을 드리게 했다. 백인대장은 치유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예수님의 말씀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예수님은 이스라엘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참 신앙인”을 만난 기쁨을 감추지 못하신다. 믿는 마음으로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그 말씀은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힘이 있다. 백인대장은 그저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기만 했을 뿐인데도 그는 믿는다. 이 백인대장은 장차 제자들의 말을 듣고 믿게 될 모든 사람들의 신앙의 예표이다.

교회는 미사에서 백인대장의 말을 기도로 바치고 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주님. 제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 루카 7,11-17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시다

“나인”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타볼산을 지나 에스드렐론 평야를 거쳐 사마리아로 가는 길가에 있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었다. 예수께서는 측은한 마음이 드셨다. 예수께서 상여에 손을 대신 것은 시체나 무덤에 몸이 닿지 않아야 한다는 율법 규정에 따라 부정을 타는 일이었다(민수 19,11.16). 예수께서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을 대하듯이 죽은 사람을 부르셨다. 예수님의 부르심은 그에게 생명을 되돌려주셨다. 예수님은 오직 말씀의 힘으로만 소생기적을 이루신 것이며, 예수님은 구약의 두 예언자보다 월등히 강한 권능을 지니신 분임을 강조한다.

예수께서 소생 기적을 통해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어머니를 위로하신다. 군중들은 이것을 보고 예수님을 위대한 예언자로 칭송하며, 예수께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나간다.

◆ 세례자요한과 예수(7,18-35)

예수님의 사명과 세례자 요한의 사명을 비교함으로써 예수님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 루카 7,18-23 세례자 요한의 질문에 답변하시다 (마태 11,2-6)

7,18-23 ,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사명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7,24-30 , 세례자 요한의 사명에 관해 이야기하시면서 예수님의 사명을 간접적으로 언급한다.

7,31-35 , 또한 세례자 요한과 당신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 관해서도 말씀하신다.

마캐루스 요새의 감옥에 투옥된 요한은 제자들을 보내어 예수께서 메시아이신가를 확인토록 한다. 세례자 요한에게 있어서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은 메시아를 의미한다.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은 이스라엘의 큰 희망이었다.

세례자 요한이 보낸 제자들은 예수께서 행하신 치유 기적을 직접 본 사람들이었다(7,22). 예수님은 당신이 누구신지를 밝히시기 위해 이사야서를 인용한다.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베푸신 은혜는 그분이 오시기로 약속된 메시아, 그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는 메시아임을 가리킨다(루카 13,35;19,38). 세상 종말의 구원이 예수님의 현존, 그분의 활동과 가르침으로 현재 베풀어지고 있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다.” , “의심을 품지 않는”은 원문대로 번역하면 “걸려 넘어지지 않는” 이다. 그분을 믿지 않는 행위는 그분에게 걸려 넘어지는 것이다.

▶ 루카 7,24-35 세례자 요한에 관하여 말씀하시다 (마태 11,7-11)

예수님은 사람들이 요한에 대해 가졌던 생각을 인정하셨다.

율법과 예언자들을 대표하고 있는 요한은 예수의 제자가 된 적은 없는 사람이었다. 예수께서는 신중하게, 그리고 권위 있게 요한을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인물로 묘사하신다. 그러나 요한의 위대함은 즉시 제한된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 사람보다 크다.” 요한은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기간에 머물러 있고, 제자들은 이미 하느님 나라에 들어선 것이다.

“보라, 네 앞에 나의 사자를 보낸다. 그가 네 앞에서 너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말라 3,1)

왜 사람들은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배척하는가?

고집 센 어린이들의 비유가 그 답을 제시해 준다. 한 떼의 어린이들이 장터에서 놀고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결혼식 놀이를 하려 했고 다른 아이들은 장례식 놀이를 하려 했다. 누가 이렇게 고집 센 어린이들을 만족시켜 줄 것인가? 사람들이 구원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중심주의 때문이다. 회개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하느님께로 돌아서서 그분의 뜻에로 향하는 것이다. 구원에의 길은 자기 자신을 버리고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데 있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의 완고한 태도는 그들이 예수님과 요한을 비난하였다는 데에서 드러난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요한을 통해서는 당신의 정의를 나타내 보이시는 방식으로, 그리고 예수를 통해서는 당신의 자비를 나타내 보이시는 방식으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은 세례자는 너무 금욕적이라고 생각하여 미쳤다고 말했고, 예수님은 죄인들과 세리들과 함께 식사하고 술도 마셨기 때문에 별로 거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보았다.

인간적인 지혜로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이해할 수 없다.

▶ 루카 7,36-50 죄 많은 여자를 용서하시다

복음서 중에서 루카만 예수께서 가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식사 초대를 받으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준다. 예수님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입장을 달리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논하였는데 죄인들에 대한 올바른 태도(7,36이하), 정결 예식에 관한 율법(11,39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