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 9,18-50 고난받는 메시아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여행 이야기는 예수는 누구신가 하는 그리스도론적 물음과 그분을 따르는 제자됨의 길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집약된다. 

▶ 루카 9,18-21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다 (마태 16,13-20 ; 마르 8,27-30)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 루카는 예수께서 기도하셨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예수께서 하신 질문은 갈릴래아에서 예수께서 하신 활동이 빚어 낸 결론을 정확하게 지적하시기 위함이었다.  루카는 “ 하느님의 그리스도(기름부음 받으신 이)이십니다” 라고 고쳤다. 이렇게 고친 이유는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과 하느님의 긴밀한 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하느님의 기름 부음 받으신 이”(그리스도)는 이사야의 예언과 관련되어 있다.

* 베드로의 그리스도 고백 이 왜 중요한가? -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9,20)

처음으로 사람에 의해 호칭이 붙여짐

수난예고의 계기(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 3번 수난예고)

*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9,20).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핵심적인 물음이 된다. 나(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신가?

* 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시는 것일까?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의 이해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올바로 알아야 그분을 제대로 선포할 수 있다.

▶ 루카 9,22 수난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하시다 (마태 16,21-23 ; 마르 8,31-33)

예수께서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그리스도”의 진정한 의미는 그가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이신다(루카 9,22). 이는 하느님의 뜻에 부합되는 참된 메시아 상은 영광스러운 메시아가 아니라 죽음을 통해 속죄양이 되는 메시아의 모습이다.

루카는 복음서와 사도행전 안에서 그의 공동체가 베드로를 대단히 존경하고 있었으므로, 마르코가 하는 것처럼 사도들의 결점을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 루카 9,23-27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가 (마태 16,24-28 ; 마르 8,34-9,1)

* 십자가는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선택

예수님께서 ‘너는 네가 원하든 원치 않든 고난을 겪어야만 한다’고 하시지 않으시고,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하신다. 순교는 단 한 번 일어나는 일회적인 사건이지만, 예수님의 고난을 본받는 일은 날마다 이행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사도 14,22)

* “따라라”는 말은 예수와 함께 가는 길이 위험할 수 있지만 그 길은 생명을 주기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현재 진행형을 사용하여 지금 그리고 계속 따르라고 요구한다. 결국 예수님의 제자는 그분을 그리스도로 고백하기보다 그분을 끝까지 따르는데 있다.

▶ 루카 9,28-36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시다 (마태 17,1-9 ; 마르 9,2-10)

“이 말씀을 하시고 여드레쯤 되었을 때” 예수께서는 기도하는 동안에 그 모습이 변하셨다고 한다. 이처럼 루카는 기도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수시로 부각시킨다. 세례에서부터 영광스러운 변모, 부활에 이르기까지 ‘기도'라는 주제가 항상 되풀이된다.

영광스러운 변모는 그리스도께 대한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그에 이어지는 수난 예고를 회고하게 한다.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께서 하신 말씀의 구체적인 표현이요 확증이었다.

*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부활의 전망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예수님의 변모는 종말에 완전히 드러날 예수님의 정체를 일시적으로 보여주며 부활의 영광을 드러낸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9,35). 예수님의 세례 때 들려오던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모세는 구약시대 율법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엘리야는 모든 예언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리하여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다는 것은 예수님에게서 구약의 율법과 그동안의 모든 예언의 말씀들이 성취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의 신학적 의미이다.

왜 이렇게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신 것일까? 예수님은 자신이 장차 수난과 죽음을 당하실 것을 미리 아시고 연약하고 흔들리는 제자들에게 어떤 확신을 주시고 싶어서,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거룩하신 예수님의 본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것이다.

▶ 루카 9,37-43 어떤 아이에게서 더러운 영을 내쫓으시다 (마태 17,14-18 ; 마르 9,14-27)

루카는 마르코의 긴 도입부(마르 9,14-16)를 줄이고, 예수님과 소년의 아버지와의 긴 대화(마르 9,21-25a) 아울러 예수님의 추방령과 악령 추방(마르 9,25c-27), 악령을 내쫓으려면 기도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삭제했다(마르 9,28-29).

루카는 거룩한 변모 때 계시된 예수님의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신분이 더러운 영이 들린 소년을 치유함으로서 다시 드러남을 강조한다. 예수께 이 아이를 데려오기 이전에 이미 사도들에게 보였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였다(9,40). 그 이유는 무엇일까? 루카는 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다음 구절에서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로 책망하신 것을 보아 제자들이 하느님의 권능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악마를 추방할 수 없었음을 암시한다.

▶ 루카 9,44-45 수난과 부활을 두 번째로 예고하시다 (마태 17,22-23 ; 마르 9,30-32)

* 예수님께서는 당신 가르침의 정점을 이 세상에서 생을 어떻게 마감해야 하는가에 두고 있는데, 제자들은 죽음과 부활에 관한 말씀을 여전히 알아듣지 못할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왜 죽음을 당하셔야 하는지 질문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9,45). 마르코는 솔직하게 제자의 한계를 적은 반면, 루카는 그들을 변호한다(루카 9,45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마태오는 단지 “그들은 몹시 슬퍼하였다”(마태 17,23)라고 적는다.

▶ 루카 9,46-48 가장 큰 사람 (마태 18,1-5 ; 마르 9,33-37)

* 제자들이 누가 가장 큰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논쟁했다는 것은 제자들이 얼마나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 예수님의 제자는 어린이처럼 하느님께 신뢰와 희망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낮은 자는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의 대상이다. 낮은 자의 세계에서는 위계질서가 무너지지만, 그 세계에 머무르려면 믿음과 용기, 하느님의 은총이 필요하다.

▶ 루카 9,49-50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지지하는 사람이다 (마르 9,38-40)

* 제자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에 이어 제자단의 범주가 거론된다.

*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사람은 어떻든 예수님의 권위와 힘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의 배경이 어떠하든, 하느님 나라에서 다른 그리스도인이나 선의를 지닌 사람을 적수나 경쟁자로 여기지 말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라고 이르신다. 바오로 역시 “성령에 힘입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님은 주님이시다.’ 할 수 없습니다.”(1코린 12,3)고 한다.

이 대목에서 예수의 갈릴래아 활동은 끝나게 된다. 사람들은 심지어 예수님을 따르지 않는 유대인 구마자들까지도 예수님을 구원자로 알아보았다.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행하여지던 구마 예식이 이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행하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