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 4,14-6,11 예수님의 갈릴래아 선교1

▶ 루카 4,14-15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시다 (마태 4,12-17 ; 마르 1,14-15)

예수는 고향 나자렛에 방문하여, 그곳 유대인들의 회당에 들어가 안식일 예배에 참석하신다.

▶ 루카 4,16-30 나자렛에서 희년을 선포하시다 (마태 13,54-58 ; 마르 6,1-6)

루카는 예수님의 큰 사건들을 “기도”의 배경 속에 두기를 좋아하는데, 공생활의 첫 설교활동도 바로 나자렛 사람들과 함께 하는 안식일 예절 중에 시작한다.

“늘 하시던 대로”는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던 습관(4,15)을 의미한다. 안식일이면 회당에서 율법과 예언서가 봉독되고 설교가 뒤따랐다(사도 13,15). 이사야 두루마리가 선택되어졌다는 점과 기록된 부분을 찾으셨다는 것은 예수께서 봉독하실 본문을 임의로 선택하셨다는 것으로 예수님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이사 61,2)라는 표현을 통하여 예수께서는 예수와 이사야서의 인물을 동일화 시키고자 한다. 기름부음 받은 메시아는 먼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파견된다. 루카복음서에서 “가난한”이란 단어가 10회 나오는데(4,18; 6,20; 7,22; 14,13. 21; 16,20; 16,22; 18,22; 19,8; 21,3) 이들 모두가 사회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자들을 일컫고 있다. ‘가난’이라는 개념은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태도 뿐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인간들의 곤궁한 상황까지도 포함한다. 가난한 이들은 그 분의 은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영의 이끄심에 스스로를 내맡기는 신앙인들이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이사 61,1-2 사이에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58,6)를 끼워 넣으므로 선포의 목적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주님의 은혜로운 해”(4,19)는 레위 25,10에 나오는 희년(禧年)을 뜻하는 것이다. 희년에는 이스라엘 땅에 살며 종살이하는 모든 이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빚문제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소유하고 있던 남의 땅을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해였다. 남의 종이 되어, 또는 조상 대대로의 땅을 잃고 신음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창조주께서 세우신 원래의 질서로 돌아가,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율법이다.

★ 참고 , 이사야 예언서는 한 사람이 전부 쓴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기록하였지만 모두 같은 정신으로 쓴 것이기 때문에 한 작품으로 본다. 그래서 1-39장을 제1이사야서(BC 740년부터 약 40년 동안 기록), 40-55장을 제2이사야서(BC 550년 예루살렘의 멸망과 귀향까지), 56-66장을 제3이사야서(귀향이후)라고 부른다. 예수님이 읽은 부분은 제3이사야서의 한 단락으로, BC 6세기에 유대인들 중 일부가 바빌론 유배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빌론의 노예생활로부터의 해방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들이 귀환하여 보니, 파괴되었던 예루살렘 성전은 재건되었으나 옛 성전 규모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그 주변은 모두 폐허가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이사야는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되리라고 선포한다. 이사 61장과 58장은 제3이사야서의 핵심내용이다. 당신 백성을 해방시키시는 하느님의 위업을 선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예수님의 말씀과 활동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예수님은 로마의 압제하에서, 또 지배계급의 수탈에서 고통당하고 있는 당신이 백성을 해방시키시는 해방자로서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성경 말씀에 대한 예수님의 해설은 놀랍게도 단 한 구절이다. 약속된 구원 예언은 희년 선포를 통하여 ‘오늘’ 성취되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이 바로 은총과 해방의 해를 선포하도록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루카의 그리스도론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예수의 말씀을 들은 군중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이 동시에 나타났다. 예수님의 말씀에는 탄복하였지만 그분이 구세주라는 사실은 배척한다. 도대체 나자렛 출신, 요셉의 아들 예수가 어떻게 희년을 선포할 수 있단 말인가?

회당 안식일 예배에 참석한 유대인들은 예수가 이처럼 엄청난 선포를 하고 있다면, 그것에 상응하는 표징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4,23-27). ‘의사야, 네 병이나 고쳐라’하는 속담은 원래 “의사도 그를 아는 사람은 고치지 못한다”는 금언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만은 환영을 받지 못한다.” 예수님은 엘리야 예언자와 엘리사의 일화를 인용하신다. 두 예언자는 동족인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방인들인 사렙다의 과부와 시리아 사람 나병환자인 나아만만을 고쳐주었다. 그러자 나자렛 군중들의 반응이 돌변한다.

▷ 나자렛 사람들이 왜 그렇게 태도를 돌변하였는가?

“이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라고 말할 때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가 자신들의 동향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어투였다. 그들은 “예수가 우리 고향 사람이니 당연히 그는 누구보다도 우선 우리 나자렛 고향 사람들을 위하여 기적을 비롯하여 좋은 일을 하겠지...”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고향사람들의 이러한 생각을 알아채시고 거부하시며 말씀하신다, 어떤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4,23-24) 그리고 엘리야와 엘리사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예수님은 당신의 고향사람들의 “소유적인 경향의 애정”을 단연코 거부하시며 그들에게 개방된 마음을 가질 것을 요청하신다.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환영하던 그들의 애정은 이제 증오로 바뀐다. 초대교회는 이러한 박해상황을 겪으면서 유대교로부터 분리되고 나아가 이방인 선교에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사도행전).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그들을 두려워하여 도망가신 것이 아니라, 당당히 그들 사이를 지나가셨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 루카 4,31-44 카파르나움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활동

▶ 루카 4,31-37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다 (마르 1,21-28) = 권위있는 말씀

카파르나움은 나자렛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인데 겐네사렛 호수 북서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복음서들에 의하면 예수님의 초기활동의 중심지로서 매우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누군가가 가르칠 경우에는 으레 전승이나 선임자들의 권위에 의지하곤 하였다 , “랍비 가말리엘이 말하기를.... 등등.”

성서에서 악령에 들렸다고 말하는 것은 열병(4,39), 벙어리(11,14), 불구(13,11), 간질(9,39), 정신착란(8,29)과 같은 신체적 혹은 정신적 질병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수께서 병을 치유하시는 것이 곧 악마(병마)를 정복하시는 것으로 묘사된다.

▶ 루카 4,38-39 시몬의 병든 장모를 고치시다 (마태 8,14-15 ; 마르 1,29-31)

시몬은 카파르나움에서 살았고 마르코 복음서에 의하면 안드레아와 형제 사이였으며 결혼한 사람이었다(1고린 9,5 참조). 마르코복음(1,31)에서는 예수께서 시몬의 장모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자 열이 내렸다고 하지만, 루카복음은 마치 악마에게 하듯이 열병에게 꾸짖으시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자 시몬의 장모가 일어나서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마르코 복음서와는 달리 루카 복음서 안에서 이 이야기는 시몬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전에 일이다.

▶ 루카 4,40-41 많은 병자를 고치시다 (마태 8,16-17 ; 마르 1,32-34)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 주셨다. 손은 힘을 상징한다. 예수의 안수는 병자들을 치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악마들을 추방하는 힘도 지닌다.

“예수께서는 그들을 꾸짖으시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예수께서 당신의 신분을 노출시키는 악마들의 입을 막은 이유는 그들이 당신을 그리스도로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루카는 예수님의 참된 신비가 십자가에 못박히고 부활하심으로써 드러났다고 본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 이전의 그분의 신분을 폭로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 루카 4,42-44 전도 여행을 떠나시다 (마르 1,35-39)

예수께서는 카파르나움에 머물러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셨다. 예수님의 활동 영역은 계속 확산되어,나자렛으로부터 카파르나움과 그 주변으로, 그리고 팔레스티나 전역을 의미하는 유대 지방으로 확산되었다.

▶ 루카 5,1-11 고기잡이 기적 -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다(마태 4,18-22 ; 마르 1,16-20)

지금까지 루카는 예수님 혼자만을 제시했다. 처음부터 곧장 첫 제자들의 부르심을 보여주는 마르코와는 다르다(마르1,16-20) 루카는 예수님의 명성이 널리 퍼졌고(4,14.37), 회당에서 가르쳤고(4,15.31), 이미 시몬의 집에 계셨음을(4,38)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첫 제자들의 부르심을 준비하고 있다.

호숫가에 서서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계신 예수님을 많은 군중이 밀어닥치며 에워쌌다. 그러자 예수님은 호숫가에 대어 둔 시몬의 배에 오르셨다. 배에 오르신 예수님은 호숫가에 서 있는 군중들을 가르치셨다. 하느님의 말씀은 많은 군중들을 사로잡았다.

예수께서는 이미 시몬을 알고 계셨다. 그분은 시몬의 집에 계셨었고 그의 장모를 고쳐 주셨던 것이다. 마르 1,19와는 달리 안드레아의 이름을 생략하고 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는 베드로의 믿음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주님은 인간을 부르시고 선택하실 때에 조건 없는 믿음을 요구하신다. 지금까지 시몬으로만 불리웠지만 ‘시몬 베드로’라고 호명된 것은 그가 중요한 인물이 되어간다는 것을 가리킨다.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능력을 보았다. 이러한 체험은 자신이 죄 많고 보잘것없는 자라는 의식을 심어 주었다. 베드로는 전에는 예수님을 ‘스승’이라고 불렀지만, 이제 ‘주님’이라고 부른다.

처음으로 부르심을 받은 시몬, 야고보, 요한, 이 세 사람은 예수님에 관한 계시들을 목격한 증인들이 된다(야이로의 딸을 소생,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 때, 겟세마니 동산에서 고통).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5,10). 예수님의 말씀은 약속이며 동시에 부르심이기도 했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일생을 어부로 살아 왔고 갈릴래아 호수라면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베드로가 그 모든 지혜와 경력을 포기하고 고기한번 잡아 본적이 없어 보이는 예수님의 말을 따른 다는 것은, 놀라운 순종이라고 하겠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이렇게 순종할 것을 원하신다.

▶ 루카 5,12-16 나병 환자를 고치시다

나병환자는 당시 사회에서 추방되어 격리되었다. 당시의 악성 피부병은 모두 나병으로 간주되었다. 그는 하느님의 능력이 예수님 안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믿음을 고백하였다 ,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주실 수 있으십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께서 나병환자를 만지시고 치유하셨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소외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루만지라고 초대하신다. 그리고 우리 자신들도 누군가가 어루만져 줄 필요가 있는 존재임을 발견하게 된다. 율법의 규정에 의하면 병이 나은 나병환자는 사제에게 보여 몸이 깨끗해졌다는 증명을 받아야 했다.(레위13,48) 또한 몸이 정결하게 된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야 했다.(레위14,1-32)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당신에 관해 말하지 말라고 명하신다. 그러나 소문은 거듭 많은 사람들을 모아들여 그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구원의 메시지를 듣고 그분의 활동에 대한 증인이 되게 하였다. 예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 루카 5,17-26 중풍 병자를 고치시다 (마태 9,1-8 ; 마르 2,1-12)

예수님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 사이의 논쟁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5,17-6,11).

예수의 가르침과 치유에 관한 소문은 온 마을마다 스며들어 갈릴래아와 유다의 모든 마을과 예루살렘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그 소문을 듣고 와 있었다.

군중이 너무 많아 가까이 갈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지붕을 벗겨내고 중풍병자를 예수께 내려 보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는 육체의 병은 죄의 결과이고 병의 치유는 죄의 용서에 달려있다는 유대인들의 관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죄의 용서의 권한은 오직 하느님께서만 하실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죄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만이 용서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저 사람이 누구인데...하느님을 모독하는가?” 나자렛 사람들이 취했던 태도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서 재현된다.

치유된 사람은 병에서 회복됨으로써 느낀 기쁨을 여러 가지 행동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렸다. 기적을 목격한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받고 하느님께 찬양을 드렸다.

▶ 루카 5,27-32 레위를 부르시고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다(마태 9,9-13 ; 마르 2,13-17)

레위는 가진 모든 것과 이전에 섬겼던 모든 것, 그리고 자기가 속해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 예수님의 부르심은 그의 삶의 양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옛 생활과 새 생활의 전환점에서 레위는 큰 잔치를 벌였다. 식사는 예수께 대한 존경의 표시였다. 예수님과 예수님의 제자들과 레위의 친구들이 모두 초대되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볼 때 평판이 좋지 않고 율법을 지키지 않는 죄인들과 하께 식사를 하는 것은 문둥병자에게 손을 대는 것처럼 그 자체로 율법을 어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죄가 되는 것을 배척하거나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치유하고 정화하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채택하신 방법은 의사가 취하는 방법이었다.

▶ 루카 5,33-39 단식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