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이 광야에서의 여정

반역과 속량의 반복(민수11-21장)

호구조사를 마치고 파스카 축제를 지낸 뒤 이스라엘은 북쪽으로 떠났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듬해 둘째달, 이스라엘이 종교제도와 행정조직을 완벽하게 갖추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거듭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 셈이다. 광야의 생활은 그다지 편리하지도 안전하지도 못했고, 하느님이 백성 가운데 현존 하셨지만 완전한 보장이 못되시는 것 같았다. 불평불만이 끊임 없었고, 이스라엘을 영도하고 있던 모세에게 반란의 기미까지 보였다.

이 불평은 시나이 산에 이르는 첫번째 광야 여정에서도 있었지만(탈출 14-18장),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 때는 시나이 계약을 체결하기 전이어서 하느님께서 사정을 보아주셨지만, 지금은 시나이 계약을 체결한 이후인데다 그동안 주님의 능력과 돌보심을 충분히 체험한 후라서 더 이상 백성의 불평과 반역에 관용을 베풀지 않고 엄하게 다스리신다.

1. 시나이산에서 카데스까지(10,11-12,16)

이스라엘 자손은 시나이 산에서 약 11개월간 머물면서 하느님 나라의 백성으로 필요한 모든 제도를 정비하였다. 마침내 제 2년 2월 20일에 성막 위에 머물러 있던 구름이 떠올랐다. 이는 시나이산을 떠나 광야로 행진하라는 하느님의 신호였다. 이제 행진을 개시하라는 사제의 은나팔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레위인들은 성막을 운반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각 지파들은 자기의 장막을 걷고 짐을 정리하여 나팔 신호를 따라 행진할 준비를 했다.

시나이산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은 키브롯 하따아와와 하체롯을 경유하여(11,34.35; 12,16; 33,16-17) 파란 광야에 도착하였다. 이스라엘은 가나안에 정착하기까지 온갖 악조건이 산재해 있는 광야의 척박한 땅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와 같은 환경에 처하도록 하신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기 위한 것이었다. 계속해서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여러 가지 환경들을 허락하시는 이유는 자신을 의지하지 말고 하느님만 의지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모세가 장인 호밥의 동행을 청함(10,29-32)은 모세의 불신앙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수백 만 명이나 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효과적으로 인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것은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인도를 따르는 동시에, 광야 길에 익숙한 장인의 안내를 받음으로 경험부족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이스라엘이 길을 행할 때에 주님의 계약궤는 사흘 길을 앞서 행하며 그들의 쉴 곳을 찾았다. 그들이 행진할 때에 주님의 구름 기둥이 계약궤와 함께 이동했으며, 낮에는 이스라엘 진 위를 덮어서 뜨거운 햇빛의 열기로부터 보호했다(33-34). 이스라엘 자손들은 이 광경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동행하시는 알 수 있었다. 모세는 궤가 진을 떠날 때와 궤가 멈추어 쉴 때에 기도하였다. 모세는 이 기도를 통해서 하느님의 백성을 인도하는 일은 자기 힘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느님의 힘으로 된다는 것을 고백했다.

*표시는 이스라엘의 불평과 반역을 노출시킨 사건

*1) 타브에라에서의 사건(11,1-3)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으로의 출발이 시작되었을 때에 기쁨과 설레임으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이렇게 어렵고 힘든 길로 인도하시는 하느님께 대하여 악한 말로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원망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진노하셨으며, 주님의 불이 그들을 거슬러 타올라 진영 언저리를 삼켜 버렸다. 백성들은 주님의 진노가 자신들에게 미친 것을 알고 급히 모세를 찾았고, 모세가 그들을 위해 급히 기도함으로써 겨우 그 불을 끌 수가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곳을 '타브에라'('불사름', '불사름의 장소')라고 불렀다.

*2) 70인의 원로를 세워 주시고, 메추라기를 보내주시고 그들을 심판(11,4-35)

이스라엘 백성들은 타브에라에서 출발하여 조금 진행하면서 또 다시 원망하기 시작했다. 광야여정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하면서 모세와 하느님께 불평하기 시작했다. 백성들이 거센 불평을 들은 모세는 혼자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하느님께 호소하자 하느님께서는 칠십인의 원로에게 당신 영을 넣어주셔서 모세의 일을 나눠 맡게 해주셨다(11,16-17). 그리고 고기를 먹고 싶다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메추라기를 보내 한 달 내내 고기를 먹게 해 주시지만, 하느님의 양식인 만나를 지긋지긋해 하는 백성들을 재앙으로 치셨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심히 진노하셔서 그들이 고기를 다 씹기도 전에 재앙으로 그들을 치셨다. 이 일로 백성들은 그 곳의 이름을 '키브롯 타아와'(탐욕의 무덤)라고 불렀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곳을 떠나, '하체롯'에 머물렀다.

*3) 미르얌과 아론이 모세를 시기하다(12,1-16)

하체롯에서 모세가 에티오피아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였는데, 미르얌과 아론은 모세가 아내로 맞아들인 그 에티오피아 여자 때문에 모세를 비방하였다. 이 사건은 하느님의 즉각적인 개입으로 해결되었다. 히브리서 저자는 모세의 직책을 예수 그리스도의 직책과 비교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비방하던 미리암과 아론을 책망하시고, 미리암을 문둥병으로 치셨다. 문둥병이 걸린 미리암을 보고 놀란 아론은 즉시 모세에게 부르짖었다. 모세가 하느님께 기도를 하자 미리암은 낫게 되었다. 그러나 미리암은 하느님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그녀의 부정함이 회복될 때가지 7일간 진 밖에 머물러 있어야했다. 그들은 하체롯을 떠나서 파란 광야에 진을 쳤다. 만일 그녀의 죄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모세의 가족을 파탄으로 몰고 결국 온 이스라엘마저 심각한 리더십 부재의 위기로 몰아가서 이스라엘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었다(12,9). 우리는 여기에서 한 두 사람의 범죄가 이스라엘 전체의 진행을 막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느님 나라의 백성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신자들과 지체로 연결된 사람들이다.

2. 카데스에서(13-19장)

*4) 12 정찰대의 가나안 땅의 정찰과 백성의 반역(13,1-15,41; 신명 1,19-25)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체롯에서 출발하여 파란 광야에 있는 카데스에 도착하였다. 민수 13,1-2은 정찰대를 보낸 것이 하느님의 명령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신명기에서는 백성들이 이 제의를 했고, 모세가 이를 수용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들은 사십 일 만에 가나안 땅을 정찰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가나안 땅이 하느님의 말씀대로 매우 비옥한 곳이지만, 그 땅을 정복하는 일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 열 명의 정찰대들은 그 땅이 좋기는 하지만,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은 강하고 성채도 견고하며 매우 크서 그 일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보고를 들은 온 공동체들은 크게 낙심하였다(시편 1,28). 그들은 소리 높여 부르짖으며 밤새도록 울었고, 마침내 모세와 아론은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침내 모세 대신 우두머리를 세우고 이집트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이집트와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인도하셨듯이, 앞으로도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백성들의 마음은 이미 그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완악해 있었다(신명 1,29-31). 모세와 아론은 백성들 앞에서 엎드린 채로 하느님의 중재를 기다렸다.

바로 그 때에 에프라임 지파와, 유다 지파의 대표로 정탐을 했던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여푼네의 아들 칼렙이 옷을 찢으며,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에 두려워 할 필요가 없으며, 적을 정복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열명의 정찰대는 가나안의 환경은 정확하게 보았으나, 그들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은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칼렙은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시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 믿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광야에서 멸망할 때에 죽지 않고 가나안 땅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공동체들은 여호수아와 칼렙의 말을 듣지 않았고, 공동체들은 그들을 돌로 치려 했다.

하느님께서는 마침내 이들을 없애시기로 작정하시고 모세를 통해서 더 크고 강한 나라를 만들어 주시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러나 모세는 하느님께 이스라엘 백성들을 멸하지 말 것을 간구하면서, 그 이유로 첫째로 이스라엘을 멸하는 일은 하느님의 영광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둘째로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호소하였다(14,13-19).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백성들을 흑사병으로 한꺼번에 죽이시겠다는 선언을 철회하셨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칼렙을 제외한 20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이 광야에서 죽을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이 40년은 그들이 정탐한 40일을 40년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20세 미만의 자녀들은 아직 스스로 판단을 내릴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살아서 가나안 땅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또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공동체들에게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홍해 길로 돌이켜서 광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모세는 이 말을 듣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대로 전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모세의 말을 어기고 자신들의 잘못을 보상해 보려고 진격하였다. 결국 모세의 말대로 이스라엘 자손들은 아말렉인과 그 산지에 사는 가나안인들에게 패배하였다. 가나안족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을 호르마(금지된 장소)까지 추격하였다.

3. 광야 38년의 여정(15,1-19,22)

이스라엘은 카데스에서 하느님의 지시를 불순종함으로 인해서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홍해 길로 돌이켜서 다시 광야로 들어왔다. 이 때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으로는 코라와 다탄과 아비람의 반역(16장), 대사제 아론의 권위에 대한 도전에 대하여 하느님께서 아론의 권위를 세워 주신 사건(17장)이었다. 이 두 사건은 모두 하느님께서 세우신 모세와 아론의 지도 체제에 반역한 사건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때에 제사 규정(15장)와 사제 및 레위인의 몫(18장), 그리고 정결 규정(19장)등과 같은 몇 가지 율법을 추가해 주셨다. 이 기간은 반역의 기간이었으며, 시련과 은혜의 시간이었고, 또 하느님에 대한 반역에 대해 자신이 세운 종의 권위를 세워주신 기간이었다.

*5) 코라와 다탄과 아비람의 반역과 심판(16장)

자신들의 불신앙으로 인해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이집트 탈출세대는 죽음 외에는 광야를 벗어날 길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느님께서 세우신 지도 체제를 부정하고, 다른 지도자를 세워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였다. 레위의 증손 코라를 비롯한 아비람과 다탄 등이 모세를 세워주신 하느님께 거역하다가 땅에 삼켜지는 벌을 받는다. 이들은 힘을 합하여 이스라엘 공동체의 수장이며, 백성 중에서 이름 난 지도자 250명을 그들의 음모에 합세하게 하였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세우신 지도자를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모세가 백성들에게 죄와 심판을 선포한 반면에 이들은 백성들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희망을 잃은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또 계속 불평한 백성들은 재난으로 죽게 된다.

아론의 지팡이에 싹이 나다(17,16-28)

하느님께서는 코라의 반역으로 인해 나타난 백성들의 원망과 시비를 종식시키시기 위해서, 아론의 사제직이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 주심으로 그 직분을 넘보거나 무시하지 못하도록 하셨다. 하느님께서는 각 집안마다 이름을 쓴 지팡이를 가져오게 하셨다. 지팡이에 쓴 이름은 각 지파들을 대표하고, 지팡이를 하느님의 현존의 상징인 증거궤 위에 둔 것은 각 집안이 하느님 앞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 앞에 놓아 둔 열두 가지 중 아론의 지팡이에 싹이 돋고 열매가 맺어, 하느님께서 레위 가문을 사제직으로 뽑으셨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제의 몫과 역할에 관한 규정이 계속 소개된다.

4. 카데스에서 모압까지 (20,1-22,1)

이스라엘 백성들은 카데스에서 하느님께 불순종하다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광야에서 38년이란 긴 생활을 방황하게 되었다. 이집트 탈출 제 1세대 사람들이 모두 죽은 후에 이스라엘은 새로운 세대로 교체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온지 제 40년 1월에 다시 가나안으로 진격하기 위해서 카데스에 집결했다.

카데스 집결과 미리암의 죽음(20,1)

*6) 므리바 반역 사건(20,2-13) - 탈출 17,1-7과 같은 내용

이스라엘 백성들은 물이 없는 환경에 처하게 되자, 또 다시 불평과 원망을 하기 시작했다. 세대는 변해도 인간의 죄성은 그대로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아론과 온 공동체를 모으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지팡이를 잡고 반석을 향해 물을 내라고 명령하도록 지시하셨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영광을 보여주시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은 새 세대들을 위해 하느님께서 예비하신 현장 교육이었다. 그러나 모세는 이 사건 과정에서 자신의 혈기를 참지 못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시편 저자는 이러한 모세의 행동을 "그들이 그의 감정을 상하게 하자 그가 제 입술을 함부로 놀렸기 때문이다"고 기록하고 있다(시편 106,33).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행동을 한 모세가 잘못은 첫 번째는 "그가 하느님을 믿지 않은 것"이었다. 두 번째는 모세가 이스라엘의 공동체 앞에서 하느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않은 것이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이 더 이상 그 직무를 효과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 지쳐있다는 것을 아셨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모세로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는 직무를 철회하셨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 사건으로 인해 그 곳 이름을 "므리바 물"(다툼의 물)이라고 불렀다.

에돔이 이스라엘의 통과 요청을 거절하다 (20,14-22)

이스라엘 자손이 그 많은 백성들을 이끌고 카데스에서 남쪽 길을 통해서(이 길은 가파르고 험준한 산맥으로 둘러 쌓여 있었다) 가나안으로 가는 데에는 수많은 장애가 가로막고 있었다. 모세는 카데스에서 에돔 임금에게 사자를 보내어 요르단강 동편으로 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세는 이스라엘이 에돔 땅을 지날 때에 임금의 큰길로만 통과하고, 밭이나 포도원을 지나지 않을 것이며, 물을 마실 때에는 돈을 주고 사서 마실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수많은 유아와 짐승들을 거느린 당시의 이스라엘의 형편으로는 험준한 산맥으로 둘러싸인 남쪽 길이나, 다른 길을 통해서 가나안으로 가는 것보다 이 길을 통해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14-17). 그러나 에돔 임금은 이 제의를 거절하고, 군사를 거느리고 나와서 그들의 행진을 막았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형제 나라인 에돔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셨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할 수 없이 돌아서 가는 길을 택해야만 했다(신명 2,1-8).

아론의 죽음(20,23-29)

이스라엘 자손들은 카데스에서 진행하여 호르산에 이르렀다. 아론은 그 산에서 죽었으며, 이스라엘 공동체들은 그를 위해 30일 동안을 애곡하였다. 아론이 죽은 때는 이집트탈출 한 지 40년 5월1일이었으며, 이때에 아론의 나이는 123세였다(민수 33,37,38 참조).

아랏 임금을 격퇴함(21,1-3)

가나안을 향해 가는 이스라엘은 안으로는 자신들의 불신앙과 싸우고, 밖으로는 원주민들의 공격에 시달렸다. 이스라엘이 아타림 길로 올라갈 때에 팔레스타인 남방에 거하는 아랏 임금이 군사를 이끌고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몇 사람을 칼로 사로잡았다. 그때에 이스라엘 자손들은 주님께 이렇게 맹세했다. "저 백성을 제 손에 넘겨주시면, 그들의 성읍들을 완전 봉헌물로 바치겠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의 소리를 들으시고 아랏을 그들의 손에 붙이셨으며, 그들은 아랏 임금의 성읍을 완전히 멸망시켰다. 그 곳의 이름을 '호르마'(완전히 멸함)라고 불렀다.

*7) 불뱀과 구리뱀(21,4-9)

이스라엘 자손들은 에돔 임금의 거절로 인해 임금의 큰길로 가지 못하고, 홍해 길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길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들은 양식도 없고 물도 없는 길을 가는 것에 싫증을 느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만나를 보잘것없는 양식이라고 하면서 싫어하였고, 또 다시 하느님과 모세를 향해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이집트에서 인도해서 광야에서 죽게 했다고 불평하였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원망을 징계하시기 위해 불뱀을 보내서 물게 하셨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 재앙으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에게 가서 자신들의 잘못을 회개하고, 하느님께 이 재앙을 거두게 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모세가 하느님께 가서 기도하자 구리로 불 뱀의 모양을 만들어서 기둥 위에 달아 놓고, 누구든지 구리뱀을 바라보면 나을 것이라고 하셨다. 모세는 즉시 구리로 뱀을 만들어서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에 물린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그분은 신앙으로 당신께 의탁하는 사람들을 지옥의 뱀의 독에서 살려 주셨다. 이 구리 뱀이 그리스도의 상징이라는 것은 주님께서 친히 언급하셨다(요한 3,14). 주님께서는 밤에 찾아온 니고데모에게 구원의 진리를 설명하시기 위해서 자신이 구리뱀과 같이 높이 매달려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피스가 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21,10-20)

가나안의 목전에 도착한 이스라엘은 호르산을 출발하여(20,22) 바로 가나안으로 가지 못하고 홍해 길로 돌아서 피스가산까지 계속 행군했다. 이 행군은 가나안으로 가는 지름길을 포기하고 좁고 험한 길을 선택한 것이었지만, 호르마에서처럼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지는 않았다.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했기 때문에 승리의 행군을 할 수 있었다(신명 2,1-23).

<참고, 민수 21,11-20에 기록된 여정과 민수 33,41-49에 기록된 여정의 차이점>

* 민수 21,11-20에 기록된 여정

호르산-오봇-이예아바림-제렛 골짜기-아르논 건너편-브에르(우물)-마타나-나할리엘-바못-모압-피스가산 꼭대기

* 민수 33,41-49에 기록된 여정

호르산-살모나-부논-오봇-이예아바림(이임)-디본갓-알몬디불라임-느보 앞 아바림-모압평지

아모리 임금 시혼과 바산 임금 옥을 물리침(21,21-35)

이스라엘은 처음에 야하츠에서 아모리인의 임금 시혼을 치고, 그 후에 아모리의 각 성읍들에 군대를 보내어 정복했으며, 이제는 바산으로 진격하여 에드레이에서 바산 임금 옥을 쳐부수고, 또 군대들을 나누어 보내어 바산의 모든 마을들을 정복하였다.

5. 모압에서 일어난 사건들(민수 22-25장)

발라암 이야기(22,1-24,25)

이스라엘이 헤스본과 바산 임금을 무찌르는 걸 보고 불안해진 모압의 임금 발락(Balak)은 발라암이라는 점장이 또는 마술사를 불러 히브리인들을 저주해 달라고 청하지만, 하느님의 영을 받은 발라암은 오히려 이스라엘을 축복해준다. 발라암은 천사의 발현을 본다. 천사는 발라암더러 이스라엘인들을 축복하고 이스라엘인들에게 영예로운 사건이 생길 것을 예언하라고 일렀다. 발라암의 넷째 신탁 중에 야곱에게서는 통치자가 나와 이르에서 도망쳐 나온 자들을 멸망시키리라는 구절이 나온다(24,17-19). 역사상의 실제로 본다면 다윗을 두고 한 말일지 모른다. 뜻을 넓혀 본다면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모든 믿는 이들이 그분의 백성을 이룰 것이며, 모든 원수들을 전멸시킬 것이다. 히브리전승에서나 그리스도교 전승에서나 이 구절은 메시아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7) 이스라엘이 프오르에서 우상을 섬기다 (25,1-18)

주님께서는 자기 백성을 발라암의 저주로부터 지켜 주셨으나, 발라암의 계책에 말려서 이교와 성적 타락에 빠지게 되었다. 그들은 모압 평지의 시팀에 있는 동안에 우상의 제사에 참여하고 모압 여인들과 음행하기를 시작하였다. 그들은 모압인들의 초청을 받아들여 모압 신들을 섬기는 제사 의식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우상에게 드려진 제물을 먹고, 그 신들에게 경배하였으며, 바알의 음란한 제사의식에 참여하였다. 발락 임금은 이스라엘을 저주하는데 실패하였으나, 이와 같은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서 이스라엘을 저주받게 만드는 일에 성공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우상 숭배에 빠져서 바알의 멍에를 맨 자가 되어 버렸다.

이 일로 하느님께서는 크게 진노하셨으며, 백성의 우두머리들을 모두 잡아다가 대낮에 주님 앞에서 목을 매달아, 주님의 타오르는 분노가 이스라엘에게서 물러가게 하라고 지시하셨다. 모든 죄인들이 색출되어 나무에 매달렸고, 이스라엘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으로 인해 백성들은 만남의 천막 앞으로 모여서 울고 있었다. 바로 그때에 이스라엘 중 한 사람이 온 공동체가 보는 앞에서 미디안의 한 여인을 데리고 왔다. 이 일은 그들의 죄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은밀히 일을 추진했지만 이제는 공공연하게 죄를 지으면서도 가책을 받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에 대사제 아론의 손자, 엘아자르의 아들 피느하스가 이 광경을 보고 마음에 거룩한 분노를 느꼈다. 피느하스는 창으로 그 남자와 여인을 죽여버렸다. 이로 인해 주님의 분노가 그치게 되었으며, 이스라엘에 내렸던 재난이 그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날에 재난으로 죽은 자는 24,000명이나 되었다.

하느님께서는 피느하스가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나를 위하여 열성을 다해, 나의 분노를 그들에게서 물러가게 하였다고 하셨다. 이것은 마치 사제가 백성을 위해 속죄제사를 드린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사건 후에 피느하스와 그 후손들이 대대로 그와 그의 뒤를 잇는 후손들에게 영원한 사제직의 계약이 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언약을 "평화의 계약"이라고 부르셨다.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일으킨 미디안을 공격하라고 명령하셨다. 이 일은 그들이 이스라엘을 고의로 저주에 빠뜨리기 위해서 음모를 짜서 그 일을 실행했기 때문이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자를 축복하시고, 이스라엘을 저주하는 자를 저주하시겠다고 약속하셨다.

모압 평지에 도착한 이스라엘(22장)

아모리 임금 시혼과 바산 임금 옥을 정복하고 길르앗과 바산에 있는 그들의 영토를 점령한 이스라엘은 피스가산에서 출발하여 요르단 건너 여리고 맞은 편에 있는 모압 평지(아르봇 모압)에 진을 쳤다. 이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을 사이에 두고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은 요르단을 건너기 전에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었다.

* 주님 하느님만이 참 신임을 알고 그 분만을 섬기는 법을 배움

* 모세의 역할의 마무리와 후계자를 세움

* 약속의 땅을 정복하고 분배할 일에 대한 규정을 배움

* 새 세대들에 대한 교육 - 모세는 이 일을 위해서 신명기를 기록하게 된다.

5. 몇 가지 율법의 추가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젊은 세대들에게 몇 가지 새로운 규정을 추가로 지시해 주셨다. 이러한 지시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소망과 기대를 주고, 그들의 마음을 가나안으로 향하게 했다.

1)곡식 제물과 제주의 양을 규정(15,1-16).

2) 첫반죽 봉헌에 관한 규정(15,17-21) 한 해 동안에 하느님께서 축복으로 주신 풍성한 열매와 소출에 대해 감사하는 예물이었다(탈출 29,27-28, 레위 7,14, 32).

3) 속죄제에 관한 규정(15,22-31)

이 규정들은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적용되었다. 또 하느님의 말씀을 알면서 짓는 범죄는 하느님께서 사형으로써 엄히 징계하셨다. 그리고 그를 죽일 때에도 모든사람이 보는 앞에서 온 공동체가 돌로 치게 하여 다른 사람에게 경고가 되게 하셨다.

4) 옷자락에 다는 술 장식을 하는 이유(15,37-41)

이 지시는 안식일을 범한 자를 돌로 쳐서 죽인 후에 주어졌는데, 이스라엘 자손들이 방심하여 하느님의 율법을 위반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취해진 조치였다. 그들이 매일 입고 다니는 옷의 네 귀퉁이에 술을 만들어 달고 다님으로써 일상 생활 속에서 방종해 지는 마음을 단속하고, 하느님의 뜻을 행할 수 있도록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후에 바리사이인들은 이 술을 크게 만들어서 자신들이 율법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하였다. 그들의 마음은 외식으로 치우쳤으므로 이러한 표시가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주님께서는 그들의 외식을 엄하게 책망하셨다(마태 23장).

5) 사제 및 레위인들의 직무와 몫(18,1-32)

코라와 그 추종자들이 하느님께 분향을 하다가 죽음을 당한 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소에 가는 자마다 다 죽음을 당한다고 불평했다(16장). 하느님께서는 이를 위해서 두 가지 조치를 취해 주셨다. 첫째는 아론의 지팡이에 싹이 난 것을 통해서 아론의 대사제직이 하느님의 선택임을 입증해 주셨고(17장), 둘째는 제사직의 규정과 사제의 몫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가르쳐 주셨다(18장). 하느님께서는 제사 드리는 일을 전문화함으로써 실수가 없게 하셨으며, 그들을 위해 생활 대책을 세워 주심으로써 그 직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예물들을 사제와 레위인들에게 절대 변하지 않는 소금 계약으로 약속해 주셨다.

6) 정화의 물 - 시체로 부정해진 자를 정결케 하는 법(19장)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로 죽는 사람들이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가족들을 장례해야 하는 일들도 빈번해 졌다. 하느님께서는 이때에 시체로 부정해진 사람들을 정결케 하기 위한 규정을 정해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시체와 접한 자들을 부정한 자로 간주하셨다. 죽음과 그 부패에 접한 모든 사람이나 물건들은 7일간 하느님과의 교제가 단절되었다. 주검으로 인해 부정케 된 사람들은 모두 진 밖으로 내어보냄을 받았다(민수 5,2-4). 이스라엘 자손들은 자기 부모들이 카데스에서 죄를 짓고 죽어 가는 모습과 부모의 시체를 지켜보면서, 하느님 앞에 겸비한 태도를 가져야만 했다. 시체로부터 정결케 하는 규정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정결에 대한 중요성과 함께 죄에 대한 경각심과 하느님께 대한 경외감도 동시에 갖게 만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