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가든

판관기

판관기

★ 판관시대 : BC 1200-1020년 추정

유목민족이던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가나안 문화를 받아들이고 농경사회로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은 가나안 지방을 정복하기 시작하였으나, 아직 완전히 정복하지는 못하였다. 각 부족은 중앙집권적인 기관이 없었고 왕도 없었다. 민족 전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공동의 지도자(판관)가 필요하게 되었다. 판관은 타민족으로부터 압박을 받거나 전쟁을 할 때에는 군사령관이기도 하였고, 평상시에는 판사의 역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어려운 시기에는 판관에 의해 단합되기는 하지만 판관이 사라지면 다시 분열과 혼란이 계속되곤 하던 시기였다.

★ 판관 : 가나안 땅 정착으로부터 왕정이 세워지기 전까지 이스라엘을 이끌던 지도자를 가리킨다. 흔히 “판가름하는”(판관 11,27) 일을 한다고 해서 판관이라 부르지만, 재판관이란 뜻보다는 통치자의 뜻에 더 가깝다. 판관의 직무는 세습이 아니었으며 살아있는 동안만 판관직무를 수행하였으며 긴박하고 특수한 상황이 되면 판관 역할을 하다가 평화로워지면 다시 자신 생활로 되돌아 갔다. 이해하기 쉽게 ‘유다 12지파 동맹 체제의 조정자’로 보면 된다.

★ 판관기 : 12명의 판관에 관한 일이 기록. 전기 예언서 또는 신명기계 역사서의 둘째 권

대판관 : 외적 공격이나 지배로부터 이스라엘 전체를 구하는 군사지도자나 영웅.

오트니엘, 에훗, 드보라, 기드온, 입타, 삼손 (전쟁 영웅담이 있다) - 6명

소판관 : 이스라엘 각 지파에서 분쟁을 해결하고 다스리는 이

★ 저자 : 이스라엘의 초기 시대에 활약한 여러 위인들에 관한 이야기가 왕정시대에 이르러 하나 둘 모아져 기록. 전체적으로 편집하여 판관기로 엮은 이는 ‘신명기계 역사가’이다.

★ 집필시기 : 민담으로 전해진 이야기 → 기원전 9세기경에 책으로 쓰여졌고, 나라가 위태롭던 기원전 7-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다듬어져 바빌론 유배 후인 기원전 5세기경에 오늘날의 형이 잡혔다.

★ 집필동기 : 하느님을 외면하고 우상을 숭배하게 되면 이스라엘 공동체가 무너진다는 역사적 체험(판관시대부터 바빌론 유배까지)을 바탕으로 하느님만을 섬기길 호소하는 신앙의 책이다. 궁극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주제는 판관들의 탁월했던 지도력이나 영웅담이 아니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이다. 즉 민족의 구원은 하느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 구성

서론(1,1-2,5); 남부 가나안 땅 점령 이야기(여호수아의 종합편).

-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민족을 다 몰아낼 수는 없었다.

본론(2,6-16,31); 판관들의 역사

2,6-3,6 , 둘째 서문 - 판관 시대가 지니는 종교적 뜻을 밝힘

부록(17-21장); 단 지파의 이주와 베냐민 지파의 징벌 - 무질서와 혼란

왕정의 필요성과 레위인들의 위치 드러냄

* 학자들은 서론과 부록부분을 신명기 역사서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역사적 가치).

★ 여호수아기와 판관기의 차이점

가나안 정착이라는 동일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가나안 정착의 모습은 서로 다르다.

여호수아기가 여호수아의 통솔 아래 12지파들이 강력한 결속력으로 규합되어 이룩한 치밀한 ‘군사 정복'을 제시한다면, 판관기는 각 지파별로 조금씩 이주하여 함께 살면서 그 땅을 정복하는 일종의 ‘침투’적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가나안 정복의 실상

■ 판관 1,1-2,5 마지막 가나안 정복

여호수아가 죽은 뒤에도 가나안 땅 정복은 계속된다. 유다 지파와 시메온 지파가 가나안 남부 산악 지역을, 에브라임 지파 등 나머지 지파가 가나안 중 북부의 산악 지역을 차지하지만,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민족을 다 몰아낼 수는 없었다(여호수아의 종합편).

① 가나안 남부와 중앙지역 점령에 관한 기사(1,1-26)

② 정복되지 않은 중부 다섯지방과 북부 지명의 제시(1,27-36)

③ 보킴에 나타난 천사(2,1-5)

판관 1,1에 “여호수아가 죽은 뒤에”와 1,1-2,5에서 이스라엘이 가나안 부족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했다는 것을 언급함으로써 여호수아기와 판관기를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 판관 2,6-3,6 이스라엘을 건지는 판관들

필리스티아인 등 이민족을 남겨두신 까닭(3,1-4)은 가나안에서 벌어진 전쟁들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모든 이스라엘 사람을 시험하려고, 주님께서 남겨 두신 민족들은 필리스티아인들의 다섯 제후, 온 가나안족, 시돈족, 바알 헤르몬 산에서 하맛 어귀에 이르는 레바논 산에 사는 히위족이다. 곧 이스라엘 사람들이 주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그 조상들에게 명령하신 계명에 순종하는지를 알아보시려는 것이었다.

가나안에 정착한 새 세대는 주님을 저버리고 이방신인 바알과 아스다롯을 섬긴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원수들 손에 넘기시어 고통받게 하시다가도, 그들이 심한 곤경에 빠지면 판관들을 일으키시어 구원해 주신다. 그러나 그 판관이 죽으면 이스라엘은 또 다시 예전의 못된 행실을 되풀이한다.

판관 2,6-3,6은 판관기 전체의 머릿글인 동시에 이스라엘 역사를 보는 신명기계 역사가의 관점을 정리한 부분이다. 이스라엘이 하느님께 온전히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빌론에게 정복당했다는 설명이다. 여호수아서의 결론(여호 24,28-31)후에 판관 2,6-9이 판관에 대한 설화의서론이었을 것으로 본다(여호수아의 죽음 후의 일).

※ 신명기계 역사의 특성

(주님께 순종하면 행복, 평화가 오나 반대하면 패망이 온다)

a. 이스라엘의 배반 행위

b.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원수의 손에 넘김 (원수를 통한 징계) - 주님의 징벌

c. 곤경에서 이스라엘이 뉘우치고 하느님께 도움을 요청 - 이스라엘의 회심

d. 하느님께서 판관들을 일으키어 이스라엘을 구원

e. 판관이 죽으면 다시 타락 - 이스라엘의 배반

** 이스라엘의 배반 - 하느님의 진노 - 이스라엘의 회개 - 판관을 통한 구원 의 도식

◆ 판관들의 활약(3,7-16,31)

능력만 있다면 출신과 성향에 상관없이 지도자(판관)로 추대하는 열린 포용성은 고대 유대사회가 가나안 지역에서 빠르게 정착하고 융성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판관들은 일반적으로 한 지파를 이끌었다. 몇몇 판관들은 동시대의 인물일 가능성도 있다

■ 판관 3,7-11 판관 오트니엘

이스라엘 자손들은 주 저희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바알들과 아세라들을 섬겨,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잊어버렸다'는 말('솨카흐')은 '잘못 놓다'란 뜻이다. 이 말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하느님을 뒤로 놓고 버려야 할 우상들을 마음에 놀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쿠산 리스아타임의 손에 팔아넘기셨다. '팔았다'는 말('마카르')은 사람을 노예로 파는 것(신명 21,14; 28,68)을 말한다. 이 말은 간혹 사람이 죄의 노예가 될 때에도 사용되었다(이사 50,1).

이스라엘 자손들이 주님께 부르짖자... '부르짖었다'는 말은 '힘을 다해 외친다'라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으로 극심한 고통 속에서 부르짖는 기도를 말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처럼 하느님께 부르짖는 것은 일차적으로 자기들이 당하고 있는 그 고통 중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차적으로는 이방 우상 숭배 죄의 잘못을 깊이 회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그러한 회개 기도에 귀를 기울이시고 다시금 구원의 손길을 베푸셨다.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서 주님의 영이 오트니엘에게 내렸다. 오트니엘이 쿠산 리스아타임에게서 거둔 승리는 이스라엘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회개하자 즉각적으로 구원의 손길을 뻗치신 하느님의 사랑의 한 표현이었다(3,9).

오트니엘은 이스라엘을 구원하여 평안하게 한 지 40년 후에 죽었다. 그러나 백성들은 오트니엘이 죽자 또다시 죄악을 범하는데 그 결과 모압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었다(3,12-14).

■ 판관 3,12-30 판관 에훗

이스라엘은 40여 년에 걸친 평화의 시기를 지내는 동안(3,11) 노예 생활하던 때의 비참함(3,8)을 잊어버리고 또 다시 하느님을 배반하고 죄를 짓기 시작했다. 이러한 잘못과 죄의 악순환은 판관이기 전체에 걸쳐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모압 임금 에글론('젊은 황소'란 뜻)을 이스라엘보다 우세하게 하셨다. ‘야자나무 성읍’은 예리코 성을 의미한다(신명 34,3; 2역대 28,15). 여호수아는 예리코 성을 점령하고 난 후에 그곳을 재건하지 못하도록 저주했었다(여호 6,26). 그러므로 예리코는 외적의 침입을 방비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히 재건되지 못하였으며, 이로 인해 에글론의 연합군에게 쉽게 점령당했을 것이다. 이들이 예리코 성을 점령했다는 것은 르우벤 지파를 쳤다는 의미로, 그들은 이스라엘이 거주하던 요르단 서편도 점령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한 셈이 된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자손은 십 팔 년 동안 모압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모압이 점령한 땅은 예리코 성뿐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전체가 '모압 왕 에글론'을 섬긴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비록 이스라엘 모든 지파가 에글론을 섬긴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 공동체적 특성 때문에 그처럼 표현한 듯하다. 즉 이스라엘은 몇몇 개인이나 지파가 범죄하였어도 연대 책임을 강조, 이스라엘 온 공동체가 하느님께 범죄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모압의 지배를 받는 이스라엘이 고통으로 인해 또 다시 하느님께 부르짖게 되었다. 하느님은 그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다시 베냐민 사람 게라의 아들 왼손잡이 에훗을 통해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셨다. 에훗은 모압에 공물을 바치는 기회를 이용하여 모압 왕을 제거하였다.

이스라엘은 이로부터 80년 동안을 전쟁이 없이 평안한 세월을 보낼 수가 있었다. 이 기간은 전 판관 시대 중에 평화를 누린 가장 긴 기간이었다(5,31; 8,28; 10,2, 3;12,7-15; 16,31).

■ 판관 3,31 판관 삼가르

삼가르는 돌라, 야일, 입산, 엘론, 압돈과 더불어 6인의 소판관으로 불리운다. 삼가르는 드보라의 노래에서 한번 더 언급된다(5,6). 삼가르는 에훗이 죽고 난 후 드보라가 본격적으로 활동할 때까지의 중간에 일부 필리스티아인들이 이스라엘을 괴롭힐 때에 잠시 판관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가르가 소몰이 막대기로 600명의 블레셋인들을 물리쳤다는 것은 하느님의 크신 능력이 그와 함께 하셨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판관 4,1-5,31 판관 드보라- 판관직과 예언직

에훗이 죽은 뒤에 이스라엘 자손들은 다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주님께서는 하초르를 다스리는 가나안 임금 야빈의 손에 그들을 팔아넘기셨다. 야빈이 철 병거 구백 대를 가지고 있으면서, 스무 해 동안 이스라엘 자손들을 심하게 억압하자, 여예언자인 드보라가 구원자로 세워진다. 드보라가 야자나무 밑에 앉으면, 이스라엘 자손들이 찾아가 재판을 받곤 했다. 라마는 베냐민 지파의 성읍으로(여호 18,25) 예루살렘 북쪽 약 9km지점에 있다. 그런데 그녀가 멀리 북쪽 지방인 납탈리 케데스에까지 사람을 보내어 바락을 부른 것은 지파를 초월한 관심과 사랑을 나타내 준다. 드보라는 바락을 불러 군사지휘관으로 삼아 하느님의 이름으로 출전시킨다. 쫒기던 시스라(야빈의 군대 장수)는 카인족 헤벨의 아내 야엘(4,17-22)의 천막으로 숨었다가 말뚝에 박혀 죽게 된다.

■ 드보라와 바락의 노래 (기원전 12세기)

가. 노래의 목적(5,1-9)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주님을 찬양함

나. 지도자들의 헌신을 기림(5,10-12) 다. 이스라엘 용사들이 소집됨(5,13-18)

라. 전투 장면(5,19-23) 바. 시스라의 어머니가 시스라를 기다리는 장면(5,28-30)

사. 결론(5,31) :

그 땅이 사십 년 동안 태평했다는 말은 전쟁의 결과를 요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말이다.

■ 판관 6,1-8,31 판관 기드온 - 므나쎄 지파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일곱 해 동안 미디안족의 손에 넘겨 버리셨다. 미디안과 아말렉, 그리고 동방 사람들이 파종한 겨울철에서 추수기에 걸쳐 이스라엘을 약탈했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유목민인 미디안 사람들은 곡식이 싹을 내어 한창 자랄 때에 가축을 몰고 와서 그 곡식을 뜯게 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다 자라 이삭이 여물은 곡식마저 빼앗아 갔으니 이스라엘에 양식이 남아 있을 날이 없었다(4절). 이스라엘 자손들이 미디안 때문에 주님께 부르짖자, 기드온을 부르신다. 기드온은 ‘베는 자’, ‘자르는 자’라는 뜻으로,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수확철마다 쳐들어오는 미디안족과 요르단 동쪽의 유목민들과 남쪽의 아말렉족의 약탈을 하느님의 능력에 힘입어 저지한 것이다. 기드온은 약속의 징표를 집요하게 요구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기드온은 하느님께 표징을 구해 소명을 확인한 다음 그곳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주님은 평화’라고 하였다. 그날 밤 기드온은 주님의 분부를 받들어 자기 아버지의 바알 제단을 허물고 그 곁에 있는 아세라상도 잘라 아버지의 둘째 황소를 번제로 바쳤다. 그 때 ‘그가 바알의 제단을 헐었으니, 바알은 그에게 맞서 자신을 옹호하라.’는 뜻인 여루빠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알의 무능을 비웃는 풍자이다.

온 미디안족과 아말렉족과 동방인들이 함께 모여, 강을 건너와 이즈르엘 평야에 진을 치자 주님의 영에 사로잡힌 기드온은 므나쎄 땅뿐 아니라 즈불룬과 납탈리에도 전령을 보내어 군사들을 모았다. 기드온은 다시 하느님께 징표를 요구하였다. 주님께서 그대로 해주시자, 기드온은 확신을 가지고 전투에 임하게 되었다. 32,000의 군대가 모이자 주님께서 “네가 거느린 군사들이 너무 많아, 이스라엘이 나를 제쳐 놓고, ‘내 손으로 승리하였다.’ 하고 자랑할까 염려된다”면서 ‘두렵고 떨리는 자는 돌아가라.’고 말해서 10,000이 남고, 그 중 손에 물을 떠서 핥아 먹는 300명으로 미디안을 물리친다.

에프라임의 항의에 대해 “아비에제르가 포도를 수확한 것보다 에프라임이 포도 지스러기를 모은 것이 더 낫지 않습니까?”라고 답한다. 늦게 참전하여 미디안의 제후 둘을 사로 잡음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을 말하여 그들을 달래지만 포도수확이 없이는 지스러기 모음도 없다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결국 주님의 도움에 힘입어 적은 수로 대승을 거두고 나자, 이스라엘인들이 왕이 되어줄 것을 청하지만, 기드온은 주님만이 왕이시라며 이를 물리친다(8,22-23). 기드온이 아내를 많이 얻어 70명이나 되는 아들을 둘 만큼 이스라엘 사회에서 큰 지위를 얻었다. 특히 이것은 기드온이 비록 왕위를 거절했으나 왕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짧은 구절은 기드온이 말년에 영적으로 매우 타락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드온은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큰 승리를 거둔 용장이지만 전쟁이 끝난 다음 큰 잘못을 저질렀다. 그는 하느님께 먼저 전리품을 바치고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대신, 전리품 가운데서 금붙이들을 모아 ‘에폿’이라는 우상을 만들었다. 판관기는 이 일을 기드온과 그 집안에 올가미가 되고 말았다(8,27)고 한다.

■ 판관 9,1-57 아비멜렉(기드온의 아들)

판관직은 인척에 의해 계승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기드온의 아들 중의 하나인 아비멜렉은 이방인의 손을 빌어 자기 형제 70명을를 죽이고 스스로 왕권을 탈취했는데, 이 일을 위해서 기드온이 무너뜨렸던 바알의 산당에서 자금을 후원 받았다. 스켐의 원로들을 매수하고 형제 죽인 뒤 왕 노롯을 한다. 하지만 점차 스켐 원로들과 사이가 틀어져 그들 모두를 죽이고, 결국 자신도 한 여인의 맷돌에 맞아 죽는다. 기드온과 달리 스르로 왕이 된 아비멜렉의 비참한 말로(9,56-57)는 하느님 이외의 다른 왕을 반대하는 이스라엘의 사상을 잘 보여준다.

■ 요탐의 우화(판관 9,7-21) -브에르로 도망

숨었다 살아남은 요탐이 그리짐산 꼭대기에 가 서서 외쳤다.

나무들이 임금을 세우려고 -올리브 - 무화과 - 포도 - 가시나무 찾아가 왕으로 추대

가시나무가 다른 나무들에게 대답하였네. ‘너희가 진실로 나에게 기름을 부어 나를 너희 임금으로 세우려 한다면 와서 내 그늘 아래에 몸을 피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이 가시나무에서 불이 터져 나가 레바논의 향백나무들을 삼켜 버리리라.’

◆ 영적인 타락의 전환점

기드온과 아비멜렉의 사건 이후로 판관 시대의 영적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기드온 때에는 이스라엘이 부르짖을 때에 하느님은 즉시 구해주는 대신 책망을 하셨다. 그리고 아비멜렉 때에는 더 엄중한 책망이 있었으며(10,10-14), 삼손 때에는 아예 부르짖지도 않았다. 기드온 이전에는 판관들이 죽은 후에 배신이 나타나지만, 기드온 때는 그가 살아 있을 때부터 배신이 시작되며, 기드온 자신이 타락에 참여하기도 했다. 기드온 이후에 나타나는 입타는 그 자신이 경솔하게 맹세헸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입타 이후에 나오는 삼손은 아예 타락의 극치를 걷다가 블레셋 인에게 잡혀 눈이 뽑혀버린다. 사실상 그의 삶은 판관라고 할 수도 없는 타락한 삶이었다. 기드온과 아비멜렉 이후로 내란이 심해진다. 아비멜렉 이후로 판관가에는 "이 땅은 평온하였다"는 말이 사라져 버렸다. 기드온과 아비멜렉의 사건 이후로 영적인 하강 곡선이 그려지고 있다.

■ 판관 10,1-5 판관 돌라와 야이르(이름의 뜻은 '비추는 자', 깨우치는 자')

소판관에 대한 기록시 ‘어디 어디 출신 아무아무개’라는 표현과 그의 가족사항, 그의 행적 그리고 죽음에 대해 쓴다 ---생존 기간만 유효

■ 판관 10,6-12,7 판관 입타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그들은 바알들과 아스타롯, 아람의 신들, 시돈의 신들, 모압의 신들, 암몬 자손들의 신들, 필리스티아인들의 신들을 섬겼다. 그들은 이렇게 주님을 저버리고 그분을 섬기지 않았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시어, 열여덟 해 동안 필리스티아인들과 암몬 자손들의 손에 팔아넘기셨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주님께 부르짖었다. 나는 너희를 다시는 구원해 주지 않겠다. 오늘만은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자기들 가운데에서 낯선 신들을 치워 버리고 주님을 섬기니, 주님께서는 더 이상 이스라엘의 고통을 보고 계실 수 없었다.

암몬 자손들이 동원되어 길앗에 진을 치자, 이스라엘 자손들도 모여 미츠파에 진을 쳤다(판관 10,17). 그때에 길앗 수령들과 백성들이 암몬 자손을 맞서서 선두에서 싸울 사람들을 찾지 못한 길앗 원로들은 마침내 자신들이 쫓아냈던 입다를 선두에 세우기로 결정하고, 입다를 저희의 최고 지도자로 삼겠다고 다시 약속한 것이다(11,8). 그들은 변동 없이 끝까지 입다를 최고 지도자로 삼을 것을 하느님 앞에 맹세하였다(11,10). 하느님은 창녀의 아들인 입타를 판관으로 세운 것이다(11,1-12,7).

평화적 제안을 거부한 암몬 왕(11,12-28) 원로들에게 전권을 이양받은 입타는 먼저 평화적인 방법에 호소한다. 사절들을 보내어 이스라엘 자손들의 땅을 침범하지 말고 물러가라고 요구하는 입타에게, 암몬인의 임금은 오히려 이스라엘이 자기네 땅을 점령한 것이라고 맞받는다. 입다는 이스라엘이 그 땅을 차지한 것은 "하느님 주님께서" 주셨기 때문이라고 길게 변론하였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인들이 삼백 년 동안이나 살아왔으므로, 그들이 이 곳의 기득권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입타의 승리(11,29-32) 주님의 영이 입타에게 내리자 그는 미스바를 떠나 암몬인들이 진을 친 곳으로 갔다. 그때 입타가 주님께 서원을 하였다. “당신께서 암몬의 자손들을 제 손에 넘겨만 주신다면, 제가 암몬의 자손들을 이기고 무사히 돌아갈 때, 저를 맞으러 제 집 문을 처음 나오는 사람은 주님의 것이 될 것입니다. 그 사람을 제가 번제물로 바치겠습니다”(11,30-31). 입타가 서원한 대로 바친 제물(11,29-40)은 인신제사라는 옛 관습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하느님과의 약속에 충실했던 한 지도자를 보여준다. 암몬족과의 전투 후 주님께 대한 약속 실현을 위해 자신의 외동딸을 봉헌하게 된다. 하느님께 대한 맹세를 이행하였다.

그뒤에 입타는 암몬인과 싸울 때에 자기들과 함께 가자고 생트집을 잡는 에프라임 지파를 물리쳤다. 암몬인과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이스라엘 원로들의 신임을 받은 입타가 에프라임의 패권주의를 허용할 리 없었다. 입다는 불평하는 에프라임 지파와 싸워 그들을 격퇴하여 승리했으나 이러한 동족상잔으로 인해 이스라엘은 그 세력에 크게 약해지고 말았다. 에프라임을 굴복시킨 뒤 입타는 온 이스라엘의 판관이 되어 여섯 해 동안 다스렸다.

■ 판관 12,8-15 판관 입찬, 엘론, 압돈

이스라엘의 소판관으로 베들레헴 출신 입찬, 즈불룬 출신 엘론, 피르아톤 사람 힐렐의 아들 압돈이 활약한다

■ 판관 13,1-16,31 판관 삼손 - 단지파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을 저질렀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마흔 해 동안 필리스티아인들의 손에 넘겨 버리셨다. 이제껏 나온 판관들과 달리, 이스라엘의 군대를 지휘한 적도 없고 지파의 추대도 받지 않은 채 혼자 스무해 동안 활동했다.

삼손(태양을 뜻하는 히브리어-세메스-에서 유래)은 출생 때부터 하느님께 바쳐진 나지르인으로 태어났다. 그는 하느님의 영을 받아 힘이 장사였다. 그 힘으로 이스라엘을 억누르던 필리스티아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러다 여인 들릴라의 유혹에 빠져 자기 힘의 비밀을 알려준 그는 엄청난 힘을 잃고 말았다. 필리스티아인들의 조롱을 받던 그는 하느님께 청하여 되찾은 힘으로 다곤 신전을 무너뜨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죽었다. 그가 완전히 팔레스틴인들을 쳐부순것은 아니다. 억압상황에서 그의 행적은 하느님의 도우심에 의해 구원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손은 참으로 복잡한 인물이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폭력을 즐기는 듯한 인상도 보인다. 또 종교적으로 볼 때 금기인 환락에 푹 빠지는가 하면, 아름다운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적 분위기도 가지고 있다. 유대인은 이런 인물조차 판관으로 인정한다. 바로 삼손의 회개 때문이다. 유대인의 하느님은 돌아오는 아들을 늘 넓은 가슴으로 끌어안는다. 머리카락이 깎여 힘을 잃고 체포된 뒤, 두 눈까지 잃은 삼손의 절규 기도는 오늘날 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주 하느님,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이번 한 번만 저에게 다시 힘을 주십시오.”(판관 16,28)

◆ 부록 (17-21장)

판관기의 마지막 부분(17-21장)은 자유가 외부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내부에서 더욱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카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종교적 타락상을 보여주며, 레위인 첩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윤리적인 타락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건은 백성들 내부의 무법과 비윤리적인 면을 보여주고 그에 따라 위협받게 된 백성의 단결과 자유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제 제멋대로 처신하던 생활을 버리고 차츰 백성의 왕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가리킨다.

■ 판관 17,1-18,31 단 지파의 이동

에프라임 산악지대에 사는 미카라는 사람이 신상을 만들고 유다 베들레헴에 사는 자로서 에프라임 산지로 여행하던 레위인을 사제로 임명하여 자기 집을 성소로 만든다. 그 때 마침 정주할 땅을 찾아 그 지역으로 올라온 단 지파 사람들이 라이스를 빼앗아 자기들의 성읍으로 삼고 단이라 이름 짓는다. 그리고 그들은 미가네 집에서 신상을 빼앗아 단에 세우고 섬긴다. 아마도 이 이야기는 단 지파가 북쪽에 자리잡게 된 배경, 왕이 없어 마음대로 하던 시절의 제의의 혼란, 예루살렘에 대항하던 단의 성소가 생긴 기원 등을 설명하려는 뜻에서 넣어진 부록 같다.

■ 판관 19,1-21,25 기브아인들의 만행과 전쟁

에프라임에 살던 어느 레위인의 첩이 베들레헴에서 오던 도중에 기브라에 사는 베냐민 사람들에게서 성폭행을 당한다. 첩을 잃은 레위인은 그 사정을 각 지파로 알리면서 부당함을 호소. 그러자 각 지파가 모여 베냐민 지파에게 못된 무뢰배를 처벌할 것을 요구하지만, 끝끝내 거절당하자 대대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그 결과 베냐민 지파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자, 그들은 그 지파를 보존하기 위해 야베스길앗과 실로 처녀들을 보쌈해서 짝을 맺어 준다.

판관시대에 주님의 축제가 열리던 성소- 실로(21,19)--여호 18,1 땅의 분배

이 이야기는 판관시대의 혼란스런 모습과 정의를 지키려는 지파들의 노력, 베냐민 지파를 살리려는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부록이다.